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두 가지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바로 ‘PC방에 다니는 사람들’과 ‘PC방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 두 부류의 사람들은 명확하게 나뉘기 때문에 주로 PC방을 출입하는 손님들을 공략해야 한다는 것이 그동안의 PC방 업계 지론이었지만 최근에는 이와 같은 경계가 허물어졌다.

경계를 허문 것은 다름 아닌 <디아블로3>다. 역대 게임 출시와 PC방 가동률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흥행에 성공한 게임이 출시됐다고 하더라도 PC방 가동률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160주 연속 PC방 점유율 1위를 기록한 <아이온>이 출시됐을 당시에도 PC방 가동률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디아블로3>는 달랐다. 사회적으로 폭발적인 관심이 그대로 PC방 점유율에 반영되면서 점유율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고, PC방 가동률도 경이적인 기록을 달성했다. <블레이드앤소울>이 출시되기 전까지 PC방 가동률 상승은 <디아블로3>가 견인차 역할을 했다.

<디아블로3>가 PC방 점유율 기록을 갈아치운 것은 상대적으로 경쟁작이 부족했다는 것도 있지만, PC방 가동률 기록까지 갈아치웠다는 것은 <디아블로3>가 그동안 PC방을 찾지 않던 휴면고객들을 다시 PC방으로 불러들였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휴면고객들은 30대 게임 유저들이다. <디아블로>의 향수를 지니고 있는 30대가 <디아블로3>를 즐기기 위해 PC방을 찾은 것이다. 이 때문에 전통적으로 1년 중 가동률이 가장 낮은 시기인 5~6월에 이례적으로 성수기 이상의 가동률이 집계됐다.

PC방 가동률은 매출과 비례하기 때문에 외부에서는 <디아블로3>로 인해 PC방이 호황을 맞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부분의 PC방 업주들 역시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 <블레이드앤소울> 출시와 여름방학으로 인해 시너지 효과까지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PC방 업주들은 매출이 상승하고 있는 지금이 앞으로 PC방 업계의 비전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중대한 시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정 게임이 PC방을 찾지 않던 휴면고객을 어렵게 불러들였지만, 쉽게 잃을 수 있는 고객도 역시 이들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PC방 업주는 “다들 호황이라고 하지만 언제든지 상황은 변할 수 있다”며 “<디아블로3>의 콘텐츠 소진 속도가 빠르다보니 일부 손님들은 벌써부터 지루해하는 등 이미 어렵게 불러들인 휴면고객의 이탈이 시작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 PC방의 게임 점유율을 서비스하는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디아블로3>가 출시되기 이전 3월과 4월의 전체 게임 총 사용시간은 평일 400만~500만 시간, 주말 600만~700만 시간이고, 출시 이후인 5월에는 평일 600만~700만 시간, 주말 800만~900만 시간을 기록했다.

하지만 <디아블로3>는 콘텐츠 소진 속도가 빠르다고 알려졌다. 이를 반영하듯 6월의 전체 게임 총 사용시간은 평일 500만~600만, 주말 800만~900만 시간대로 다소 줄어들었다. <블레이드앤소울> 출시 전까지 <디아블로3>로 인한 효과는 6월 이후부터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디아블로3>의 사용시간을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5월 말까지 단일 게임으로만 300만 시간 이상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이후 6월에는 평균적으로 200만 시간 이하의 사용시간을 나타냈고, <블레이드앤소울> OBT 이후부터는 100만 시간대로 떨어졌다.

이처럼 <디아블로3>의 수요가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다행인 것은 PC방 가동률이 <디아블로3> 출시 이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아직까지 휴면고객의 이탈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여름방학도 앞두고 있어 여전히 기대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PC방 업계 전문가들은 여름방학이 끝난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휴면고객들의 관심이 <디아블로3>에서 멀어지더라도 다른 콘텐츠를 이용하기 위해 계속해서 PC방을 찾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권마다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PC방을 출입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 이유가 대부분 비슷하다. 현재의 PC방 환경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체질개선이 필요하다. 시설과 환경에 대한 투자와 고객 중심 서비스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PC방을 찾지 않던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PC방에 적용해야 하는 시점이다. 하다못해 키보드, 마우스라도 한 번 더 닦고, 화장실 청소를 한 번 더 해보자. PC방은 투자와 매출이 비례하는 업종이다. 호황이라고 투자를 하지 않고 나태해지면 반드시 비수기마다 매출부진에 허덕였던 과거의 PC방 영업환경이 반복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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