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선 말없이 내 눈물을 감출만큼의 비가 내렸다. 그리고 늘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습관처럼 걷는다. 그날도 서초경찰서에서 양재동까지 걸었다. 그저 정신적 고통보다 육체적 고통이 더 힘들다는 듯이 그렇게 내 몸에 열기가 날 때까지 걸었다.

◆ 당신은 청소년보호법을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내가 처음 PC방을 오픈했을 때 청소년보호법보다 가장 신경 쓰였던 부분은 불법소프트웨어와 소방법, 그리고 금연법이였다.
오픈한지 일 년이 다가오는 지금 난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지구대를 거처 경찰서 ‘청소년계’에서 내 주민등록증에 빨간 줄을 그었다.
오픈 당시 청소년보호법은 어느 누구도 나에게 가르쳐주지 않았다. 예전에 내가 PC방을 다녔을 때부터, 아니 언젠가 뉴스에서 들은 것 같기도 하고, 그저 내 머릿속에, 우리들의 머릿속에 ‘그건 하면 안 되는 거야’라는 정의가 세워져 있을 뿐 법조항이나 벌금에 대해선 자세히 알지 못했다.
사람마다 경영방식이란 것이 있다. 내 경영방식은 ‘손님을 돈으로 보지말자’이다. 손님을 돈으로 보는 순간부터 난 돈이란 글씨에 나란 존재를 구속시키는 것 같아 되도록이면 친하게 지내며 노숙자나 돈이 없어 도망가는 사람도 어느 정도 이해하려 애쓰는 편이다. 차라리 처음 들어왔을 때 ‘돈이 없는데 갈 곳이 없다’라고 말을 하면 그냥 자리를 내주는 편이 도망갈까 봐 혹은 훔칠까봐 안절부절 못하는 것보다는 내 자신이나 일하는 직원들도 편할 것이다.

그날도 평소에 자주 오는 학생손님이 집을 가출했다는 것이다. 갈 곳이 없고 옷가지를 맞기며 오늘 하루만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내일부터 갈 곳을 정하고 아르바이트도 구하고 돈을 벌고 싶다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난 몇 번이고 집에 갈 것을 권유했지만, 학생은 완강했다.
누구나 사정은 있다. 그리고 누구나 아픔은 있다. 나도 어렸을 때 저 정도 나이 때 가출한 경험이 있다. 그때 내가 느낀 건 참 세상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과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 학생도 가출이라기보다는 집에서 쫓겨났다고 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뭘까? 야간정액을 시켜주며 몇 번이고 다짐을 받았다. ‘이번뿐이야. 그리고 이것이 최선의 방법은 아닐 것이라고.’
그러고 얼마나 있었을까? 무전기를 들고 2명의 남자가 들어오는 것이었다. 한 번에 경찰임을 직감했다. 그런데 그는 그 학생에게 다가가더니 10분 정도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순간 나의 생각은 ‘학생이 뭘 훔쳤나? 아니면 뭘 잘못했나? 집에서 신고했나?’ 이런저런 걱정을 하고 있을 때 무전기를 든 한 남자가 다가와 형사배지를 보여주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고, ‘무슨 말이지?’ 난 되물었다. “저 학생이 뭘 잘못했나요?” 그러자 형사가 말했다. “이 시간에 청소년을 받은 게 잘못입니다.”라는 것이었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지만 지금은 혼자 가계를 보기 때문에 교대시간까지 기다렸다가 가겠다’”고 했다. 그러자 형사는 마치 범죄자 취급하면 “그럼 이러지 말아야지. 그리고 그것까지 신경 쓸 수 없습니다.”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간곳은 지구대였다.
지구대에서 진술서를 쓰고 1시간 30분 동안 그곳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렸다. ‘뭐야, 그럼 최소한 나보고 1시간 30분 뒤에 오라고하면 되잖아’란 생각이 머릿속에 떠나지 않았으며, 가게에 아무도 없다는 생각에 날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들은 내 앞에서 당당하게 말했다. 오늘 3건했다며 다른 경찰들로 부터 환대를 받으면서 힘들었겠다는 둥, 고생한다는 둥, 그들은 날 투명인간 취급하며, 그 학생하고만 얘기를 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경찰차를 타고 간곳은 서초경찰서 청소년 계였다. 취조라고 해야 하나, 하나하나 알고 있는 내용도 다시 물어보며 지장을 찍고 사인을 하라고 한 뒤, 그 형사는 나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운이 없다고 생각하라며, 다음주 중에 재판이 있으니까 그때 형이 집행된다고 했다.
이 모두가 남일 같았다. 내 머릿속이 너무도 혼란스러웠다. 경찰서나 지구대나 한결같이 내가 뭘 잘못했는지 말해주지 않았다. 그저 내가 나쁜 놈이라는, 돈이 없어 학생들이나 받아먹는 그런 사람으로만 보았다. 너무도 답답한 마음에 가게로 와서 인터넷을 뒤져보고 알았다. 이게 정말 제대로 된 법인지 조차 의심스럽다. 법은 만들고 나면 그 후로는 어느 누구도 말해주지 않는다. 모르면 그 사람만 피해를 보는 게 바로 법이다.
지금은 청소년이 들어오면 물어보지 않고 바로 내쫓는다. 법적으로 봤을 땐 참 잘하는 짓일 것이다. 그러나 내 양심과 도적 적으로는 잘못이 있다는 걸 느낀다.

이런 경험을 또 당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럼 그땐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 술을 파는 것도 아니요. 담배를 파는 것도 아닌데 그리고 무엇보다 사장인 당사자가 허락을 했는데 뭐가 잘못이지? 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둘째로는 다른 자영업자들과의 교류다. 청소년이 밤에 출입할 때 갖추어야 할 서류는 무엇이며, 최소한 내가 법 테두리 안에서 벗어날 방법은 무엇인가를 알아야한다. 앞으로 다른 PC방 사장님들이 같은 경험을 하지 않기 바라며, 글을 마친다.

                                                           아이러브PC방 객원기자 김용운 (양재동 물고기방)

저작권자 © 아이러브PC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