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7월호(통권 260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전국에는 PC방이 약 17,000여 곳이 있으며,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PC방 1곳에는 평균 72대의 PC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PC방 업계 전체에 1,22만여 대의 PC가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단순 판매 규모만 놓고 봐도 2천7백억 원 규모의 시장으로, PC용 OS인 윈도우즈 제품군을 판매하는 마이크로소프트에 있어서는 놓칠 수 없는 거대 시장이다. 더욱이 고정IP와 사업자라는 정확한 타케팅이 가능하다는 점도 매우 매력적인 시장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한국의 PC방 시장에서 다양한 분쟁을 야기하면서 신버전에 대한 재구매를 강하게 피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프트웨어의 투트랙 전략…
이제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가 PC와 인터넷이다. 따지고 보면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존재가 PC와 인터넷을 더욱 빛나게 도와주고 있다는 사실은 세삼 놀랍다. PC와 인터넷의 발전 만큼이나 소프트웨어의 발전도 꾸준했는데, 이는 기술적인 측면 외에도 판매 등 마케팅 방식에서도 다양한 전략이 시도되어왔다.

기본적으로는 최종소비자를 향한 패키지 상품의 오프라인 유통과 그에 따른 최종소비자의 직접 구매가 가장 보편적인 판매구조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의 발달로 체험 후 구매나 디맨드 구매 방식 등 다양한 구매방식도 선보여지고 있다. 판매 방식에도 전략이 도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가운데 투트랙(Two Track) 전략은 시장의 확대와 매출의 확보라는 두가지 마케팅 목표를 모두 달성하는 효과를 내며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기본 시장 점유 전략으로 각광받고 있다.

투트랙 전략은 기본적으로 시장 확대를 위해 일반 유저에게는 무상으로 이용을 허가해주고, 이윤창출이 목적인 기업에게 유상으로 공급하는 방식이 주요하다. 일반 유저에게 공급되는 소프트웨어가 모든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경우도 있고, 기업에 특화된 기능은 제외되고 공급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일반 유저에게 널리 쓰이는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제대로 된 기능을 갖춘 정품을 무료로 쓸 수 있다는 점은 배포와 인지도 향상에 있어서 매우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 이처럼 대중성이 높아지게 되면 기업에서는 해당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야할 필요성이 높아지게 되고, 이러한 기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다시 보다 나은 소프트웨어의 개발을 추진해 시장 점유율과 만족도를 높이는 순환 형태로 이어지게 된다.

 

 

대표적으로 이스트소프트의 제품군을 들 수 있다. 알약, 알집 등 대표 소프트웨어들이 일반 유저에게는 비영리목적 하에 무료로 제공되지만, 기업과 공공기관은 유료로 제공하고 있다. 특히 PC방에 한해서는 PC방 라이선스를 별도로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MS의 투트랙 전략, 개인 유저는 모르쇠, 기업에는 민감
마이크로소프트도 투트랙 전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개인 유저에게도 패키지를 판매하나 구매 유무에 대한 강도 높은 단속은 뒤따르지 않는다. 사실상 불법복제를 통해 무료로 쓰더라도 관여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를 통해 사회 전반에 걸쳐 ‘PC OS = MS 윈도우즈’라는 공식을 저변에 깔았다. 결국 기업과 관공서는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을 자연스레 쓸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다. 누가 보아도 평범한 개인과 법적 분쟁까지 불사하는 모습 보다는 돈 잘버는 기업에게 수익을 충당하는 것이 여러모로 현실적이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는 미국 상원과 하원에서 지식재산권 보호 법안(PIPA)과 온라인 저작권 침해 금지 법안(SOPA)을 내놓았을 때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얼핏 보기에는 저작권 행사가 곧 매출이며, 행사의 정도가 매출의 규모가 되는 소프트웨어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저작권 관련 보호 법안에 반대한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하지만, 그 속내는 사뭇 다르다.

두 법안은 서로 비슷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데, 기업의 저작권 행사를 강화한다는 것이 아니라 정부 관계 당국에서 불법 복제물과 반디지털권리관리기술을 배포하는 행위를 직접 추적해 법집행을 할 수 있으며, 미국 법무부가 위반행위자를 상대로 법원 명령을 요청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저작권이 강화되고 저작권 보호도 강화되는 것이 맞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를 불법으로 사용하는 개인들까지 해적판 사용이 위축되는 셈이라, 장기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즈의 시장 점유율 중 일부를 리눅스 계열에 좀 더 내줘야할 수도 있게 된다. 즉 OS 시장에서의 영향력과 매출 기반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까닭에 마이크로소프트는 개인 유저들의 불법복제에는 무신경하고, 기업 및 정부기관에 대해서만 기민하게 저작권을 행사하고 있다.

MS 투트랙 전략의 한계, 수정안이 필요해
마이크로소프트의 투트랙 전략은 여타 사례들처럼 매우 효과적인 것이 사실이며, 한국 PC방 시장에 전량 정품을 보급하는 결과도 창출했다.

그러나 초기에 윈도우즈 XP를 PC방 라이선스로 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기한을 설정하지 않아 비스타를 비롯해 윈도우즈 7이 발매된 이후 새로운 버전으로의 전환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오직 신규 창업의 경우에만 윈도우즈 7이 공급되고 있다.

윈도우즈 XP를 통한 수익창출이 컸던 만큼 그 이후 버전들에 대한 매출 부진은 상대적으로 더 크게 느껴졌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신버전의 판매 부진은 투트랙 전략에 단일 판매 방식을 적용했기 때문이며, XP 이후 버전들이 XP의 필요충족분을 뛰어넘어주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XP의 적합성에 다른 버전 배제돼…
사실 윈도우즈 XP는 PC방에 매우 적합한 OS였다. 당시로서는 설치나 운영이 손쉬웠고 무엇보다 게임들에 매우 뛰어난 호환성이 보여줬고, 이는 지금도 유효하다.

비록 국내에는 32비트 체계만 유통되었고, 3.2GB이상의 메모리는 활용할 수 없으며 SSD에 특화되어 있지 못하다는 단점이 이제야 지적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게임 구동에 유리한 OS에 해당된다는 점에서 PC방 업계는 이미 계약한 윈도우즈 XP PC방 라이선스를 다른 버전으로 교체할 이유가 없는 상태다.

물론 2014년부터 윈도우즈 XP에 대한 지원이 종료된다는 점과 게임들이 점점 고성능화되면서 64비트 운영체계를 요구하거나 8GB 이상의 램을 권장하는 경우가 하나둘 소개되고 있어 머지않아 윈도우즈 7 혹은 윈도우즈 8으로 전환되는 시기가 도래하게 될 것이다. 가깝지는 않아도 멀지도 않은 시기일 것이다.

PC방에 특화된 요금 체계 필요해
앞서 언급한 이스트소프트의 경우 투트랙 전략을 십분 활용해 기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나아가 PC방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관리하고 있다. 그만큼 한국 시장에서 PC방이 차지하는 마켓 포지션이 크다는 의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앞서 언급했듯이 패키지 형태로 무기한 제품을 판매한 것은 장기적으로 결코 합리적이지 못하다. 이는 매출을 희망하는 마이크로소프트 측이나, 이를 구매해야 하는 PC방 측이나 모두 해당된다.

기업 입장에서 한번 매출 올리고 재판매가 어려운 시장은 큰 매리트가 없을 것이며, PC방 입장에서는 몇 년간 장사를 할 수 있는지, 언제 신버전으로 업그레이드를 하면 좋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전량 일괄구매하는 방법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신버전이 나와도 재구매로 이어지지 않고 기존 버전을 고수하는 보수적 성향이 뿌리내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투트랙 전략은 고수하되 요금 즉 판매의 방식을 바꾼다면 어떨까.
이미 투트랙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소프트웨어 업체들을 살펴보면 영업 대상에 따라 다양한 유료화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 기간에 따라 영구라이선스, 연간사용계약, 분할납부계약 등이 지원되고 있으며, 수량에 따라 수량기준 정산과 전체사용권을 지원하고 있어 상황에 맞는 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유도하고 있다. 주머니 사정에 맞춰 적당한 대량구매 방식을 제시하고, 신버전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는 말미를 남겨두는 것이다.

PC방 라이선스를 운영하는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1년 단위로 갱신할 수 있게 해 영업 정도에 따라 선택할 수 있되, 라이선스 계약시 큰 부담이 없도록 1년 단위로 기간을 조정하고 있다. 특히 재계약시 할인혜택을 주는 등 이탈을 막고 재계약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유도책도 마련하고 있다.

PC방이 영리목적으로 영업행위를 영위하는 사업자인 것은 맞지만, 기업으로 분류할 수 있는 규모는 아니다. 기업을 기본 모델로 수립한 마이크로소프트의 투트랙 전략을 그대로 끼워맞추기에는 아귀가 너무 안맞는다. ‘사이즈’가 다르다.

윈도우즈 7과 윈도우즈 8을 전면적으로 보급해야하는 숙제를 끌어안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는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살아남은 소프트웨어 업계의 중소기업들이 찾아낸 PC방 업계에 대한 투트랙 전략을 진지하게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윈도우즈 7이 1년 단위 라이선스로 저렴하게 제공되었더라면 지금처럼 PC방 이용율 1%미만이라는 수치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반대로 PC방 입장에서도 1년 단위로 라이선스 갱신으로 일시 지출의 부담이 줄어든다면 고성능화를 위해 꼭 필요한 윈도우즈 7을 도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당장 성수기가 끝나면 비수기 석달을 버틸 수 있을지 고민하는 PC방 업계로서는 기존 윈도우즈 XP를 버리고 수천만 원에 달하는 신버전 윈도우즈를 재구매하는 일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PC방 업계 매출 현실 속에서 현실적으로 구매를 단행할 수 있는 접근성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1년 단위가 되었던 분납 형태가 되었던 말이다.

한 번에 전량 교체를 추진하기 보다는 연간 라이선스 혹은 다른 유형의 라이선스를 통해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해나가는 것이 마이크로소프트는 물론 PC방 업계 양자 모두에게 장기적으로 훨씬 이득이 되는 일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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