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4월호(통권 257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서울 신사동 ‘컬리수PC방’
수년 동안 PC방 업계의 당면과제로 거론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출혈경쟁이다. PC방이 탄생한 이례로 처음 자리매김했던 시간당 2,000원 상당의 PC 이용요금은 전국적으로 단 한 번도 오르지 못하고 하락하기만 했다.

서울 도심권의 경우에는 1,000원에서 1,200원 상당의 요금이 자리를 잡고 있지만, 경쟁이 치열한 곳은 700원에서 500원까지도 요금이 하락해 있는 상황이다. 그뿐만 아니라 일부 지방의 상권에서는 500원 이하 200원 상당의 요금까지 등장해 충격을 안겨줬다.

이제는 전국적으로도 2,000원 상당의 요금을 받는 곳은 드물다고 알려졌다. 업주들 사이에서는 일부 지역이 거론되기도 하지만, 실제 시간당 요금을 2,000원으로 책정해 운영하는 PC방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출혈경쟁이 근절되지 않는 상황에서 서울 중심 상권에서는 시간당 3,000원의 이용요금을 받는 PC방이 존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용요금 뿐 아니라 인테리어에서부터 운영방법까지 보편적인 PC방과는 차별된다고 알려졌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과 PC방 업주들 사이에서 한 때 거론되기도 했던 컬리수PC방이 바로 그 곳이다. 컬리수PC방은 최근 유행하고 있는 소설커머스에 등장하면서 업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과연 3,000원의 이용요금을 받는 PC방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 것일까? 아이러브PC방에서 직접 방문해 봤다.

   

# “너 압구정 가봤니?” 컬리수PC방이 위치한 상권
우리나라에서 ‘명품 1번지’하면 떠오르는 곳이 압구정 로데오거리다. 국내에 수입되고 있는 대부분의 명품 브랜드가 필수적으로 매장을 오픈하고 있는 갤러리아 백화점이 바로 압구정 로데오거리 초입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돈 있는 젊은이가 모이는 곳”, “연예인들이 노는 곳”으로 더 잘 알려진 압구정 로데오거리에서 갤러리아 백화점의 반대 방향으로 큰 도로가 나올 때까지 걸으면 컬리수PC방이 위치해 있다. 최근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신사동 가로수길도 차로 5분이 걸리지 않는 위치다.

컬리수PC방은 메인 거리에서는 조금 벗어난 골목에 자리하고 있다. 테라스를 앞에 두고 있는 2층 건물 전체를 사용하고 있으며, 외관에서는 PC방이라는 이미지보다 고급 카페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PC방의 외관은 그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없다. 다만, 건물 외부에 돌출되어 있는 안내표지판에 ‘2F PC ZONE’이라는 작은 문구만 적혀 있을 뿐이다.

1층에서 출입문을 지나 건물 안쪽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커피전문점과 유사한 카운터를 지나게 된다. 1층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으로, 1층에서 조차 PC방의 모습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일부 공간은 유리벽으로 방을 꾸며 미디어룸으로 활용되고 있다. 미디어룸에서는 별도의 이용요금 없이 정품 DVD와 CD를 이용해 영화 및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1층 카페 분위기를 계승한 2층 PC방 공간
한 건물, 같은 매장이지만 1층과 2층은 전혀 다른 공간이다. 마치 숍인숍 개념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최근 창업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하이브리드 콘셉트에 더 가깝다. 창업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콘셉트란 일종의 퓨전을 의미하는 것으로, 하나의 점포에서 전혀 다르거나 비슷한 두 가지 이상의 업종을 결합해 동시에 운영하는 형태를 말한다. 낮에는 커피전문점, 밤에는 치킨전문점으로 변신하거나 화장품 매장에서 피부 관리실을 동시에 운영하는 경우 하이브리드 콘셉트라고 부른다.

식사공간인 1층을 지나 2층을 걸어 올라가야 드디어 PC방 공간이 나타난다. 컬리수PC방은 총 32대의 PC를 운영하고 있으며, 흡연석과 금연석에 각각 16대가 분산되어 있다. 특히 흡연석은 두 개의 공간으로 구분되어 운영되는데, 한 곳에는 커플들을 위한 커플석 전용 흡연석, 또 다른 공간은 개인을 위한 흡연석으로 구분된다. 커플 손님들의 비중이 매우 높아 절반 이상이 커플석으로 꾸며져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다른 특징은 손님 좌석이 보편적인 PC방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일본의 넷카페와 비슷한 형태로 좌석마다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다. 다만, 일본의 넷카페와는 달리 모니터 뒤의 공간에만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으며, 커플석과 달리 개인이 이용하는 좌석에는 27형 모니터를 듀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시설을 직접 이용하지 않고 눈으로만 봐도 아늑함이 느껴질 정도다.

더구나 특수 제작한 의자는 직접 체험해야 가치를 실감할 수 있다. 자세가 불안정하거나 몸을 뒤로 누어도 허리 부분이 내려가 받쳐주면서 안정감과 편안함을 제공한다. PC 사양의 경우에는 2년 전 오픈 당시의 사양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CPU는 인텔 코어 i7 870, 그래픽카드는 지포스 GTX580, 메모리는 DDR3 2GB 2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컬리수PC방에서는 오픈 이후 2년이 지났지만, 향후 2년 동안에도 PC 업그레이드가 불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간당 요금 3,000원, 얼마나 통했을까?
사실 컬리수PC방은 최근 PC방 업계에서 유행하고 있는 기업형 PC방이다. 개인이 단독으로 창업한 자영업이 아니라 기업과 같이 투자를 통해 수익을 배분하는 전형적인 기업형 PC방의 구조다. 기업형 PC방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관리자도 따로 있다. 컬리수PC방을 현장에서 총괄해 관리하고 있는 신우용 과장이 바로 PC방 업주 역할을 맡고 있다.

신우용 과장은 컬리수PC방의 오픈 과정에서부터 참여했다. 오픈 당시 200만 원을 호가하는 PC를 구성해 도입하자는 생각도 신우용 과장에게서 나왔다. 신우용 과장의 경영철학은 의외로 간단하다. 보편적인 PC방에서 단점으로 지적되는 모든 부분들을 철저히 배제하고 가장 이상적인 PC방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특히 전면에 내세운 경영철학 중 하나는 출혈경쟁에서 벗어난 현실적인 시간당 PC 이용요금의 확립이다.

이에 대해 신 과장은 “고등학생 시절에 강남 일대의 PC방은 시간당 5,000원에 6시간 정액요금이 30,000원 가량 했다. 그런대 지금은 500원까지 요금이 하락했다. 이는 어떤 업종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비현실적인 요금 구조다. 이 때문에 3,000원 상당의 요금을 누구나 수긍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데 중점을 뒀다.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앞으로 PC방은 고급시설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소신을 밝혔다.

컬리수PC방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시간당 이용요금이 3,000원이다. 정액요금과 같은 경우 3시간에 7,500원이다. 다만, 7,500원의 정액요금을 이용할 경우에는 1층에서 판매하고 있는 아메리카노 커피와 에이드 음료가 무료로 제공된다. 또한 7,500원의 이용이 종료된 이후부터는 시간당 3,000원의 요금이 적용된다. 보편적인 PC방과 비교해 요금이 높게 설정됐지만, 7,500원의 정액요금을 이용하고도 추가로 PC를 이용하는 손님들이 많다.

신 과장은 “오픈 당시에는 높은 이용요금에 불만을 나타내는 손님들도 많았다. 특히 회원가입을 통해서만 PC를 이용할 수 있는데, 운영방식에도 불만을 표시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입소문을 통해 독특한 PC방으로 알려지면서 손님들의 불만이 없어졌다. 특히 쾌적한 환경으로 인해 커플 손님들과 여성 손님들의 비중이 70%를 차지할 정도로 높아졌다. 특히 학부모들이 직접 자녀를 데려와 PC방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손자와 아버지, 할아버지가 동시에 게임을 즐기는 진풍경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PC방도 고급시설로 거듭나야 한다”
컬리수PC방은 이용요금만 배짱이 아니다. 적정 수준의 손님들이 방문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길 뿐,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과도하게 많은 손님이 찾는 것을 전혀 반가워하지 않는 배짱도 갖추고 있다. 오픈 당시에는 온라인 홍보에도 주력했지만, 입소문을 탄 이후 너무 많은 손님들이 찾고 있어 홍보마저 중단했다. 소셜커머스를 통한 이벤트를 진행할 때에도 이제는 2층 PC방 공간은 제외하고 1층에서의 음식 할인 이벤트만 진행할 정도다.

이와 관련해 신 과장은 “PC를 이용하는 손님은 하루 60명에서 80명이 적당하다. 그 이상 PC를 이용하기 위해 방문하면 좌석이 모자라 곤란하다. 오히려 손님들이 불만을 표시해 이미지에는 마이너스다. 32대의 PC가 풀로 가동되는 상황이 1시간만 유지돼도 96,000원이다. 시간당 요금이 500원인 100대 PC방의 경우에는 50,000원이다. 이처럼 비교하면 절대 적자가 아니다. 앞으로 PC방은 대형화가 아니라 고급화로 가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소신처럼 컬리수PC방은 전면금연화도 대비하고 있다. 시설 고급화와 차별화로 컬리수PC방의 손님층은 이미 흡연손님 보다 금연손님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굳이 비율을 따지자면 9대 1정도다. 더구나 지출요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임대료다. 온라인게임 가맹은 정량요금제만 가맹하고 있다. 오픈 당시 가입했던 정량시간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 손님들이 이용하는 콘텐츠 역시 유료게임이 아니라 지난 방송 다시보기 등 집에서처럼 PC를 이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마치며…
컬리수PC방의 신 과장은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PC방의 이상적인 모습을 어떻게 하면 현실로 옮길 수 있을까에 대해 늘 고민하고 있다며 열변을 토했다. PC를 이용하기에 더 좋은 환경, 건전하고 쾌적한 장소의 제공, 손님들이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의 확보, 새로운 형태의 문화공간을 창출하기 위한 노력 등을 늘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 과장의 이상적인 PC방을 현실로 옮길 수 있는 예비창업자나 업주들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당한 투자비용이 발생해 차라리 다른 업종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 때문이다. 특히 이미 PC방 운영을 경험한 기존 업주들의 입장에서는 신 과장의 이상론을 당장 접목하기란 쉽지 않은 결정이다. 일종의 모험에 가깝다. 일부에서는 기업형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뷰를 진행하며 신 과장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온갖 규제를 양상하고 있는 PC방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극복하는데 신 과장의 주장보다 더 좋은 방법이 생각나지 않기 때문이었다. 과연 대형화가 아니라 고급화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날이 올 수 있을까? 컬리수PC방을 바라본 업주들의 반응이 가장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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