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10월호(통권 263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근 ‘깡통주택’이 한국 경제를 대변하는 용어가 되어버렸다. 주택의 디플레이션이 사회적 문제를 넘어 국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통화공급과 신용의 추축으로 주택에 대한 가치가 하락하고 주택 경제 활동이 침체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 결과 소위 투자용으로 확보한 주택이 가계 부채의 제1 요인이 되어버렸는데, 팔아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안팔아도 이자 더미에 깔리게 생겼다 

소상공인 업종에 불어닥친 디플레이션 효과
이러한 한국 경제의 주택 디플레이션은 실물경제 위축으로도 이어져 소상공인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얼핏 임차대로 영업을 영위하는 소상공인에게 디플레이션과 무관해보이기도 하지만, 현재 업종에서 100% 자기자본으로 개업을 한 업주는 소수에 불과하다. 더욱이 리모델링이나 2차 투자 나아가 생계형 대출까지 디플레이션 효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요소가 너무나도 많은 상황이다.

당장 PC방 업계의 권리금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급격한 경기침체로 문화소비가 줄어드는 것도 원인 중 하나이고, PC방 관련 규제가 늘어남에 따라 창업에 대한 불안이 높아지는 것도 원인일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창업 후 생계를 유지해나갈 수 있다는 확신, 즉 BEP에 대한 설계가 불투명하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권리금은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일명 자릿세인 바닥 권리금, 감가상각이 반영된 중고 가치를 평가하는 시설 권리금, 영업상 매출 극대화를 꾀하는 브랜드나 노하우 등에 대한 영업 권리금이 있다. 이 가운데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바닥 권리금을 제외하고, 시설권리금과 영업권리금에 대한 가치가 낮아지고 있다. 소비 자체가 침체되면서 중고 즉 시설권리금에 대한 평가가 낮아지게 되어 PC방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PC를 비롯해 인테리어와 기타 전자기기들에 대한 가치 평가가 하락했다. 여기에 경기 침체로 인한 매출 영업이 불안정해지고 있어 영업 권리금 역시 평가절하되고 있다. 일반 물가는 지속해서 오르는데도 말이다.

대출을 받은 PC방으로서는 매장을 팔아도 그 빚을 청산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내몰린 것이다. 팔지 않아도 대출에 따른 이자 압박은 수익성을 극도로 낮춰 현상유지도 어려운 상황을 만들고 있다. 사실상 PC방의 경제적 체력을 약화시키는 핵심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PC방의 모습은 지금 한국 경제가 처해 있는 ‘빚은 많고 자산가치는 떨어지고 있는’ 디플레이션 현상과 꼭 닮은 꼴이다.

한참 PC방이 성업하던 2008년만 해도 PC방을 양도하면 나름 수익성이 있었다. 다소 주춤했던 2009~2010년만 해도 감가상각을 감안하면 준수한 평가는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재창업을 꿈꿀 수 없을 만큼 낮은 평가로 거래가 제시되고 있다.

당장 창업비용보다 매매가가 더 낮은 상황이다. 이는 얼핏 듣기에 인수창업하기 좋은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막상 꼼꼼히 따져보면 영업에 어려움이 크고 그에 따라 시설 권리금의 기대가치가 급락하고 있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결국 매매가가 창업비용보다 낮아져도 매물은 팔리지 않게 된다. 아니 팔릴 수 없는 여건인 것이다.

대출로 인한 빈곤의 악순환
올해 1월 MBC PD수첩에서 골목상권의 어려움을 조명하는 과정에서 대출을 빈곤의 악순환을 완성시키는 요소로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PC방 창업시 자기자본만으로 창업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PC방 업종의 평균 규모로 창업을 하더라도 당장 PC 72대만 해도 OS를 포함해 8천만 원이 훌쩍 넘어서며, 실내 인테리어와 유동 인테리어도 최소 5천만 원은 가볍게 넘어선다. 여기에 각종 기기와 시설비 그리고 160㎡ 전후 매장 보증금을 생각하면 2억 원 가량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PC방 업주가 이러한 창업비용의 일부는 대출에 의존하며,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창업을 하는 경우에는 더 큰 비중의 대출에 의존하게 된다. 무분별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도 한 몫 한다. 프랜차이즈는 자기자본이 충분한 예비창업자에게도 대출과 금융연계 상품을 강요한다. 결국 일단 빚을 진 상태로 창업을 하도록 계약되어지는 것이다.

이런 대출은 창업의 문턱을 낮추기는 하지만, 경영 압박과 디플레이션 효과의 한 축이 되어버린다. 소상공인지원기금 외에는 이렇다 할 저리 대출이 없다. 결국 기준금리 변동에 따라 이자율이 요동을 치고, 결국 그 무게는 금융권이나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아닌 PC방 업주에게 고스란히 넘겨질 수밖에 없다.

대출을 받아 투자했으나, 투자 효과가 미비할 뿐만 아니라 시설 권리금의 기대가치마저 낮아져 자산 가치가 급락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이자는 꾸준히 지출해야하기 때문에 빈곤의 악순환이 완성되는 것이다.

정부가 주택 디플레이션의 견제책이라고 주장하는 DTI(총부채상환비율)도 현재와 같은 주택 가치 하락이 계속된다면 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은 불가능해진다. 특히 DTI로 인해 대출마저 제한되고 있어 사실상 소상공인들은 한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현상을 더욱 크게 체감 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소상공인들이 재도약을 위한 리모델링을 하고자 은행문을 두드렸으나 DTI를 이유로 대출이 거절당한 사례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지난 6월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의 간담회에서도 이 같은 사실이 공론화되기도 했다.

경제적 체력 고민해야할 때
경기 침체, 경제 디플레이션, PC방 전면금연화, 온라인게임 규제 확대 등 이런 저런 이유로 PC방 업계는 큰 위기에 처해있다. 남은 시간도 그리 많지 않다. 당장 올 가을이 끝날 쯔음에는 경제 디플레이션이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내년 6월에는 PC방 전면금연화가 본격 시행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지금이라도 경제적 체력을 비축해야만 한다. 비록 지금도 그리 좋은 경제 상황은 아니지만, 점점 더 경제적 상황이 악화될 여지가 크다고 전망되고 있다. 막연하게 내년 6월까지 버티다가 팔고 나가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경쟁력 재고 대신 출혈경쟁으로 버티다가는 매매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에 봉착할 수도 있다. 가뜩이나 시설 권리금의 가치가 하락하고 있는데, 영업 권리금이 급감해 있는 매물은 매매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아직 겨울 성수기가 남아있는 지금이야 말로 경쟁력을 높이고 경제적 체력을 비축해서 PC방 전면금연화의 여파를 대비해야 할 마지막 기회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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