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해 보려 한다는 것. 이것은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고객이 진정 원하는 것, 고객이 늘 머릿속에서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잘 파악하고 그에 맞추어 고객을 대한다면 누구든지 사업에서 쉽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쉽게 성공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얻기 이전에 자기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이익부터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인 태도가 있고 그러한 태도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있어 장애가 된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태도가 있다면 성공은 조금 더 가까운 곳에 있고, 내가 얻는 이익보다 고객이 얻는 이익을 먼저 생각한다면 돈은 어느 순간부터 저절로 나를 따라온다. 고객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게 하기 위해선 그에 어울리는 서비스를 충실히 해야한다. 고객 입장에서 내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게하면 안된다.

창업을 앞둔 예비창업자들은 대개 겉으로는 욕심이 없는 듯한 태도를 보이지만, 내심 대박의 환상을 꿈꾸고 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미래의 예비고객들은 당신의 그 원대한 꿈에 대해서는 아무 관심조차 없다. 고객은 자기 자신이 원하는 것, 오로지 자신의 관심사만 생각하고 있다. 고객에게 당신의 주머니 사정은 안중에도 없다. 그저 서비스 잘 받고 저렴하게 놀다 가면 그만인 것이다. 뒷자리를 정리해주고 자리를 떠나는 고객은 100명 중 1명이나 있을까 말까하지 않은가? 고객은 그런 존재이다.

한 번 방문한 고객의 재방문 가능성은 몇 %나 될까? 장사를 시작하고 1년 정도 흐른 뒤 회원명부를 들춰보면 1회성 방문으로 그친 손님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매장에서 근무하면서 여러분들이 반드시 해야할 일 중에 하나는 바로 고객의 태도를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다. 여러분들은 바로 그렇게 고객의 마음을 읽고 미흡한 점을 개선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고객의 재방문 확률을 높이는 작업을 해야한다. 이런 일들을 소홀히 하거나 뒷전으로 미루는 사람은 돈 벌 기회를 내던지는 것이다. 매장 일 이외에 다른 일에 몰두하거나(특히 투잡하시는 분들), 그저 게임에 미쳐 매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관심조차 없는 사람들이 이 부류에 해당된다. 단언컨대 이런 분들은 돈 벌 자격이 없다.

수개월동안 열심히 계획하고 준비해서 창업함과 동시에 여러분은 고객들로부터 평가를 받게 된다. 물론 아쉬운 점 투성일 것이다. 그러나 창업은 목적지가 아니다. 창업은 분명 시작이다. 경주를 하기 위해서 체력을 기르고 연습을 하듯이 여러분들은 그 출발선상에 서기 위해 그동안 창업을 위한 노력들을 해왔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인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고객들의 머릿속엔 무슨 생각들이 들어 있을까?

한 번 예를 들어보자.

1. "이집은 다 좋은데 사실 요금이 조금 부담돼. 체인점이라 그런가? 저 아래쪽에 새로 pc방이 생긴다던데, 거기 오픈하면 이쪽은 발길을 끊어야지. 그때까지 쌓였던 마일리지는 남김없이 다 써버리겠어."

2. "이 pc방은 주인장이 너무 무뚝뚝해. 알바들도 주인 닮아가지고 하나같이 모두 불친절하고 말붙이기도 싫어. 대체 직원교육은 하는거야? 하긴 주인이 저 모양인데, 끌끌끌. 내가 여기에 오는 건 단지 다른 pc방이 집에서 멀기 때문이야. 독점이라 그런지 주인이 너무 고압적이야. 정말 꼴불견이군."

3. "왜이렇게 마우스가 뻑뻑한거지? 이놈의 청패드는 자꾸 미끄러져서 정말 환장하겠군. 그리고 키보드 좀 바꿀 때가 된 것 같은데 아직도 그대로야. 벌써 세 번이나 자리를 옮기고 있어. 들어오는 길에 업그레이드 했다는 현수막을 본 것 같은데, 도대체 뭘 업그레이드 했다는 거지? 주인장은 보이지도 않고 알바는 들어올 때부터 계속 게임에만 정신이 팔려 있군. 게다가 자리는 치우지도 않고, 음료수는 쏟아져서 끈적거리고, 담뱃재와 엉켜 보기만해도 더러워죽겠어. 대체 걸레질은 한거야? 정말이지 불쾌하고 짜증나는 pc방이군. 두번 다신 안와."

4. "이 집은 들어올 때 시원한 음료수를 줘서 좋긴한데, 왠지 주인은 이 음료수 서비스하는 것을 굉장히 아까워하는 눈치야. 하루라도 빨리 이 서비스를 끊었으면 하는 표정이구만. 쩝. 눈치보여서 뭐라도 좀 사먹어야겠군."

5. "이 pc방은 온통 총싸움 하는 사람밖에 없는 것 같아. 고막이 터질 것 같은데 주인은 카운터에서 뭘 보는지 히죽거리고만 있어. 헤드셋을 자리마다 비치해주면 안되나? 원. 나 같이 RPG게임만 하는 손님은 손님도 아니란 건가? 시끄럽다고 해서 내가 직접 다른 손님들한테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잖아? 호출벨도 없어서 저기 멀리 카운터까지 직접 가야해. 그리고 듣기 싫은 소리 하면 주인도 짜증나겠지?”

6. "정말 담배냄새 때문에 미치겠어. 한시간 밖에 있지 않은 것 같은데 머리가 지끈거리는게 토할 거 같아. 대체 환기는 하는거야? 그리고 난 금연구역에 앉았는데 건너편 테이블에서 자꾸 담배연기가 넘어오고 있어. 저기도 금연석 같은데... 내가 불만을 얘기하면 주인도 입장이 난처하겠지? 누구에게는 싫은 소리를 해야 할 것 아냐? 근데 내가 왜 이런 상황을 고민해야 하지?"

대개 이런 것들이다.

손님으로 돌아가라. 그것도 가장 까다로운 손님으로 변신하라. 여러분이 손님으로 pc방을 찾아 다닐 때 느꼈던 점들을 모두 메모해 두었는가? 개선이 시급하다고 생각했었던 것들, 서비스가 아쉬웠던 부분들을 기억하고 있는가? 요즘 이것저것 창업준비 하느라고 바빠서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최고사양 PC에 최고급 시설을 해놓으면 게임 끝인데 무슨 서비스 타령이냐고? 내가 돈을 벌려고 투자하는 거지 자선사업 하려고 이러는 것이 아니라고?

물론 그 말도 맞다. 다 돈을 벌기 위해 이렇게 발품을 팔고 바쁘게 움직이는 것이다. 그러나 고객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신념만 믿고 창업에 임한다면 아무리 좋은 시설로 고객을 유인한다해도 매장은 손님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된다.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태도는 창업을 준비할 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여기 삼성이라는 로고가 새겨져 있는 브랜드PC와 투박한 케이스의 조립PC가 있다. 지금 나는 이 두 가지 종류의 PC를 놓고 고민을 하고 있다. 서로의 장단점이 있는데 성능은 조립PC가 조금 앞서지만 A/S는 부품별 제조사에 문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번거롭다. 조립PC는 무자료 현금거래가 가능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반면에 브랜드 PC는 부가세 환급이 가능하다. 표면적인 가격은 조립PC가 조금 싼 편이지만, 부가세 환급에 윈도우를 별도구매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결국 가격적으로는 비슷하다. 나는 어떤 PC를 선택해야 할까?』

여기서 PC의 성능이나 가격적인 면은 일단 뒤로하고 “내가 PC방을 이용하는 고객이라면?” 이라는 가정을 하고 제품을 바라본다면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이 선택에 대해선 두 가지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데,

첫째는 ‘브랜드 가치에 대한 고객의 평가’이고,
둘째는 ‘성능에 있어 고객이 얼마나 차이를 느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PC방에 시장조사를 나가서 한번 주변 손님들에게 슬쩍 물어보라. 조립PC와 브랜드PC 중 어느 것을 더 선호하는지를. 여러 사람에게 물어볼수록 좋다. 아마도 그 결과가 그동안 당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많은 차이를 보일지도 모른다. 조립PC가 무조건 성능에서 우위다라고 생각하는 고객이 있는 반면, 삼성이라는 로고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고객도 있다. 당신의 기준, 당신의 지식에 한정지어 생각하면 안된다. 또한 최고급 PC를 들여놓는 것보다 PC구입비용을 낮추고 자본을 적절히 분배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스펙의 차이를 너무 신봉하는 것도 좋지 않다. 대체 얼마나 많은 고객들이 현수막에 쓰여진 PC스펙을 구분해 낼 수 있겠는가? 극히 일부일 뿐이다. 최신의 PC스펙과 최고급 인테리어는 당신의 머릿속에서나 중요한 것이지, 고객들은 그게 뭔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다. 스타크래프트 유저는 PC사양보다는 마우스와 키보드의 상태에 더 관심이 있고, 포커게임 유저는 편안한 의자와 눈이 편한 모니터가 중요할 것이다. FPS유저에겐 빠른 반응속도의 모니터와 주변기기가 중요하고, 클로즈베타 게임을 즐기는 유저는 해당 게임이 설치되어 있는지의 여부가 더 관심사다. 리니지2 유저들은 1컴 2계정을 허용하는지의 여부가 중요하고, 와우 유저들은 같은 게임을 하는 손님들과 어울리고 싶어할 지도 모른다.

아무튼 PC를 선택하는 것은 당신이지만, 그 PC를 사용하는 것은 고객이다.
일단 무조건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합의점을 찾아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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