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4월호(통권 269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러다가는 게임이 성인들만의 전유물이 될지도 모를 노릇이다. 청소년 보호라는 좋은 취지에서 추진되었지만, 잘못된 기준과 과정으로 얼룩진 일련의 게임 규제 때문이다. 게임과 폭력성의 상관관계에 대한 과학적 결론 도출은 커녕, 이를 위한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은 채 규제에만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정부를 향해 각계에서 비판을 쏟아내고 있지만 게임에 대한 이성적인 판단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삼중규제 논란에 휩싸였던 ‘셧다운제’, 게임 소관부처가 바뀌는 사이 각 부처마다 내놓은 각종 규제들, 관심사에서 사라져버린 게임심의 민간이양, 게임사들의 잇단 보이콧 발표로 우려되는 지스타 파행 등 난제 속에서 게임 산업이 비틀거리고 있다.

맞으면 아픈 법
2012년 온라인게임 등급분류 건수만 보더라도 이러한 분위기는 여실히 드러난다. 게임물등급위원회(위원장 백화종, 이하 게임위)에서 발표한 ‘2012년 상반기 게임물 등급분류 결정’에 따르면, 등급이 결정된 PC온라인게임은 총 385건으로 집계돼 562건이었던 2011년에 비해 177건이나 줄었다.

시장이 위협을 받으면 기업은 사업을 축소하기 마련이다. 또한 생존을 위해 위험을 줄이는 전략을 선택하게 되는데, 이는 투자비용이 적은 외산게임을 수입하고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자유로운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을 선호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불 보듯 뻔한 결과
이러한 경향은 실제로 현실화되고 있다. 대형 게임사는 물론이고, 중소형 게임사들이 앞 다투어 개발 스튜디오를 정리했고, 뼈를 깎는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대한민국 산업군을 통틀어 청년고용비율이 가장 높은 게임산업의 긴축은 거시적인 청년 취업률에까지 도미노 효과를 나타낸 것이다.

한편, 지난해 상반기 게임위를 통과한 총 385개의 PC온라인게임의 국적을 살펴본 결과, 전체의 절반이 넘는 205개의 게임이 외산게임으로 나타나 해외 게임사들의 국내 진출과 함께 국내 퍼블리셔들의 외산게임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청소년들이 이용할 수 있는 등급의 게임이 현저히 줄어든 것이다.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의 게임이 전체 게임의 29.9%로 나타났으며, 이는 2011년에 비해 10%포인트나 증가한 수치다.

서해 바다 건너편에서도
한편, 바다 건너 중국에서도 국내와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청소년 게임중독을 해결하기 위한 묘책이라며, 한국의 규제안을 모방해 의무적 인터넷실명제, 셧다운제, 과몰입 방지시스템 등 각종 방안을 내놓고 있다.

중국 정부는 실명제, 셧다운제, 과몰입 방지시스템 등 지정제도를 준수하지 않은 게임업체는 엄중히 처벌을 가할 것이라는 엄포를 놓아, 게임업체 전반에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과거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게임 산업을 육성·지원하는 등 규제 일변도로 흐르는 국내 정책과 대조를 이루었지만, 최근 중국 청소년인터넷협회가 ‘중국 게임 그린도 측정 통계 보고’에서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대부분의 온라인게임이 청소년에게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내린 이후 당국의 태도는 완전히 바뀌었다.

청소년 보호라는 이름으로
보고서는 전체 게임 중 40% 이상이 과몰입 방지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았으며, 58%에 육박하는 게임이 과소비를 부추겼다고 단정했다. 특히, 전체 게임의 78%를 18세 이하 청소년이 이용하기에 부적합하다고 지적한 대목은 연령별 등급을 세분화하는 심의제도의 가능성을 시사해, 중국 게임업계에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후 중국 정부는 등급제를 도입을 확정했다고 발표했으며, 곧 구체적인 일정이나 분류 기준 등 세부정보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게임의 78%를 청소년이 이용하기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하는 협회에서 추진 중인 등급제 및 규제는 분명 중국 게임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많은 게임사들이 성인 유저에 집중하거나, 아동용 게임 개발 쪽으로 사업방향을 선회할 전망이다.

한국 PC방 노크하는 중국 게임사
중국 게임은 해마다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과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국내 퍼블리셔들은 적은 예산으로 게임을 출시할 수 있어 잇단 러브콜을 보내고 있으며, 중국 게임사들 역시 종주국에서의 흥행을 노리고 계속해서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클라이언트 기반의 고사양 온라인게임을 주로 서비스하는 PC방에서는 중국 게임의 힘을 피부로 느끼기 어렵지만, 시장의 성격이 약간 다른 웹게임 부분에서 중국은 으뜸으로 손꼽히는 파워하우스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성장한 중국산 온라인게임들은 이미 PC방 점유율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온라인게임이 기획 단계에서부터 성인 유저를 주요 타겟으로 설정한다면, PC방이 서비스하는 게임들 중 ‘청소년이용불가’ 게임의 비중 또한 높아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국내 게임사의 청소년 게임 비중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외산 게임마저 성인지향 일색으로 바뀐다면 그 흐름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PC방 손님이 바뀔 수 있다
PC방은 온라인게임을 주요 콘텐츠로 삼고 있는 이상, 이러한 국내외 동향을 예의 주시할 수밖에 없다. 게임사의 라인업에서 ‘청소년이용불가’ 게임의 비율이 높아진다면, PC방이 손님들에게 서비스할 수 있는 게임에서 ‘청소년이용불가’ 게임의 비율이 함께 높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PC방 영업에도 크고 작은 변화를 야기하게 된다. 게임산업 내에서 청소년층의 비중이 줄어드는 만큼, 게임 이용자들의 연령대는 상승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PC방의 손님층 가운데 청소년들을 상당수 잃게 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자료에서도 나타났듯이, 성인들은 문화생활에 쓰는 돈이 최대한 줄이고 있다. 성인 손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다면, 보다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을 확보해 패밀리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거듭나려고 하는 PC방 업계에는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현재 PC방 업계는 전면금연화 등 시급한 문제에 봉착해 있다. 전면금연화 시행일인 6월 8일에는 ‘흑’ 아니면 ‘백’으로 명확한 결과가 나오지만, 게임 콘텐츠 및 손님 연령대의 변화는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서서히 그리고 조용히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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