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나 '어둠의 전설' 등의 게임에서는 부분적으로 일본식을 모방하기도 했지만, 최종적인 형태는 대부분 '디아블로'의 형태에 맞췄으며, 액션 형태의 캐주얼 게임들은 '이스' 시리즈 등에 맞춰서 제작되기 시작했다.

롤플레잉 같이 장시간을 플레이해야 하는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일까? 질리지 않는 게임성, 눈을 현란하게 해주는 화려한 그래픽, 잘 생긴 남자 주인공과 이쁜 여주인공, 눈물나는 스토리?
물론 이런 부분들도 중요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하면서도 잘 느끼지 못하는 요소가 있다. 바로 인터페이스. 이중에서도 게임을 하는 동안 게이머에게 롤플레잉의 시스템을 알려주고 게임을 진행 시켜주는 요소인 그래픽 인터페이스는 화면을 통해 게이머에게 게임 내의 시스템과 이야기를 전달해주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렇다보니 인터페이스에 따라서 게임의 평가가 극을 달리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서양식 롤플레잉 인터페이스의 최고라고 볼 수 있는 '디아블로' 시리즈나 일본식 RPG의 지존인 팔콤의 '이스' 시리즈나, 최근 출시된 '구루민' 등을 보면 편리함과 세련된 인터페이스 환경을 갖춘 것을 알 수 있다.
반대로 ‘아이스 윈드데일’이나 ‘매직 더 게더링’ 처럼 불편한 인터페이스로 이름조차 제대로 내밀지 못하고 사장되는 경우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게임의 평가를 결정하는 인터페이스는 어떻게 발전된 것일까?
인터페이스가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부분부터 현재의 온라인 게임들이 어떻게 변화되어 오고 발전되었는지 알아봤다.












● 텍스트 위주에서 이미지화로 발전
예전 롤플레잉 게임들의 인터페이스는 시각적인 꾸밈보다는 바로 한눈에 알 수 있는 텍스트 형태가 많았다. 물론 그래픽적으로 화려하게 꾸밀 수 없던 시기라서 그런 점도 있겠지만, 아이템의 용도나 내용 등을 자세히 설명해놓는 점이 중요해서 이런 인터페이스가 유지됐다.
아이템의 용도나 설명 등이 자세히 적혀 있는 이유는 PC용 롤플레잉 게임의 기본이 된 TRPG(Table Role Play Game)의 영향이 크다. 아이템 시트에 자신이 가진 아이템을 적고 그걸 나열하는 방식을 그대로 게임에 사용하다보니 당연히 텍스트가 주가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텍스트 형태도 컴퓨터의 발전에 따라서 이미지로 조금씩 변해갔다. 인터페이스의 기본은 텍스트지만 아이템이나 무기, 갑옷 등은 이미지로 바꿔 시각적으로도 충분히 알아 볼 수 있게 했다. 이런 변화의 바람의 중심에 선 게임은 울티마의 아버지 리차드 게리엇이 만든 '울티마' 시리즈. '울티마' 4편 이후에서부터는 인터페이스의 부분을 시각적으로 개선한 것뿐만 아니라, 보기 좋게 제작해 편리함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게임들이 나열식으로 제작했던 아이템 창을 실제 가방처럼 제작해서 그곳에 들어가는 아이템을 이미지화 시켰으며, 자신의 캐릭터의 갑옷이나 무기를 변경했을 때 캐릭터 모습 자체를 변경해, 시각적으로 변화를 주는 방법을 채택했다. 당연히 이런 변경은 게이머들에게 큰 인상을 심어줬고, 향후 시각적인 편리함까지 기대하게 됐다.
이런 개발의 변화는 롤플레잉 게임 제작으로 유명한 일본에서도 시작됐고,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나 '드래곤퀘스트' 등에서도 느낄 수 있게 된다. 특히 '파이널판타지'는 그래픽적인 부분과 텍스트를 골고루 이용한 인터페이스를 통해 일본식 롤플레잉의 형태를 잡았다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방식은 향후 등장한 많은 일본 롤플레잉 게임에 큰 영향을 주었으며, 일본의 콘솔 게임들에게도 큰 여파를 남겼다.

● 더 현실적으로, 더 귀엽게 포장
이미지의 사용으로 한 단계 발전한 인터페이스는 시각적인 부분에 편리한 요소를 넣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발전 궤도에 오르게 된다. 인터페이스 자체가 편리한 요소도 중요했지만 시각적으로 돋보이게 하는 점도 중요했다.
이 점을 어떻게 잘하는가에 따라서 복잡한 형태의 롤플레잉을 쉽게 이해시킬 수 있었으며, 게임의 특색을 잘 표현할 수 있기도 했다. 이런 변화의 바람에서 서양식 게임과 동양식(또는 일본식)은 각각 다른 형태로 발전되기 시작했다.
먼저 서양식 RPG는 인터페이스 부분을 사실적인 측면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자신의 허리춤만한 작은 배낭에 커다란 무기를 넣을 수는 없지 않은가?’ 또는 ‘매우 무거운 갑옷을 몇 개씩 들고 다닐 수 있을까?’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생각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터페이스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물론 '던전&드래곤'이라는 TRPG에서도 이미 사용된 부분이지만 시각적으로 구분을 하기 시작한 건 본격적인 PC용 RPG가 등장하기 시작한 90년대부터다. 이런 부분에서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임은 바로 블리자드의 '디아블로'. 이 작품은 각각 무기마다 크기를 설정하고 가방의 크기를 일정한 도형 형태로 나누고 아이템 역시 도형 형태로 구분했다.
가방이 총 20개의 칸을 넣을 수 있다면 4개의 칸으로 구성된 아이템을 5개까지 넣을 수 있다는 설정. 일일이 수치적인 요소로 나누는 것보다는 시각적으로도 쉽게 물건의 부피를 알 수 있으며, 현실적인 느낌까지 들어서 게이머들에게 게임의 시스템을 이해시키기가 훨씬 쉬웠다.
그리고 '디아블로'에서는 이 외에도 체력 게이지와 마나 게이지의 색을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구분해서 게이머들에게 어필했다. 물론 그 전에도 이런 요소를 사용한 게임들은 여럿이 존재했지만 대중적으로 어필한 게임은 '디아블로'가 시초라고 볼 수 있다.

● 동양식은 귀여움과 애니메이션 강조
현실적인 느낌을 강조한 인터페이스를 구축하던 서양 방식과는 달리 동양식과 일본식 롤플레잉 게임의 인터페이스는 귀여움과 애니메이션적인 부분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무게랑 상관없이 제한적인 부분에만 해당되지 않는다면 엄청나게 많은 아이템을 담을 수 있는 가방이나, 편리한 부분보다는 시각적으로 봤을 때 눈에 띄는 형태 등 비현실적이지만 게임 자체를 중요하게 이끌어나가는 스토리 중심으로 형태로 변화되어 갔다.
그러다보니 인터페이스 자체가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하기보다는 기존의 방식을 계속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변화되어 갔다. 체력이나 다른 요소는 간단하게 그래프로, 능력치 등은 수치로 보여주는 ‘파이날판타지’ 형태에서 약간 변화하는 방식이 고정화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액션 형태의 롤플레잉보다는 턴제 형태의 게임이 많이 제작되기 시작해서 지형의 인터페이스를 강조하거나 배경적인 부분을 중요시하게 생각하는 형태로 변했다.
90년 초반에 '이스' 시리즈를 중심으로 '성검전설' 시리즈 등 액션 롤플레잉 게임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일본식 턴제 방식은 시리즈로 이어지면서 '일본식 롤플레잉'의 인터페이스를 고수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서양식 인터페이스와 일본식 인터페이스는 90년대 중반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국내 롤플레잉 온라인 게임들에 영향을 주면서 국내 게이머들에게 알려지게 된다.











● 변화는 작게, 익숙함은 크게
온라인 시장으로 넘어오면서 인터페이스는 변화보다는 익숙한 요소들에 대해서 집착하기 시작한다. 대부분의 초창기 국내 롤플레잉 온라인 게임들을 보면 하나 같이 '디아블로'와 흡사한 인터페이스를 보여준다.
이런 부분은 게이머들에게 널리 알려진 '디아블로'를 벤치마킹한 부분일 수도 있지만 일본식의 턴 방식보다 액션성이 강조된 '디아블로'의 진행 형태가 국내 롤플레잉 온라인 게임들과 더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국내에 등장하는 게임들은 자연스럽게 '디아블로' 형태의 인터페이스와 아이템의 크기 등을 비슷하게 설정하기 시작했다. 물론 '리니지'나 '어둠의 전설' 등의 게임에서는 부분적으로 일본식을 모방하기도 했지만, 최종적인 형태는 대부분 '디아블로'의 형태에 맞췄으며, 액션 형태의 캐주얼 게임들은 '이스' 시리즈 등에 맞춰서 제작되기 시작했다.
인터페이스를 다르게 발전시키는 것보다는 모방을 통해서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런 요소가 롤플레잉 게임에만 속하는 점이 아니라 캐주얼 게임들이 운영체제의 인터페이스를 따라하는 점도 이와 비슷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 발전보다는 익숙함과 친숙함으로
윈도우 운영체제가 보편화 되면서 우리들도 어느 정도 익숙한 인터페이스를 선호하게 됐다. 마우스의 더블 클릭이나, 탐색기, 익스플로러 등 어느 정도는 정형화된 형태의 인터페이스에 더 편함을 느끼고 친숙함을 느끼기 마련. 게임도 마찬가지다. 발전적이고 창의적인 인터페이스보다는 익숙하고 친숙한 인터페이스가 게이머들에게 더 편한 것이다. 앞으로 게임 내 인터페이스가 어떤 변화를 가지고 나올지 기대해본다.

<용어설명>
TRPG(Table Role Play Game) : 테이블에서 즐기는 역할 분담 보드 게임. 일정한 규칙을 한 명의 사회자(마스터)가 진행하고 다른 게이머들은 게임 내 한 사람의 캐릭터가 되어 사회자가 진행하는 룰에 따라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



게임동아 김동현 기자 game@gamedon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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