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하다”, “우울하다”, “지겹다”, “손님도 싫다”, “지긋지긋하다” 이 같은 목소리는 현재 각종 PC방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PC방 업주들의 하소연이다. 이는 현재 PC방 업계가 처해 있는 자화상이기도하다.

PC방 업주들이 이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은 정부의 각종 규제정책, 늘어만 가는 온라인게임 PC방 유료 상품들, 만연한 출혈경쟁 등 영업환경이 도저히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PC방 업주들은 “손님이 손님처럼 보이지 않는다”며, PC방을 운영하는데 회의가 들었다는 푸념도 늘어놨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PC방 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만 한 소식이 드물었다. 단지 게임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대작 온라인게임의 출시만을 바라는 업주들이 많을 뿐이다. 하지만 결국 대작 온라인게임도 PC방 유료 상품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더구나 대작 온라인게임이 출시되었다고 해도 신규 고객이 유입되는 경우는 드물다. 실제 특정 온라인게임의 출시가 PC방 가동률 상승에 영향을 미친 사례는 전무하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된 이유에는 하나로 뭉치지 못한 PC방 업계의 한계가 그 원인으로 지적된다.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기업. 무한경쟁의 한계를 가지고 있는 PC방 업계가 상대하기에는 벅찬 상대다. 물론 PC방 협‧단체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PC방 업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지를 받지는 못하고 있다. 결국 협상테이블조차 마련하지 못하는 것이 PC방 업계의 또 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 같은 상황으로 인해 각종 PC방 커뮤니티에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의미 있는 게시물이 등장하더라도 “어차피 PC방은 PC방일 뿐이다”라며, 자조적인 반응이 뒤따르는 모습을 접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과거와 현재를 되짚어 보고 미래를 전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부터 PC방 업계의 과거를 살펴보고, 2010년 현재 PC방 업계를 점검하는 동시에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져볼까 한다.

 

   

PC방 어떻게 성장해 왔나?
사실 PC방은 법적 명칭 그대로 시설제공업에 속한다.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이를 유통하지 않는다. 이미 존재하는 콘텐츠, 누군가 유통하고 있는 콘텐츠를 손님들이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비를 갖추고 시설을 대여해 주는 것이 PC방이다. 이 때문에 PC방이 현재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원인에는 내부적인 요인보다 외부적인 요인이 크다는 분석도 많다.

외부적인 요인의 중심에는 게임 콘텐츠가 있다. 현재에 이르러 PC방을 출입하는 목적이 되어버린 게임. 특히 <스타크래프트>의 IPX 기능은 PC방이 성장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일부 게임 전문가들은 <스타크래프트>와 PC방이 동반 성장할 수 있었던 원인에 IPX 기능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 <스타크래프트>가 출시된 1990년대 말, 당시 PC방을 이용하는 손님들은 친구나 지인과 함께 대결하는 묘미에 빠져있었다. 인터넷이 지금처럼 충분히 보급되지 않았던 당시에는 대전 욕구를 풀 수 있는 공간이 PC방이 유일했다. 특히 여러 대의 PC를 연결해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고 유선으로 대전할 수 있는 IPX 기능은 <스타크래프트>를 이용하는 PC방 손님들의 활용도가 가장 높았던 기능 중 하나로 손꼽힌다.

게임 뿐 아니라 PC 하드웨어도 PC방이 성장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쳤다. 현재는 PC 본체 가격만 100만 원 이하로 최신 PC 성능을 갖출 수 있지만, 1999년 당시에는 펜티엄3 CPU 가격이 50만 원이 넘었고, RAM은 64M가 10만 원 상당, 128M가 20만 원 상당이었다. 또 HDD는 4.3GB가 15만 원 상당이었고, 천차만별이었던 VGA도 TV 수신카드를 포함해 보통 10만 원 이상을 줘야 구입할 수 있었다. 메인보드도 10만 원 상당, 케이스도 저가가 5만 원 상당의 가격이라 보통 100만 원이 넘는 가격을 주어야 최신 PC 성능을 구축할 수 있었다. 여기에 당시에는 보편적이었던 플로피디스크나 CD-ROM, 사운드카드 등을 포함하면 150만 원을 넘게 주어야 했다. PC 본체 가격만 이정도니 모니터나 주변기기까지 구매하려면 200만 원 상당의 비용이 들어간다.

 

   

이처럼 1995년부터 2000년 사이에는 200만 원에서 150만 원 정도 사이에 PC를 구매할 수 있었기 때문에 PC방에는 손님이 넘쳐날 수밖에 없었다. 물가의 차이를 감안한다면 당시에 가정에서 PC를 구매하는 것은 대단히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물론 PC방도 20여 대 안팎의 PC 보유 대수를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동네마다 PC방이 한 두 개 정도 밖에는 없었던 상황이라, PC 이용요금이 2,000원을 상회했었고, 당시 강남과 같은 곳에서는 3,000원의 이용요금을 받는 곳도 있었다. 그러니 수개월 만에 투자금액을 회수하는 등 유망업종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회적 현상 또한 PC방이 성장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쳤다. 우선 인터넷 전용선 비용이 당시만 해도 고가였고, IMF 외환위기로 실직자가 많았던 상황에서 창업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은 PC방이 양적성장을 이루는데 큰 기여를 했다. 현재 1세대 PC방 창업자로 분류되는 PC방 업주들의 이면을 살펴보면, 대기업을 다녔거나 사업체를 운영했던 이력을 가진 업주들도 많고, 전문직 종사자들도 상당하다. 이들은 대부분 IMF 외환위기 당시 창업했던 세대로, PC방 업계의 변천사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내부적인 요인으로 추락하는 PC방 업계
적절한 시기와 함께 외부적인 요인으로 성장한 PC방 업계는 현재에 이르러 내부적인 문제로 성장세가 멈추어 있다.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양적성장은 이루었지만, 게임에 국한되어 있는 한정된 콘텐츠와 이를 이용하는 한정된 손님들로 인해 출혈경쟁이 시작되면서 2000년 중반까지 단 두 달여 사이에 3,000여 개의 PC방이 폐업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문제는 이 같은 진통이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외부적인 요인도 빼 놓을 수 없다. 그 중 게임 콘텐츠는 PC방 업계의 제 2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스타크래프트>라는 한 시대를 풍미한 게임과 동반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왔지만, 게임 콘텐츠가 주를 이루다보니 온라인게임사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다. 이로 인해 갈수록 게임사는 성장하는 반면, PC방 업계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게임사의 성장은 많은 신작 온라인게임의 출시로 이어진다. PC방 업계는 신작 온라인게임이 출시될수록 PC방 상용화로 인한 요금폭탄을 맞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PC방은 최종소비자가 아니기 때문에 온라인게임사의 요금폭탄을 최종소비자인 PC방 손님에게 부담토록 하면 문제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간단한 방법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 PC방 업계에 만연한 출혈경쟁이다.

 

   

사회적인 인식 또한 문제가 많다. 과거 오락실(아케이드 게임장)에 비행청소년이 몰린다는 인식이 많았던 것처럼 현재 PC방도 사회적으로 이 같은 인식을 이어받고 있다. 오락실의 이미지가 PC방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원인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정부의 규제정책이다. 보통 정부에서 어떤 특정 업계에 대한 규제안을 마련할 때에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있다. 그것은 해당 업계의 반발에 부딪치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 시선과 보편적 인식은 정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현재 PC방은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이 높기 때문에 정부에서 시행하는 규제정책이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여지고 있다.

PC방 협‧단체의 역할이 부진하다는 점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과거 <포트리스>나 스팀파동과 같은 시절처럼 PC방 협‧단체의 활동에 적극적인 업주들이 부족하다보니 PC방 협‧단체의 사회적인 활동은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온라인게임사와 협상테이블 자체를 마련하지 못하는 등 강력한 리더쉽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원인에는 지금까지 PC방 협‧단체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 꼽힌다. 이 때문에 현재 PC방을 운영하는 업주들의 절반 이상은 자신의 매장을 매매시장에 내놓고 영업을 하고 있다는 분석들이 많다.

현재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사실 PC방이 어떻게 성장해왔느냐를 살펴보면 현재의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꼭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과거 PC방의 성장에 <스타크래프트>가 있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스타크래프트>가 왜 인기를 끌었을까? 그 안에는 <스타크래프트>의 IPX 기능과 같이 오프라인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게임이 PC방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온라인게임은 RPG 장르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RPG와 같이 커뮤니티 기능보다 단독 플레이 기능이 강한 게임이 강세를 이루고 있다는 점은 오히려 PC방에는 마이너스로 작용하기도 한다. <스타크래프트>와는 반대로 PC방의 출입 목적이 반감되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에 <리니지>의 성공은 RPG를 즐기는 많은 신규 고객들을 창출했다. 하지만 이후에 수많은 RPG가 등장하면서 신규 고객이 창출되고 있다는 평가보다는 RPG를 즐기는 고객이 같은 장르의 다른 게임으로 철새처럼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높다. 현재까지 수많은 신작 RPG가 출시되고 있지만, PC방 가동률이 특정 게임의 출시로 인해 대폭 상승하는 사례는 없었다.

아직까지도 많은 PC방 업주는 대작 RPG의 출시를 바라고 있다. RPG의 특성상 장시간 이용하는 손님이 증가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RPG 장르는 위험성도 담보되어 있는 상황이다. 최근 정부에서 아이템 거래를 금지시키는 법안 마련을 고려중이기 때문에 RPG를 즐기는 손님들의 목적이 상실되면서 장기적으로 PC방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이 때문에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강한 커뮤니티성을 내포한 게임의 발굴이 절실하다는 의견들도 상당수 제기되고 있다.

 

   

게임 콘텐츠 뿐 아니라 내부적인 변화의 노력도 필요하다. 단기간에 해결하기 힘든 출혈경쟁의 문제를 극복하기 보다는 지출을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영업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업계에서 각광받고 있는 LED를 주목하는 PC방 업주들이 많다. 간판에서부터 내부조명과 모니터에 이르기까지 저전력 고휘도 제품인 LED의 채용을 고려하는 업주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저전력 제품들을 테스트해보고 활용하는 것도 지출을 줄일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체질개선도 필요하다. 이미 PC방 업계에서는 ‘식파라치’ 논란이 불거진 이후 무료서비스를 근본적으로 없앨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주장하는 업주들이 많아졌다. 또 심야영업을 중단하자는 의견들도 많다. 갈수록 심야시간에 기록하는 매출규모가 적어지다 보니 심야영업 중단을 고려하는 PC방 업주가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심야시간에 매출이 급감하면서 그동안 심야영업을 중단하고 싶다는 PC방 업주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문제는 경쟁 PC방에 손님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높기 때문에 아직까지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뿐 만 아니라 샵인샵 개념 등을 도입해 매장 내에서 PC 이용요금이 아닌 다른 형식으로 매출을 끌어올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른 PC방과는 차별화된 방식으로 접근해 손님이 앉은 자리에서 많은 것을 구매하고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실제 이러한 방식을 접목해 PC 이용요금보다 부가수익을 더 많이 발생시키고 있는 PC방도 상당수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 같은 비법들은 대외비로 부쳐져 아직까지 공개된 사례가 적다.

이처럼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해 현재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PC방 협‧단체에서는 이 같은 업계의 분위기를 이어받아 정부부처를 상대로 PC방 업계에 유리한 정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협상하고, 게임사와의 관계개선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PC방 업계가 과포화 상태라고 지적되고 있는 국내시장에서 벗어나 PC방 업계가 해외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활로를 마련하는 것도 PC방 협‧단체의 역할로 지적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PC방의 사회적 이미지를 개선한다면 앞으로 PC방 업계는 제 2의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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