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윈도우 제품 재구매 압박에 폐업 결정하는 PC방 업주들 증가
- 방학 성수기 앞두고도 투자 감소, PC 시장 매출부진 등 연쇄작용도…

최근 한국마이크로소프트(대표 김제임스, 이하 MS)가 PC방을 대상으로 저작권 권리를 행사하며 대대적인 고소·고발을 단행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압박을 견디지 못한 PC방 업주들이 결국 폐업을 결정하면서 PC방 업계 폐업률이 급증할 전망이다.

하루하루 불안 속에 떨고 있다는 한 PC방 업주는 “한번 저작권으로 고소·고발을 당하면 수천만 원의 윈도우 제품을 열흘 안팎에 재구매하도록 압박하고 있다”며 “주위에 심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한 사장님들이 벌써 8명이나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PC방 커뮤니티에도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는 게시물이 증가하고 있다. 내년 6월이면 PC방 전면금연화가 시행돼 매출부진이 예고되고 있는 상황에서 MS의 윈도우 고소·고발 사태까지 이어지자 차라리 업계를 떠나겠다며 폐업을 준비하고 있는 업주들이 늘고 있다.

폐업을 단행해 각종 PC와 의자, 책상 등 물품들을 대량으로 판매한다는 게시물도 증가하고 있으며, 폐업과정에서의 갈등해결을 묻는 질문들도 증가하고 있다. <디아블로3>로 인해 신규 창업자들이 초보적인 질문을 쏟아냈던 5월과는 분위기 자체가 다른 상황이다.

이처럼 MS의 PC방 고소·고발 사태가 단 시간 내 대량 폐업의 결과를 가져오고 있는 것은 까다로운 윈도우 라이선스 규정,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준비 안된 창업 지원, PC방 업주의 금전적 부담, PC방 전면금연화, 겨울방학 성수기 등이 복합적으로 얽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윈도우 라이선스 규정상 PC를 업그레이드하면 라이선스가 종료된다. 이 때문에 2~3년 전에 윈도우XP와 RR을 구매한 정품구매 PC방도 PC 업그레이드를 진행하면서 불법 이용자로 입장이 뒤바뀌고 있다. 여기에 윈도우 제품 제공을 제외한 채 창업을 안내하는 일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역시 사태를 키우는데 한 몫 하고 있다.

PC방 업주들 입장에서는 금전적인 부담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PC 1대 당 30여만 원 상당의 윈도우 제품을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100대 기준 PC방은 3,000만 원 가량의 비용이 지출된다. 통상 1년에서 1년 6개월마다 PC를 업그레이드해야 하는데 이때마다 3,000만 원씩 지출해야 하는 것이다.

폐업이 늘어나고 있는 배경에는 겨울방학을 앞두고 있는 상황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겨울방학은 PC방 가동률이 대폭 상승하는 시기로, 성수기를 대비해 PC 업그레이드를 단행하곤 한다. 하지만 MS 윈도우 사태가 터지면서 올해 겨울방학에는 PC 업그레이드를 포기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PC 업그레이드에 대한 부담에 윈도우 제품 재구매 부담이 가중되고, PC방 전면금연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겨울 성수기 장사를 포기하는 PC방이 늘어나고 있다. 전통적으로 방학을 앞둔 상황에서는 PC방 창업이 증가했지만 올해는 반대로 폐업률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최대 PC 유통단지인 용산 시장도 얼어붙기는 마찬가지다. MS 윈도우 사태로 인해 PC 업그레이드를 단행하는 PC방이 대폭 감소하자 때 아닌 불황으로 울상을 짓고 있다. PC방은 데스크톱 PC의 주요 소비층이기 때문에 PC방의 수요가 줄자 매출이 급감하고 있는 것이다.

한 PC 유통 업체 관계자는 “MS 윈도우 사태가 터진 이후부터 PC 구매 문의가 대폭 감소했다”며 “원래 11월부터 12월까지는 PC 판매량이 급증하는 시기인데, 아무래도 윈도우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PC방 업주들이 업그레이드를 포기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뿐만 아니라 PC방을 주요 고객으로 의자와 책상을 공급하는 가구 업계, 인테리어 업계 등 PC방 관련 산업 전체에 윈도우 사태로 인한 연쇄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윈도우 고소·고발 사태에 대한 합리적인 해법이 시급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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