PC방은 유해업소?

"지하주차장 살해용의자 PC방에서 검거", "연쇄성폭행범 발바리 PC방에서 검거" "PC방에서 청소년 간접흡연 피해 심각", "PC방에서 장시간 게임하던 40대 돌연사망", "학교 주변 노래방은 되고 PC방은 안돼”… 이런 기사를 접할 때마다 나는 항상 미간을 찌푸린다. 우선 PC방이라는 공간이 실제와는 다르게 왜곡된 시각으로 비춰진다는 점과 PC방을 공공연히 어떤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일부 몰지각한 기자들과 관련기관들의 태도 때문이다. 범죄자들은 단지 PC방이라는 흔하디 흔한 다중이용업소에서 검거되었을 뿐이고, 간접흡연의 피해는 청소년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또 이런 일들이 PC방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게임중독의 폐해? 이런 문제는 PC방으로 책임을 돌리지 말고 먼저 게임개발사와 해결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이렇듯 기사에 흔히 등장하는 <PC방>이라는 공간은 ‘음란하고, 폭력적이며, 중독적이고, 건강을 해치기까지 하는’ 그야말로 발을 들여놓지 말아야 할 몹쓸 곳으로 비춰진다. 기사 속에 등장하는 PC방에서 벌어지는 일은 대체로 유쾌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기사를 자주 접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PC방이라는 곳이 누군가에게 어떤 피해나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인식을 갖게되고, 마침내 가상의 피해자들이 생겨난다. PC방은 이렇게 사회적으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필자가 너무 과민반응 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PC방이라는 업종은 이미 그 위상이 실종된 지 오래다. 그러나 이렇게 PC방을 여러 폐해의 원흉으로 보는 것은 진정으로 (가상의) PC방 피해자들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책임회피를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고 본다. 살인범이 훤한 식당에서 오래 머무를 리 만무하다. 살인범이 PC방에서 검거된 것은 PC방이 그저 살인범의 은신처로도 적당했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은 간접흡연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그 청소년들은 이미 중학생 때부터 흡연을 시작한다.

최근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전국의 만 2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7년 6월 흡연실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1.7% 만이 간접흡연 피해 장소로 PC방을 꼽았다.(간접흡연 피해 장소로는 업소(29.8%)가 가장 많았으며, 이어 길거리(18.6%), 직장내(14.4%), 집(13.4%), 버스정류장(6.1%), 식당(2.1%), PC방(1.7%), 술집(1.5%), 공공장소(1.5%), 학교(1.3%), 택시 등 차량(1.2%) 등의 순이었다.) 실제로 PC방에서 간접흡연을 경험한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데 PC방 문턱에는 가보지도 못한 사람들이 신문기사를 쓰고 단속을 하고 또 규제를 하는 것이다. 국민건강증진법은 PC방 업주들에게 금연칸막이공사를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정부의 금연정책은 말리기 힘들 듯 하다. 서울시는 9월 1일부터 시내의 모든 정류소를 금연구역으로 지정, 운영하기로 했다.

PC게임을 하다가 돌연사한 사람은 어떨까? 그는 자신의 욕망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에 죽음을 재촉했다. PC채팅으로부터 파생한 부작용들을 논하자면 논쟁에 앞서 ‘과연 채팅이라는 것이 PC방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인가’라고 먼저 말하고 싶다. PC게임과 채팅이 중독성이 강하다고 해서 그 일차적인 책임을 PC방에 전가하는 것은 결코 타당하지 않다. 그리고 이러한 부작용들은 ‘PC방이라는 공간의 제공이 불러온 것이 아니라 게임산업의 급성장과 청소년 놀이문화의 부재와 같은 측면에서 접근해야 더 빨리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공개적인 PC방에서 낯두껍게 성인물을 관람하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PC방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들이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또한 PC방 업주의 거의 대부분은 이미 국가에서 지정·보급한 유해사이트 차단프로그램을 유료구입해서 전좌석에 설치해놓은 지 오래다.

가끔 담배냄새가 배어있는 PC방에서 어린 학생들이 게임에 몰두해 있는 모습을 보면 자식 둔 부모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어렸을 때와는 분명 시대가 변했음을 이해해야 한다. 또 어린 학생들의 출입을 밤늦게까지 허용하며 매상 올리기에 급급한 PC방 업주는 사실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밤 10시가 가까워질수록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는 업주들의 고충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도박공화국, 그리고 계속되는 규제

이렇듯 PC방에 대한 외부의 시선이 곱지 않은 데다가 지난 해에는 바다이야기와 도박PC방 광풍이 불어 PC방에 대한 인식은 더욱 악화되었다. 도박공화국이라는 신종단어가 생길만큼 PC방은 홍역을 앓았었고 PC방 관련 사업을 하다보니 필자 역시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감수해야 했다. PC방은 단지 인식만 나빠진 것이 아니다. 도박PC방은 건축법과 등록제를 탄생시켰고 건축법과 등록제는 정상적인 PC방을 운영하던 업주와 새로이 창업을 준비하는 모든 이들에게 경제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기존의 대다수 업주들은 몇 달 후 무등록 불법업소로 전락할 것이고, 불필요한 비용의 지출은 PC방 예비창업자들의 마음까지도 무겁게 할 것이다. 참고로 PC방에 대한 규제는 지난해 5월 건축법개정에서 극에 달했는데 ‘한 건물 내에서 PC방을 포함한 게임제공업소의 면적의 합이 150㎡를 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주요골자였다. 아니 대체 사행성과 PC방의 영업장 면적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단 말인가? 이런 상식 이하의 졸속행정은 앞으로는 경험하지 않았으면 한다.

최근들어 정부는 업장의 시설기준과 허가사항을 계속적으로 강화하고 지자체를 통해 직접 관리하려 하고 있다. 각종 규제와 법규들은 PC방 이용객들의 안위와 건강을 지키기 위해 탄생하게 된 것이지만 PC방이라는 업종이 생겨난지 10년이나 된 시점에 이러한 조치는 분명 늦은감이 있고 정도 또한 지나치다. 일각에서는 PC방 창업시장의 열기를 식히기 위해 정부가 제재를 가하고 있고, 또 한동안 심각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성인도박 PC방은 정치인들의 정치자금마련을 위해 기획된 음모였다는 설이 나돌기도 했다. 믿거나 말거나...

참고로 PC방 창업시장의 열기는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인 2000년으로 거슬러 가보면 알 수 있는데, 이미 그때 PC방은 전국에 2만개 업소를 넘어선 포화상태였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 아무튼 현재의 PC방은 불필요한 여러 규제로 인해 시달리고 있다. 이제 PC방은 운영하는 것도, 새로이 창업을 하는 것도 모두 쉽지 않게 되었다.

업계의 자정노력과 PC방 생존권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이렇게 PC방이라는 업종에 대해 외부에서는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고 있고, 또 정부는 계속적으로 규제일변도의 정책을 펴고 있지만 이미 PC방 업계는 오래 전부터 자정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다. 얼마 전 PC방 협회를 중심으로 불법소프트웨어 사용 근절을 위한 MS윈도우 공동구매를 진행한 바 있는데 이러한 것들이 좋은 본보기라 할 수 있으며 금연칸막이 시설확충과 음란물차단소프트웨어의 설치 등, 비용을 수반하는 여러 가지 조치에 대해서도 일선의 많은 PC방들이 묵묵히 이를 실천해 나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러 PC방 단체, 사설 커뮤니티, 창업대행업체에서도 ‘깨끗한 PC방’을 만들어가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PC방 자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PC방은 등록제라는 거대한 암초 앞에서 갈팡질팡하며 속을 태우고 있다. 최근 등록제를 ‘PC방 존속을 위협하는 최대 현안’으로 인식, PC방 업계의 여러 단체들이 모여 <PC방 생존권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등록제 규제완화와 기존업소들의 원만한 등록을 위해 전국의 PC방과 관련단체들의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기존 업소들의 기득권이 아닌 생존권을 위해서 소집되었고 기존업소는 물론 예비창업자들에게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제 PC방 등록 마감시한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개인적으로는 등록제로 인해 무더기 폐업사태와 같은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피예모도 비상대책위원회의 일원으로 참여해 업계의 생존을 위해 일조하려 한다.


알림:
1. 이 글은 피예모(
http://cafe.naver.com/pcbangstudy)카페에 2007년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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