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 앞 PC방, 진짜로 여대생이 많을까?”

우리나라에서 여성 손님이 가장 많은 PC방은 어디에 있을까? 이 같은 의문에서 출발한 로드탐방은 아무래도 여성의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여자대학교(이하 여대) 상권으로 집중되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에서도 상권이 발달해 번화가로도 유명한 숙명여대 상권이 가장 유력하다는 판단에 일단 숙명여대로 방향을 정했다.

이전까지는 특징적이고 이색적인 PC방 한 개 업소를 섭외해 탐방으로 취재를 진행해 왔지만, 이번에는 상권의 흐름과 더 많은 일반 PC방을 방문하는 새로운 형태의 로드탐방을 기획, 무작정 숙명여대를 향해 길을 떠났다. 즉석에서 인터뷰 등 취재를 해야 하기 때문에 혹시 취재를 거부당하는 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을까 걱정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기자의 방문과 취재 요청에도 불구하고 PC방 업주들은 반갑게 맞이해주며 숨겨뒀던 허심탄회한 이야기들을 털어놨다. 늘 PC방에만 신경을 쓰고 영업에만 집중해 왔던 PC방 업주들이 모처럼 대화의 장을 마련할 수 있어 오히려 반가워 한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여대 앞 PC방에는 정말 여자가 많을까?
남영역에서 서울역으로 이어지는 대로변, 그 가운데에서도 숙명여대 학생들의 주요 통학로로 활용되는 장소에서도 가장 눈에 띠는 곳에 입점한 PC방을 첫 번째 목표로 삼았다.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 9번 출구 바로 앞에 있는 어메이징파크 PC방이 바로 그 곳이다.

어메이징파크 PC방을 처음 방문하면서 느꼈던 점은 공간 배치가 상당히 넓고 쾌적하게 조성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넓은 공간에 휴게실을 조성해 놓은 것도 인상 깊었다. 이용요금 역시 보편적인 회원 1,000원, 비회원 1,200원으로 책정해 운영 중이었다.

공간이 넓기 때문인지 흡연석에서도 담배 냄새가 심하게 나지는 않았다. 이 같은 운영방법들이 혹시라도 여성 고객들을 위한 배려차원에서 특화시킨 것은 아닌지 업주에게 물어봤다. 하지만 어메징파크 PC방 업주는 고개를 흔들며 여성 고객을 위해 특화시킨 부분은 전혀 없다고 못을 박았다.

어메징파크 PC방 업주는 “2002년부터 이 자리에서 PC방을 운영해 왔다. 이전에는 여성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화장실에 여성 용품들을 따로 비치하기도 했지만, 이용률도 적고 효과도 거의 없었다. 성 비율은 남녀 8:2 정도다. 이제는 워낙 여성 손님들이 적어 따로 신경을 쓰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 9번 출구 바로 앞 어메이징파크 PC방  

   
  ▲ ‘식파라치’ 파동 이후 끓인 라면을 셀프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 어메이징파크 PC방은 초등학생 출입 금지에다가 고성방가를 일삼을 경우 바로 강제 퇴실 조치한다. 이 때문에 조용한 분위기로 성인 손님들이 많다  

전형적인 상업지구, 주택가와 완전히 다르다
두 번째로 찾은 PC방은 어메이징파크 PC방과 인접한 이-한 PC방이다. 어메징파크 PC방이 전반적으로 조용한 성인 고객층이 많았다면, 이-한 PC방은 FPS 게임 유저들이 생각 보다 많고, 중ㆍ고등학생들의 비율도 높아 다소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한 PC방 역시 어메이징파크 PC방과 마찬가지로 여성 손님들의 비중이 생각보다 적다는 반응을 보였다. 두 PC방 업주 모두 여성 손님 비율이 적은 원인에 대해 의외로 통학로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학생들이 머무는 지역이 아닌 등하교를 위해 이동만 하는 통학로이기 때문에 여성손님의 유입이 적다는 것이다.

더구나 PC방을 장시간 이용하는 여성 손님들도 많지 않고, 여성 손님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게임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점도 원인 중 하나로 손꼽았다. 특히 대학교 상권이라고는 하지만, 3~4학년이 되면 출입빈도가 줄어들고, 졸업 이후 새 학년이 되면 학생층이 바뀌기 때문에 오랜 단골손님이 부족하다는 점도 이곳 상권의 특징이다.

이-한 PC방 업주는 “우리도 여성 손님의 비율이 8:2 정도인데, PC방을 출입하는 빈도가 적다기 보다는 여성 게임 유저들이 부족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인 것 같다. 사실 번화가에서 여성이 밤늦도록 게임을 하고 있다는 점도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느냐?”며 반문했다.

어메이징파크 PC방 업주 역시 “주택가와 같은 경우에는 고등학생이 졸업해도 또 찾아오고, 대학생이 졸업해도 또 찾아온다. 하지만 대학가 상권은 다르다. 학생층의 손님들이 매년 바뀌기 때문에 단골이라고 할 수 있는 손님이 적다. 유동인구가 유입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운영방법”이라고 설명했다.

   
  ▲ 숙대 앞에서 유명한 이-한 PC방  

   
  ▲ 전체적인 분위기가 밝고, 젊은 감각의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커플 손님들의 비중도 높다. 흡연자이면서도 담배연기가 싫은 손님들은 금연석에서 PC를 이용하다가 흡연석에 준비된 휴게실에서 흡연을 했다.  

숙명여자대학 바로 앞 상권은…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 인근 상권에서 벗어나 이번에는 바로 옆 상권인 지하철 1호선 남영역 상권을 찾았다. 이곳 상권도 숙명여자대학과 인접한 상권이라 유동인구가 상당히 많은 곳이다. 특히 버스정류장 바로 앞에는 두 개의 PC방이 운영 중이었는데, 그 중 한 곳인 사이버 PC방을 찾았다.

특히 남영역 상권은 숙대입구역 상권과 달리 출혈경쟁이 자주 일어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사이버 PC방 업주도 이 같은 출혈경쟁에 질린 듯 “제 살 깎아먹는 경쟁은 지양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이버 PC방은 특이하게 3층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실내에서는 복층으로 인테리어가 꾸며져 있어 독특했다.

사이버PC방 업주에게는 숙명여대 바로 앞 상권에도 PC방이 있는데, 그 곳에는 여성손님의 비율이 높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한 곳은 간판만 남아있는 상태였고, 다른 한 곳인 오투존 PC방은 업주가 부재중이라 인터뷰를 진행할 수 없었다.

단지 오투존 PC방의 홍보문구에서 금연석과 흡연석을 강조했고, 대학교 바로 앞 PC방이라 문서출력을 강조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여대 앞 PC방만의 다른 특징들을 짐작 할 수 있었다.

   
  ▲ 남영역 상권 대로변에서 첫 번째로 마주하는 사이버 PC방  

   
  ▲ 숙명여자대학교 바로 앞 상권에는 2개의 PC방이 운영 중이었다. 한 곳은 폐업을 했고, 다른 한 곳은 대학가 상권에 특화된 형태로 운영 중에 있었다.  

마치며…
기존까지의 PC방 탐방은 특징적인 PC방을 섭외해 취재를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번 PC방 탐방에서는 사전섭외 없이 로드탐방 형식으로 여성의 출입이 많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숙명여대 상권을 찾아 다수의 PC방 업주들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눠볼 수 있었다.

PC방 업주들은 저마다 “PC방이 뭐 다 똑같지… 뭐 특이한 점이 있겠어요?”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상권에 따라 PC방 업주의 성향에 따라 전반적인 분위기와 운영스타일에 차이점이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비슷하지만 똑같은 PC방은 없다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그리고 이번 로드탐방을 진행하며 알 수 있었던 중요한 결론, 여대 앞 PC방은 의외로 여대생 손님이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다양한 상권을 찾아 사전섭외 없는 로드탐방 형식의 취재를 계속할 예정이다. 다른 PC방과 다른 상권에서는 어떤 특징이 있는지 궁금해 하는 것도 PC방 업주들이다. 언제 어느 때 아이러브PC방의 기자가 방문할지 모르니 다들 긴장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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