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산업이 국가 경제의 축으로 성장하도록 해준 원동력은 바로 PC방!

현재 국내 게임 시장은 국가경제의 한 축으로써 당당히 자리 잡고 있으며 해외로 수출되는 문화산업으로써 대중에게도 탄탄한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이처럼 게임시장이 발전해 현재의 위치까지 오르게 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케이드(오락실) 시장이 전부였던 국내 게임시장에 PC게임이 등장하며 본격적으로 산업화가 되기 시작한 시기가 1996년, 여기서 패키지 시장의 활성화와 쇄퇴의 시기를 거쳐 온라인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시작한 것은 1999년으로 불과 6~7년만에 해외 40여개국에 수출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역량을 높이게 된 것이다.
국내에서는 이미 게임시장의 규모가 작은 개발도상국의 한 해 예산에 육박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고 게임에 대한 인식도 아이들이나 하는 저급한 놀이 정도로 여겼던 것이 이제는 하나의 문화로 인식하는 등 대부분 게임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이처럼 게임업계가 10년도 안되는 짧은 시기에 비약적인 팽창을 할 수 있었던 주요한 이유는 당시 IMF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적극적인 IT벤처 투자의 활성화, 불법 복제로 인한 패키지 시장의 대체시장의 필요성 대두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그중에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전국에 보급되기 시작한 초고속 인터넷과, 이런 인터넷을 매개로 새로운 고수익의 사업으로 각광을 받게 된 PC방 업종의 탄생이다.
PC방에서부터 시작된 스타크래프트 열풍, 이에 편승한 온라인 게임들의 등장과 약진이 이어지면서 게임시장은 이후 빅뱅이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을 하게 된다. 물론 그동안 잠재적인 시장 수요가 적절한 시기에 IMF로 인한 국가적인 위기감과 맞아 떨어져 본격적으로 표면으로 부상하게 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당시 게임은 패키지 방식으로 유통되었는데 시장 초기부터 만연한 불법복제 문제, 주얼에 따른 제작사의 열악한 수익구조 문제, 게임 전문지간의 과도한 번들경쟁 등으로 패키지 시장은 이미 수명을 다하고 있었기에 당시 인터넷의 확산은 새로운 시장으로써 충분히 매력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었다.
이로인해 패키지 개발업체와 유통사는 너도나도 온라인시장에 뛰어들었으며 또 온라인 게임은 PC방이라는 투명하고 훌륭한 중간 유통망을 이용한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가질 수 있었다.

■ 파는 물건과 가판대가 바뀌어도 파는 사람은 예전 그대로…

인터넷과 온라인게임의 확산으로 인해 지금의 게임시장 규모와 위상은 다른 제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오히려 추월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크게 성장했는데, 인터넷을 통한 유통망 자체에 제작사들이 대하는 자세는 패키지 게임 시절의 그것과 그다지 다를바 없어 보여 안타깝다. 실제 패키지 시장에서 재미를 못본 제작사/유통사가 대부분 온라인게임회사로 전향한 이유도 있겠지만 너무 급격하게 변화한 온라인시장에 전반적인 이해와 인식이 부족한 것도 현실이다.
패키지 시장이 전부이던 당시에는 구조적 문제를 가지고 있던 유통망 때문에 제작/유통사가 많은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그런 손실을 이제 인터넷을 이용한 PC방에서 보상받으려하는 것은 좀 곤란하다. 은연중에라도 패키지에서는 재미를 못봤으니 이젠 PC방에서 좀 뽑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제작사가 있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명백하게 PC방이라는 소매 유통망이 제작사 수익 모델의 튼튼한 기반이 되어주고 있음에도 패키지 시장 당시에 길들여진 학습 효과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특별히 유통망 자체에 대한 관리와 투자 측면에는 아직 인색한 측면이 짙다. 오히려 유통망의 절대상위구조를 악용하여 PC방 시장을 필수 소비계층으로까지 보는 제작사도 있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 PC방을 단결시켜줄 협회는 풍비박산!

PC방 업계도 이에 대해 충분한 자기 목소리를 내 왔다. 넥슨, WOW, 건빵 사태 등을 통해 협회를 구심점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키워 온 적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 어째서 별다른 영향력을 갖지 못한 채 시류는 언제나 PC방 업계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일까? 이제는 매번 사태가 일어날 때마다 감정적인 대처로서 대립하면서 게임 업계 자체에 대한 가맹점 등의 교류를 차단하는 데에서만 그치지 말고 어디에 어떤 문제가 있기에 이러한 대립이 매번 반복되는지를 한번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PC방 협회의 공식 명칭은 ‘한국 인터넷 PC 문화 협회'이며 PC방 업계를 대변하는 여러 기구 중 그나마 가장 영향력이 높은 기구이다. 현재로서는 거의 독보적이라고 할 만큼 여러가지 측면에서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도맡아 했었는데, 문제는 전국 2만여개 PC방 중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5~6,000여개 PC방 업소만이 인문협에 가입되어 있으며, 이들의 목소리가 PC방 전체의 목소리로 결정되어 버렸다는 사실이다. 그나마도 대부분의 회의는 회원보다는 1백명 남짓 되는 각 지역에서 선출된 대표 임원들이 주체가 되어 움직이고 있으며, 나머지 회원들은 1년에 한두번 개최되는 총회 이외에는 간접적인 영향력도 사실상 행사하기 힘든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폐쇄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업계의 이윤과 관련된 의결 사항에서 언제나 PC방 업주들의 뜻은 전달되지 않았고, 협회 내부적으로 결정되어 통보되곤 했다. 최근에는 게임사와의 이해관계에 의한 결탁으로 인해 오히려 유료화를 수긍하고 손을 잡는 병폐까지 드러나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로인해 PC방 시장에 대한 입지를 더욱 좁히고 있으며, 지금은 사실상 그나마 영향력이 높지 않은 협회 조직마저 내부에서부터 파벌싸움과 세력다툼으로 파행상태를 거듭하며 조직이 와해되어 가고 있으니 상황이 그다지 바람직하게 보이진 않는다. 협회에 가입한 PC방에서 조차 지지를 받지 못하는 협회가 과연 2만에 이르는 전체 PC방의 지지까지 이끌어 낼 수 있는지, 내려고 노력은 해봤는지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인문협이 존재함으로써 과연 PC방이라는 시장 구조에 어떤 개선이 이루어졌는지를 한번 곱씹어본다면 협회 존재의 의미조차 상실될 정도인데, 하루빨리 협회조직이 정상화 되어 말로만 떠드는 것이 아닌 진정으로 PC방 업계의 목소리를 모아 한목소리로 대변해 줄 수 있고 PC방 업계의 부흥을 가져올 수 있는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 PC방 업계는 PC방 업주가 만드는 것!

한편으로는 협상 자체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PC방 업계 스스로도 문제를 자초한 부분이 없지 않다.
PC방 업계 종사자들은 PC방이 현재 게임시장에서 가지는 높은 위상을 아직까지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스스로 자신의 입지를 과소평가하는 부분도 있고, 그러한 것들이 고스란히 게임 제작사들의 횡포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는 이유는 PC방 업계가 스스로를 업계에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중간 유통망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게임을 들여와서 그대로 서비스하는 단순 서비스업이라고 생각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업주들 탓만 못하는 것이 당장 하루하루의 매출에 쫓기고 동종 업종간의 과열된 경쟁이 PC방 업주 스스로의 눈과 귀를 멀게 해버린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PC방은 게임 제작사에게 있어 엄연히 개인 유저와 제작사를 이어주는 중간 유통망이다. 인터넷의 보급으로 직판 체계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어 그 비중이 줄고 있다지만, 지금까지의 시장의 확대를 주도해올 수 있었던 건 이러한 든든한 유통망 체계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고작 한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그저 협회 주도의 일방적인 불매 운동일 뿐이지 실제로 그것이 실효를 거둔 적은 없다고 할 수 있다.
PC방 업계는 게임회사들을 압박할 수 있는 시장의 주체이지만 변화의 움직임이나 단체적인 움직임을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 철저하게 이용당하게 된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결의되어 실제로 움직임이 있었던 것은 PC방 업주들이 단합하여 특정 제작사와의 가맹을 끊거나, 타이틀에 대한 구매 및 결재를 거부하는 ‘불매 운동' 형식으로 이루어졌는데, 이러한 방식이 제작사와 PC방 어느 쪽에 더 손해가 막심해지는 지를 항상 계산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질적인 단결력도 적을 수 밖에 없었고, 운동 중에서도 개인주의적인 성향으로 인해 암묵적인 불참이 이루어질 수 밖에 없었다. 때문에 이런 정책들이 실효성을 갖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일단은 업계의 구성원인 업주들의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 스스로가 업계의 주인이라는 생각과 단합된 움직임과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를 갖추어야 하며 굳이 협회가 아니더라도 단체적인 활동을 벌이며 제작사의 맘대로 흐르고 있는 현재 시장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움직임이 필요한 시기다.

[아이러브PC방] erickim@com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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