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3월 30일, 충남대학교 정심화국제문화회관에서는 (사)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이하 인문협)의 2007년도 정기총회가 있었다. 이날이 PC방 업계에서 특히 중요했던 이유는 3년간 인문협을 이끌어갈 4기 중앙회장 및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담당할 중앙감사를 선출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 김찬근 중앙회장과 함께 중앙회장 후보로 나섰던 3기 박광식 회장이 총회를 하루 앞두고 사퇴하는 한편, 당시 이종남 부회장(현 울산 지부장)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하며 총회 무기한 연기를 시도하는 등 혼란을 초래했다. 우여곡절 끝에 총회는 예정대로 진행되었고, 4기 중앙회장에 당시 김찬근 부회장이 단독으로 출마, 246표 중 228표를 얻으며 당선되어 뜨거운 갈채를 받았다.

그리고 오는 2010년 3월, 인문협은 4기 집행부의 임기가 끝나면서 5기 집행부를 구성하기 위한 선거가 치러진다. 3월 말에 진행되는 인문협 정기총회에서 5기 중앙회장 및 중앙감사가 선출되는 것이다. 이미 지난 1월부터 각 지회별로 총회를 통해 지회장 및 투표권을 행사하는 대의원 선거가 진행되었고, 2월부터는 각 지부별 총회와 지부장 선거가 치러진다.

그러나 현재 인문협은 4기 출범 당시와 달리 시간이 가면 갈수록 심각한 수준의 내분을 겪으며 혼란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선거규정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며 충돌에 충돌을 반복하는가 하면, 일부 회원들 사이에서는 상호비방과 인신공격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선거철에 접어들면서 이런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중요 선거를 앞둔 인문협, 무엇 때문에 이토록 몸살을 앓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한다.

 

   
 

▲ 4기 집행부 출범 당시

 

만연한 4기 집행부에 대한 불신
선거를 앞두고 심각한 수준의 내분을 겪고 있는 인문협 4기 집행부는 구성 초기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아니었다. 지난 2007년 10월 23일에는 서울 광화문 문화체육관광부 앞 열린시민공원에서 1,500여 명의 회원이 운집한 가운데 PC방 등록제에 맞서는 ‘자유업 수호’ 집회를 개최하며 단결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특히 이날 집회는 PC방 역사상 가장 많은 업주가 한자리에 모인 날이기도 하다.

이처럼 회원들의 단결을 이끌어내기도 했던 4기 집행부가 균열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8년 정기총회를 앞두고 몇몇 임원들의 돌출행동이 외부에 알려지면서부터다. 대표적인 사례는 주요 임원이 독단으로 특정 게임사와 PC방 총판 계약 체결을 시도하려 했던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이는 당시 PC방 업계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 때문에 PC방 협회를 등에 업고 임원들이 사리사욕을 채우는데 급급하다는 비판 여론이 일면서 인문협은 점차 신뢰를 잃어갔다. 특히 인문협이 추진한 ‘건빵PC방’이 회원사를 늘리기 위한 무리한 정책이었다는 지적이 많은 상황에서 이 같은 논란이 발생함에 따라 회원사를 포함한 PC방 업주들은 4기 집행부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김찬근 중앙회장도 이 같은 도덕성 논란을 비껴가지 못했다. 지난 2008년 5월에는 서울지부 마포지회장이 김찬근 중앙회장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며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발표했으나, 당시 고소장을 접수했다던 마포지회장의 석연찮은 행동으로 사건이 무마되며 의문을 남겼다.

또 지난 2009년 8월에는 박홍선 중앙감사가 중앙회로부터 감사업무를 방해받고 있다며 항의하다 김찬근 회장과 폭행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으며,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지난 2009년 11월에는 중앙이사회 임원들로 구성된 측근들과 해외여행을 다녀와 구설수에 올랐고, 지난 1월에는 김찬근 회장의 작은고추PC방이 PC 이용요금을 500원으로 인하하면서 많은 회원들로부터 원성을 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인문협 임원들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고, PC방 업주들의 인문협에 대한 시선은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어느 한 PC방 업주는 “인문협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는다”고 단언하며 인문협을 바라보는 PC방 업주들의 마음을 대변하기도 했다.

 

   
 

▲ '자유업 수호' 집회 당시 1,500여 명의 회원이 참여해 역대 가장 많은 PC방 업주가 참여한 집회로 남았다

 

4기 집행부의 업무처리 능력 도마 위…
이 같은 상황에서 4기 집행부의 업무처리 능력은 늘 도마 위에 올랐다. 가장 공정하고 이견이 없도록 업무를 추진해야하는 상벌위원회는 회원제명과 관련해 다양한 소송에 휘말렸고, 줄줄이 패소하며 제명했던 회원을 다시 복권시켜야하는 처지에 놓이는 등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결국 불필요한 소송을 유발해 협회 예산을 낭비했다는 비판을 피해가지 못하게 된 것이다.

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도 결과적으로 협회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키는 일이 발생하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2008년 11월, 인문협은 CJ인터넷의 <프리우스 온라인>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대신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은 게임 설치를 거부, <아이온>의 흥행을 저지시키자는 공문을 회원사에 배포했다. 사실상 <아이온> 불매운동을 시도한 것이다. 하지만 엔씨소프트가 <아이온> 상용화에 앞서 실시한 무료 서비스 이벤트에 인문협 임원들이 대거 당첨되면서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려야 했다. 결과적으로 현재 <프리우스 온라인>은 흥행에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아이온>은 오랜 시간동안 PC방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어 비현실적인 정책을 추진했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이처럼 4기 집행부가 업무를 처리하는데 있어 미숙하다는 점이 드러나자 임원들 간의 갈등은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치달았다. 특히 이 같은 갈등이 폭발한 것은 선거를 앞두고 진행된 지난 16차 중앙이사회에서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나종윤 노원지회장의 제명 처리나 지회장의 당연직 대의원 여부, 중앙감사의 감사자료 외부유출 건 등 대부분의 쟁점에서 갈등이 표출됐다. 임원들이 마치 편을 가른 듯 쟁점에 대한 해석이나 입장에서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며 갈등이 노골화되는 양상을 보인 것이다.

결국 이러한 일련의 사태들은 4기 집행부의 내분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갈등이 심화되는 모습이 PC방 업계는 물론 외부에까지 적나라하게 비추어지다 보니 PC방 업주들은 인문협을 점점 외면하게 됐다는 것이다. 하다못해 중앙회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게시판운영위원회는 명확한 삭제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회원들의 게시물들을 삭제해 비판을 받고 있으며, 해당 회원들은 서울지부 게시판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도 문제를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내부적인 갈등으로 회원사 권익은 뒷전
4기 집행부에 대한 불신은 내부적인 갈등을 유발하는 촉매가 됐고, 내부적인 갈등은 대외적인 신뢰도 추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내부적인 갈등이 심각하다 보니 외부에는 이권다툼을 벌이는 집단으로 비추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회원들에게 매월 2만 원씩 걷어 임원들에게 활동비 명목으로 지급되는 일명 ‘텔페이’를 둘러싼 파벌싸움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 같은 PC방 업주들의 반응은 우려스러운 지경에 이르렀다. 모름지기 PC방 협회라 함은 PC방 업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야 진정한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PC방 업주들은 인문협에 가입하는 이유를 ‘건빵PC방’을 저렴하게 이용하기 위한 수단일 뿐, 인문협 임원들이 PC방 업계를 위해 활동하는데 보탬을 주고자 회비를 내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반응이다. 회원들의 권익은 뒷전인 인문협이 대외적인 활동을 하는데 있어 PC방 업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더구나 PC방 업계는 날이 갈수록 운영비가 증가하고 요금은 끝없이 하락하는 등 구조적인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부정적인 이미지는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이 같은 사회적 통념이 고착되는 현상이 나타나자, 정부에서 PC방 규제정책을 시행하기에 부담이 적은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다중이용업소에 대한 다양한 규제정책을 시행할 때마다 당연한 듯 PC방이 가장 먼저 언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강력한 의견들이 개진되어야 하지만, 인문협은 대외적인 활동에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PC방 업주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없기에 큰 영향력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지만, 현재 인문협을 이끌고 있는 4기 집행부의 폐쇄적인 성향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높다. PC방 업주들이 서로 단결하지 못하는데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작 한국인터넷PC방협동조합이나 전국피시방협의회와 같은 타 단체와는 대화조차 거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며…
인문협은 가장 많은 PC방 업주를 회원으로 두고 있으며, 전국적인 조직을 갖추고 있어 대외적으로 PC방 업계를 대표하는 단체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폐쇄적인 성향으로 인해 타 단체와의 대화를 거절하고 있고, 이로 인해 PC방 업계의 구심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비현실적인 정책을 추진하거나 업무처리에 있어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 일부 임원들 간의 갈등이 심각하다는 점들은 앞으로 인문협이 해결해야 할 숙제로 보인다.

중앙회장을 비롯한 차기 집행부 구성을 목전에 두고 있는 인문협이 앞으로 어떤 형태로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5기 중앙회장 선거에는 과연 어떤 인물들이 후보로 나설지 회원사들은 물론 PC방 업계 전체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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