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이 열리는 6월. 영상 가전업계나 주류업계가 월드컵 특수를 누리는 반면, 온라인 게임업계는 사용자들을 TV에 빼앗겨 울상이다. 한국전이 열리는 날은 PC방은 물론, 게임 서버의 접속자 수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 늦은 새벽 시간에 편성된 한국전에서는 대기시간이 길어 그 시간동안 게임 접속자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2002년에 이어 2006년 월드컵은 온라인 게임과는 상극인 셈이다.
그러나 6월초 예당온라인의 ‘오디션’을 선두로 온라인 게임업계가 해외 수출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예당온라인의 오디션은 넥슨재팬을 통해 80만 달러의 계약금과 총 매출의 25퍼센트의 로열티를 받는 조건으로 일본에 수출되기도 했다. 예당온라인은 일본 수출을 포함해, 아시아 시장은 물론 북미와 유럽 진출도 계획 중이다.

이미 해외 진출에서 두각을 나타낸 CCR의 ‘RF온라인’도 브라질 게임업체 레벨업인터랙티브와 브라질 수출 계약을 체결하고, 올 하반기부터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 레벨업인터랙티브는 필리핀 레벨업의 브라질 지사이다.
CCR은 RF온라인의 현지화 작업 및 업데이트 등 기술적인 부분을 책임지며, 레벨업인터랙티브는 브라질의 RF온라인 마케팅, 서비스 운영 및 2차 저작물 사업 권한을 가지게 된다. 이로써 RF온라인은 유럽 28개국과 미국, 일본, 중국, 대만, 필리핀 등 전 세계 34개국에 진출하게 됐으며, 수출액만으로 1,000만 달러를 넘는 실적을 달성하게 됐다. 게임 개발사로 국내 시장의 한계를 해외 수출에서 해법을 찾은 대표적인 사례.
이스트소프트의 ‘카발 온라인’도 유럽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영국의 게임즈마스터즈와 카발 온라인 영어버전에 대한유럽서비스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 카발 온라인은 영국, 독일, 프랑스, 베네룩스 3국을 비롯한 유럽 지역의 게이머들이 현지 홈페이지(www.cabalonline.com)를 통해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며, 앞으로 패키지 버전도 출시할 계획이다.
유럽판 카발 온라인은 6월 26일부터 현지에서 클로즈 베타 서비스를 진행할 계획이다. 오픈 베타 서비스는 올 8월 중으로 계획하고 있으며, 9월경에는 월 정액제 기반의 정식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이스트소프트사는 지난 2005년 12월에 체결한 일본 수출 계약을 통해 7월에 베타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의 한류 열풍으로 인한 한국에 대한 관심, 월드컵과 같은 세계적인 축제나 행사에서 한국의 위상이 알려지면서 온라인 게임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온라인 게임 수출은 이번 6월부터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해외 수출의 효자 상품이 될 전망이다.

■ 계약금과 로열티가 수출 대금

어느 곳을 찾아봐도 우리나라처럼 인터넷 인프라가 잘 갖춰진 데는 찾아볼 수 없다. 집에서는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하고, 외부로 나오면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PC방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유럽은 방대한 지역이라는 불리한 여건으로 초고속 인터넷망이 부실하다.
하지만, 인구가 많기 때문에 국내 시장보다 잠재적인 수요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이런 요인이 해외 수출을 적극 추진하게 되는 이유다.
국내 게임사는 중국과 일본을 비롯해 가까이에 있는 동남 아시아권에 대한 시장 파악은 어느 정도 되어 있으나, 아메리카 지역과 유럽 지역은 상대적으로 시장 자료가 부족하다.
CCR의 윤용화 차장은 “해외 수출이 수익과 이어진다고 무조건 수출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 조사가 부족하면, 쓰디쓴 실패를 맛볼 수도 있다. 시장 조사가 미진한 지역은 해외 지사나 관련사를 통해 충분한 조사가 이루어진 다음에 계약을 추진하게 된다”고 한다. 또 “수출 경험이 있는 관련 업계를 통하거나 현지 게임업체와 합자 등의 형태를 통해서 진출하게 된다”고 한다.

개발사라기 보다 게임 퍼블리셔 업체에 가까운 네오위즈는 합자를 통하거나, 현지 포탈 사이트로 먼저 접근해 회사의 인지도를 높이는 등의 기반을 조성한 다음, 장기적인 전략으로 수출을 꾀한다고 한다.
일반 상품과는 달리 문화 컨텐츠라고 할 수 있는 온라인 게임의 해외 수출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온라인 게임을 수출하게 되면, 계약금과 매출의 일정부분의 로열티를 받는 것이 보편적이다. 국내에서 히트한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수출된 현지에서는 냉대를 받을 수 있어, 계약금도 세 번(계약당시, 클로즈 베타시, 오픈 또는 상용화시)에 걸쳐 지급받는다. 로열티는 매달 또는 분기 등의 기간 단위로 받는다.
수출만 했다고 외화를 벌어들이는 것은 아니다. 시범 서비스에서는 좋은 반응을 보이다가 막상 상용화 단계에서 성과가 좋지 못하다면, 추가 계약금은 물론이고 당연히 로열티도 받기가 힘들다.

■ 게임 사후 지원, 업데이트 등은 국내서 지원

패키지 게임과는 달리 온라인 게임은 어떤 방식으로 현지에서 서비스 될까? 계약이 이뤄지면, 대부분 게임 서비스 자체에 관련된 지원은 수출한 국내업체가 맡는다. 현지 회사가 홍보와 마케팅, 서버 운영 등을 담당하고, 국내업체는 인터넷을 이용해 국내에서 업데이트와 관리를 맡게 된다. 국내의 게임 개발사와 퍼블리싱 회사와의 관계와 비슷하다.
혹시 수출에 주력하다 보면, 국내 서비스에서 소홀해질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CCR의 윤용화 차장은 “국내에서 빛을 보지 못한 게임이 수출에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국내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국내 사용자들에게 소홀하면, 그 여파가 차기작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따라서 국내 서비스는 수출보다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한다.

온라인 게임의 수출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수출을 시도하는 업계 입장에서는 관련 정부기관의 지원이 매우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한다. 이미 수출에 대한 노하우가 쌓인 업체는 상관없지만, 신생 게임 개발사 등은 수출에 대한 노하우 부족으로 계획조차 하기 힘든 상황이다.
일부 정부 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수출 독려를 위해 업계를 이끌고 해외 진출을 위한 현지 시장 조사 등을 하지만, 홍보가 덜 되고 게임사의 수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참여율이 저조하다.
해외수출이 무조건 성공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 또한 해외의 문이 항상 열려 있는 것도 아니다. 계약금도 받지 못하고 현지 서비스도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특히 가장 큰 시장이며, 가장 먼저 수출을 시작한 중국에서는 밀려오는 한류 온라인 게임에 대한 규제를 하기 시작했다. 자국의 온라인 게임 산업 보호를 위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부분은 국가대 국가의 협상을 통해 좀 더 수월하게 수출길을 열 수 있게끔 정부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

■ 현지에 맞는 게임 개발 시급

미국이나 유럽 시장에서 순수 국산 게임으로 성공한 사례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현지 인터넷 인프라 부족, 컴퓨터 보다는 게임기를 선호하는 현지 상황이 걸림돌이 되곤 한다. 남미의 경우는 인터넷 인프라 부족이 큰 장애요인이다. 인터넷 인프라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아시아권에서는 국산 게임이 좋은 반응을 일으키고 있지만, 유럽이나 아메리카 지역에서 수출의 효과를 얻으려면, 현지에 알맞은 게임 개발이 되어야한다. 비디오 기반의 게임 문화를 PC 온라인 게임으로 끌어 들이려면, 그에 맞는 게임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유럽과 미국, 남미 등은 현거래가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국내 시장과는 다르다.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고, 제대로 된 시나리오가 받쳐주는 작품이라야 환영받을 수 있다. 개발하는 게임의 양보다는 제대로 된 게임 하나가 있어야 한다.

온라인 게임사들의 해외진출은 국내 시장의 협소함을 대규모의 세계적인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어, 매출면에서 커다란 수익을 가져올 수 있다. 시장의 규모를 늘려 안정적인 기반을 다지면 국내 게임 사용자들에게도 안정적인 게임 서비스 등의 이득으로 돌아올 것으로 기대된다.
요즘 시장에 나가보면, 싸다 싶은 제품은 거의 중국산일 경우가 많다. 상표는 유명 브랜드이지만, 막상 제조국을 찾아보면 ‘Made in China'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의 수출 행태도 제조상품을 직접 파는 것보다 문화 컨텐츠를 팔아야 할 것이다.
정부의 국가차원에서의 지원, 각 게임사들의 수출 노하우와 완성도 높은 게임 개발, 그 기반이 차곡차곡 다져지면 아이디어와 창의성만 갖고도 앞으로 풍족한 생활을 누릴 수 있다. 이미 노동 비용으로 인한 경쟁력에서 뒤쳐지는 아이템에 매달리기 보다는 비교우위가 높은 문화산업에 투자해 우위를 선점해야 한다.


[아이러브PC방] 김범수 기자 erickim@com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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