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전면금연화를 포함한 각종 규제로 인해 PC방 업계가 위기에 봉착해 있다는 소식은 매스컴을 통해 많이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PC방 업주들은 “설마 PC방이 전부 없어지기라도 하겠어?”, “설마 내가 폐업하겠어? 일단 살아남기만 하면 된다”라는 생각에 아직까지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PC방 업주들에 비해 PC방 관련 사업자들은 현재 PC방 산업의 위기를 더욱 크게 느끼고 있어 그 모습이 대비된다. 실제 PC방 관련 사업자들은 PC방 업종에 의존하던 기존 사업은 축소하고 일반인 대상이나 기업 대상으로 사업영역을 다변화하거나 아예 폐업하고 신규 사업을 시작한 경우도 많다.

이는 국내 게임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서비스 보다는 해외 서비스 위주로 사업 비중을 옮겨가고 있으며 경쟁이 치열한 PC 온라인게임보다는 스마트폰게임, 웹게임 등 모바일게임 사업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물론 PC 온라인게임도 서비스는 계속하고 있지만 올해 신작게임 수가 줄어든 것을 보면 PC 온라인게임 시장의 축소를 실감할 수 있다.

PC 부품 업계에 불어 닥친 위기

실제 용산 전자상가를 중심으로 한 PC 부품 업계는 PC방을 상대로 얼마나 더 사업을 영위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모습이다. 과거 PC방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인해 PC 부품 업계도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했었다. 이후 PC 부품 업계는 PC방과 공생 관계를 유지하며 현재까지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PC방 업계의 위기는 PC 부품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폐업하는 PC방 수가 많아져 산업의 규모가 축소되고 있는데다 PC방 업계의 수익구조 악화로 PC 교체 수요가 줄어들고 있으며, 여기에 최근 태국의 대홍수 사태로 인해 하드디스크 대란까지 일어나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대로라면 올해 겨울방학 성수기를 대비한 PC 업그레이드를 포기하는 PC방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여 11월부터 겨울방학 이전까지 PC 부품 업계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온라인게임에 종속된 PC방 업계, 동반 추락으로 이어져

게임사의 PC방 유료 과금에 반발하고 있는 PC방 업주 중 일부는 게임사들을 적대시하며 온라인게임 셧다운제를 반기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 PC방 수익구조를 고려했을 때 온라인게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외에 PC방 업계가 가진 자체 동력이 전무한 상황에서 셧다운제 이후 국내 게임산업의 위축으로 인한 영향은 고스란히 PC방 업계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보급되지 않고 무선인터넷도 활성화되지 않았던 과거에는 게임을 할 목적 외에도 잠시 메일을 확인하거나 메신저를 하기 위해 PC방을 이용하곤 했으나 그마저도 스마트폰과 빠른 속도의 무선인터넷, 메신저 서비스가 보급되면서 대부분 사라졌다. 즉 PC 기반의 온라인게임 외 PC방을 이용할 이유가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기술의 발전과 환경의 변화로 PC방 산업의 입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게임산업의 위축은 ‘공멸’을 의미한다.

화산 폭발의 징후를 먼저 느끼고 탈출하는 동물처럼 현재 PC방 관련 사업자들은 PC방 산업의 위기감을 크게 느끼며 대비책을 마련하거나 탈출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시민이 없는 도시가 존재할 수 없듯 PC방으로 인해 파생된 많은 PC방 관련 사업자들 없이 PC방 업계는 존립할 수 없다. 실제로 하드웨어 업체나 게임사보다 영세한 규모의 먹거리 판매업자나 마스터하드 제작업체 등 소규모 PC방 관련 사업부터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다.

태국의 대홍수 사태로 인한 PC 하드웨어 산업의 위기, 오는 11월 20일부터 시행되는 온라인게임 셧다운제 이후 국내 게임산업의 위기에 이어 다가올 PC방 전면금연화까지…. PC방 업계와 관련 산업은 이미 총체적인 위기에 처해있다. 위기감은 느끼되 절망하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며 자구책을 마련하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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