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6월호(통권 271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모니터가 없는 PC방을 상상할 수 있을까? 이 뚱딴지같은 질문을 촉발시킨 주인공은 최근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이하 HMD)다.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등장할 법한 HMD가 시장에 출시되면서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HMD는 말 그대로 머리에 쓰는 형태의 디스플레이로, 눈과 스크린의 거리가 극단적으로 가깝다. 이러한 특징은 몰입도 강화라는 측면에서 상당히 유리해 HMD는 차세대 게이밍 디스플레이로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해외 게임업계에서는 HMD를 활용한 시도들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밸브코퍼레이션 및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 등 유명 게임사들은 게임기획 단계에서부터 HMD를 활용한 게이밍을 고려하고 있을 정도다. 이러한 HMD의 발전을 살펴보고 PC방 디스플레이로서의 가능성을 진단해봤다.

 

 

   

 

크게, 더 크게, 작지만 크게?
모니터는 매장의 첫인상을 결정하고, 손님의 게이밍 경험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PC방 운영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대형 모니터는 넓은 시야와 큰 해상도를 제공해 유저에게 월등한 몰입감을 선사했고, 대형 모니터는 PC방의 차별화된 경쟁력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아왔다. 특히 시각적 각인효과가 커서 우수한 화질 혹은 큰 화면이 갖는 입소문과 집객효과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이는 PC방 모니터의 주류가 24형에서 27형로, 다시 27형에서 32형로 대형화된 사례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보면, HMD는 PC방의 차세대 디스플레이다. 주변 시야를 완전히 차단한다는 점에서 일반 모니터와는 확연히 다른 몰입감을 제공한다.

또한 제조사의 설명에 따르면, HMD는 750형 화면을 20m 거리에서 보는 것같은 효과가 있다. PC방 모니터의 최대 크기는 책상 공간을 고려하면 32형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가로 16m, 세로 9m 크기의 모니터를 도입하는 셈이다.

3D TV가 따라올 수 없는 입체감
HMD는 입체감을 표현하는 3D 영상에도 특화되어 있다. HMD의 입체감은 3D TV가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하나의 스크린에 2종의 영상을 재생하는 3D TV는 스크린에 흐릿한 잔상이 미세하게 남을 수밖에 없다. 이는 화질 저하 외에도 안구의 피로도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3D TV의 난제로 여겨진다.

 

 

   


그러나 HMD는 2개의 소형 스크린이 양쪽 눈앞에 각각 위치하고 있다. 화면 외부로 시선이 분산되지 않는데다가 좌우 영상이 좌우 동공에 직접 맞춰 각 스크린에 각각의 영상을 재생함으로써 간섭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덕분에 HMD는 깨끗한 화질과 입체감을 자랑한다.

 

 

 

PC온라인게임과의 궁합, 장담 못해
그러나 HMD의 PC방 도입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무턱대고 도입하기에는 HMD가 풀어야할 숙제가 너무 많다는 이유에서다. 우선 100만 원을 호가하는 가격은 차치하더라도 다양한 장르의 온라인게임에 HMD가 얼마나 부합할지가 미지수다.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해 조작을 하면서 채팅까지 하는 온라인게임과 HMD는 궁합이 나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게이밍 기어로써 HMD에 주목하는 게임 유저들은 콘솔게임이나 FPS게임에 국한되어 있다.

콘솔게임은 게임패드를 이용해 플레이하며, 방향키와 6개 내외 버튼으로 구성된 게임패드로 모든 조작이 가능하다. 손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을 움직여 조작한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또한 FPS게임은 대체적으로 다양한 버튼 사용을 요구하지 않는다.

뭐지? 이 어지럼증은…
HMD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현상은 바로 어지럼증이다. HMD를 체험한 유저들 중 대부분이 1시간여 만에 어지럼증을 호소하고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 3D 울렁증이라고도 불리는 이러한 어지러움증은 역설적으로 뛰어난 입체감에 의한 반작용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어지럼증은 단순 HMD는 물론, 고개를 움직여 카메라워킹까지 가능한 게이밍 HMD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는 PC방 디스플레이로는 치명적 결함이 될 수 있다. 집객효과를 노리고 도입한 HMD가 오히려 손님의 장시간 이용에 제약으로 작용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비록 이런 어지럼증이 HMD 이용 중 일부에서 나타나는 증상이고, 기술 개선을 통해 어지럼증 유발이 점차 감소하고 있지만 손님의 게이밍 경험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PC방 업주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장시간 쾌적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한 PC방 입장에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문제다.

마치며
살펴본 대로 HMD는 분명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있다. HMD가 PC방에서 제자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가격, 온라인게임과의 적합성, 어지럼증, A/S 및 내구도 등에 대한 확실한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제들이 하나둘 해결된다면 HMD는 PC방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장치가 될 것이다. 더 나아가 SSD나 트리플모니터를 활용한 프리미엄 좌석이 과거 유행했던 것처럼 HMD 프리미엄 좌석의 등장도 머지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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