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8월호(통권 28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C 구동에 반드시 필요한 OS. 시대에 따라, 또 기술 발전에 따라 꾸준히 새로운 버전에 새로운 기능들이 담겨져 왔다. 가장 대표적인 OS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역시 게이밍 환경과 함께 변화해왔고, 지난 10년간은 64비트라는 큰 변화 이슈를 갖고 있었다.

 

64비트 체계 OS의 등장, 그리고 게임과 PC방
64비트 OS는 2005년 윈도우 XP 64비트 에디션을 시작으로 윈도우 비스타를 거쳐 윈도우 7에서 비로서 대중성을 확보하게 되었다. 심지어 윈도우 XP 64비트 에디션은 전세계적으로 출시된 언어가 제한적이며 국내에 정식 출시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윈도우 비스타 역시 전세계적으로 극도로 낮은 점유율을 보여 사실상 64비트 OS의 확산이라는 측면에서는 유의미한 행보는 아니었다.

리테일 시장에서의 이러한 흐름과는 달리 PC방과 온라인게임에서 64비트 체계가 관심사가 된 것은 2013년 1월 부터이기에 불과 1년을 겨우 넘겼을 뿐이다.

이와 같은 온도차의 배경에는 최종 소비자에 대한 게임사의 입장과 OS를 구매하는 주체인 PC방의 입장이 철저히 반영된 것이다.

게임사의 입장에서는 윈도우 XP 이용자와 저사양 PC 이용자들 모두를 포괄하는 것이 사업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는데다가, 개발 노하우가 안정적으로 축적되기 전에 무리하게 64비트 체계로 개발을 시도할 필요가 없었다.

당연히 64비트 OS의 리테일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어선 2012년 6월에서야 64비트 체계로 개발된 온라인게임 <블레이드앤소울> 1개가 겨우 출시되었다. 물론 이듬해 1월 PC방에 윈도우 7 보급에 불을 당긴 <아키에이지>가 64비트에 맞춰진 온라인게임 2호였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온라인게임과 PC방은 64비트 OS에 대한 접근은 무척 보수적이었다.

PC방이 64비트 체계로의 전환에 보수적이었던 데는 여러 원인이 복합적이었다. 당장 64비트 체계로 개발된 게임의 부재가 제일 큰 이유였으며, 그런 상황에서 수천만 원이 넘는 윈도우 재구매 비용을 투자할 필요가 없었다.

64비트 체계의 장점은 빠른 연산과 메모리
64비트 OS의 이론상 장점은 역시 빠른 연산이다. 32비트는 2진수를 기반으로 2의 32제곱까지 연산이 가능해 이론상 4GB만 처리할 수 있는 반면, 64비트는 2의 64제곱까지 연산이 가능, 약 192GB까지 처리할 수 있다. 약 48배의 연산 가능량이 차이나는 셈이다.

하지만 체감도 48배가 되는 것은 아니다. PC의 성능이라는 것이 CPU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닐뿐더러, GPU 연산과 어플리케이션 역시 64비트로 처리되어야 하는 등 이런 저런 이유로 성능 차이는 이론만큼 크지는 않다.

그래도 32비트 OS의 32비트 어드레싱이 4GB까지만 인식이 가능한데 반해 64비트 OS의 64비트 어드레싱은 128GB까지 인식해준다는 점은 PC 하드웨어 사양에 큰 변화를 야기시키는데 촉매제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2비트 OS에서 4GB까지 인식할 수 있다고는 해도, 비디오카드나 랜 등 칩셋에 연결되는 디바이스 장치 메모리로 인해 실제 4GB 인식 범위 내의 피지컬 메모리는 결국 3.25GB 전후가 된다. 반면 64비트 OS는 128GB까지 인식하기 때문에 사용하지 못하고 밀려나버리는 피지컬 메모리가 없도록 컴퓨팅 환경을 조성해준다.

이러한 64비트 OS의 확산 이후 PC 패키지 게임에는 64비트 체계가 발빠르게 도입되어 비약적인 발전이 이뤄졌지만, 인터넷과 부분유료화로 인한 범용적 접근성을 마케팅 핵심으로 삼고 있는 온라인게임에는 64비트 체계가 쉽게 도입되지 못했다.

캐주얼 게임 시장 잠식한 모바일로 인해 더욱 고사양화되야 하는 온라인게임, 선각자 <블레이드앤소울>과 <아키에이지>로 게임과 PC방에 64비트 OS의 필요성 대두

 

   


64비트 OS에 대한 화두를 던진 것은 <블레이드앤소울>이었다. 2012년 6월 론칭 당시 최고의 그래픽과 액션을 앞세운 <블레이드앤소울>의 인기는 상당했고, PC 업그레이드 이슈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최대의 이슈는 64비트 연산과 메모리 부족이었다. 32비트 OS의 32비트 어드레싱 체계에서 최대 4GB까지밖에 인식되지 않는데, 칩셋에 연결되는 디바이스 메모리로 인해 실제로는 3.25GB 정도로 묶여있던 메모리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64비트 어드레싱을 지원하는 64비트 OS를 이용하는 것 외에는 해결방법이 없었다.

 

더욱이 PC 패키지게임에 버금가는 화려한 화면과 방대한 오브젝트와 플레이어 캐릭터에 대한 대량 연산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결국 64비트 연산 체계가 필수불가결했다.

무엇보다 2010년부터 본격화된 모바일게임의 강세는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캐주얼게임과 저사양 게임의 설자리를 없앴고, 전세계 게임시장은 고사양의 PC 기반 게임과 스마트폰 캐주얼 게임으로 양분화되는 단초가 되었다. PC를 기반으로 하는 온라인게임이 모바일게임과 다른 상업성을 갖기 위해서는 더욱 고사양화되는 방법과 크로스플랫폼으로 개발하는 방법 외에는 없게 되었다.

결국 기존 온라인게임을 뛰어넘는 블록버스터급 기대신작이 되기 위해서는 64비트 체계로 개발하는 것은 당연한 상황이 된 것이다.

이후 64비트 OS 보급의 문을 연 것은 2013년 1월에 론칭한 <아키에이지>였다. 이미 <블레이드앤소울>로 64비트 OS의 필요성이 야기되어있던 터라 론칭 1개 월여만에 전체 PC방의 절반 가량이 윈도우 7을 도입하는 결과를 견인했다. 물론 <아키에이지> 론칭 직전에 MS에서 진행한 고소고발에 따른 영향도 일부 반영된 결과였다.

이렇게 뒤늦은 게임발 64비트 OS 바람은 그 목적에 걸맞게 PC 하드웨어의 변화를 부산물로 이어졌고, 좀 더 고사양의 대작게임의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가시적 변화는 윈도우 7의 확대와 메모리 증가

 


우선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윈도우 7의 점유율 증가다. 앞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온라인게임과 PC방은 범용성을 중시하다보니 32비트 OS를 선호해왔고, PC방은 2003년 초특가 프로모션으로 구매한 윈도우 XP 정품을 굳이 교체할 필요가 없었다. 당연히 윈도우 7의 점유율은 1% 미만이었다가 게임의 발전에 의해 결국 92% 정도까지 신장되기에 이르렀다.

 


PC 사양의 외형적 변화는 메모리 용량의 확대다. 기존 32비트 OS에서는 통상 3.25GB밖에 인식되지 않다보니 4GB의 메모리를 장착해 3.25GB를 구성한 경우는 43.07%였으며, 아예 3GB를 장착한 경우는 28.17%였다. 반면 8GB 이상은 0.51%에 불과했다.

하지만 64비트 OS가 확산되면서 8GB 이상 메모리 점유율은 2012년 1월 당시 0.51%에서 현재는 40.58%로 늘어났으며, 6GB 역시 1.04%로 나타났다. 사실상 64비트 OS로 인해 메모리 용량을 증설한 PC방은 41.11%에 달하는 셈이다.

비운의 비스타는 PC방에서도 외면
사실 한글판이 출시되지 않았던 윈도우 XP 64비트 에디션은 시기적으로나 한글판 부재라는 점으로나 논외로 한다 쳐도 윈도우 7 이전에 64비트를 지원하는 OS로 윈도우 비스타가 존재했다. 하지만 윈도우 비스타는 PC방 업계에 발을 들이지 못했고, 앞으로 남은 8%의 윈도우 XP를 대체할 여지는 없다.

게임업계와 PC방 업계는 <블레이드앤소울>이 공개된 2012년 이전까지는 64비트 OS가 전혀 필요치 않았을뿐더러 윈도우 비스타는 윈도우 7보다 무겁고 게임 호환성에서도 상대적으로 낮다보니 PC방 업계의 선택은 당연히 윈도우 7이 될 수밖에 없었다.

윈도우 9 대중화될 2016년까지는 윈도우 7이 대세
PC방 업계에서는 윈도우 9이 디버깅을 거쳐 대중화될 2016년까지는 윈도우 7이 대세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윈도우 8/8.1은 게임 호환성과 UI 문제로 인해 PC방에서 도입하는데는 부적합하다. 무엇보다 리테일 시장에서의 높지 않은 점유율은 대중성의 척도로, 대중성이 낮은 OS를 다중이용업종에서 도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좀 더 대중성을 갖출 것으로 알려진 윈도우 9이 예정대로 2015년에 출시되어야만 그나마 세대 교체 가능성이 생기는데, 이 역시도 이전 세대 윈도우들의 전례를 살펴보면 디버깅과 게임 호환성을 안정 궤도에 오르기에는 1년 가량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즉 윈도우 9 출시 이후 1년이 지난 2016년 이후에야 세대 교체 가능성이 생기는 셈이다. 윈도우 7의 시대는 적어도 2016년까지는 유지될 것이며, 윈도우 9이 강력한 기능을 선보이지 못한다면 윈도우 XP 만큼의 수명을 갖게 될 수도 있다.

64비트만 지원하는 대작들 속속 등장 64비트 OS는 권장에서 필수로
이런 저런 이유로 64비트 OS 도입을 미뤄왔던 PC방 업계가 어느덧 92%나 64비트 OS를 도입했다. 불과 1년 반만에 이뤄진 전환치고는 정말 빠른 것이다.

 

   

 

올해 최고의 MMORPG 기대작 중 하나로 장타손님과 야간성인 손님층에 어필할 것으로 기대되는 <검은사막>은 아예 64비트 OS에서만 구동이 되며, 또 다른 MMORPG 기대작인 <블레스> 역시 64비트 체계를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블레스>의 경우 32비트 쳬게에서 구동은 될 수 있도록 패치할 계획을 내놓은 바 있으나 말 그대로 구동은 될 수 있는 패치일 뿐이라 정상적인 구동 특히 PvE 등에서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사양에 따른 제한 역시 막대할 수밖에 없어 접속 및 한적한 맵에서 간단한 조작만 가능하다고 보는 편이 현실적이다.

이러한 흐름은 비단 <검은사막>과 <블레스>에 국한된 채로 끝나지 않는다. 게임산업의 흐름상 온라인게임은 더욱 더 고사양화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보니 앞으로 나올 기대작들은 더욱 더 64비트 OS를 필요로 하게 만들어질 것이다. 당장 대작 MMORPG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는 PC방 업계로서는 <검은사막>과 <블레스>의 서비스가 이뤄질 시점인 연말에는 64비트 OS는 권장에서 필수로 완전히 바뀌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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