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걱정? 손님 스트레스? 그런 건 남 이야기”

현재 PC방 업계는 만연한 출혈경쟁으로 인해 PC 이용요금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PC방 유료 과금 게임의 증가, 전기요금 상승, 각종 규제정책으로 인한 시설비 부담, 인건비 부담 등 운영비용이 점점 증가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실 대부분의 업주들은 이 같은 구조적인 문제점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제가 개선되지 못하는 것은 업주 한명의 노력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계 전체가 노력해 구조적인 문제점을 찾아 해결해야 하지만, PC방 역시 무한경쟁체제인 자영업종의 한계에 막혀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PC방들은 저마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도입하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그 가운데 PC방 업계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무인 PC방’, 즉 PC방 업주나 근무자가 상주해있지 않고 손님이 셀프로 모든 것을 알아서 이용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이 같은 셀프 시스템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내는 업주들은 운영비용 측면에서 인건비 등을 절약할 수 있고, PC방 업주가 시간적인 여유를 찾을 수 있다며 경제적으로 이점이 많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시도하기 힘들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업주들이 더 많은 상황이다.

대표적인 문제점들은 심야에 청소년 출입을 관리하기 힘들다는 점, 재떨이 등 매장 청소가 제대로 되지 않아 불결할 수 있다는 점, 도난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문제 발생 시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점, 손님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지 여부, 일반적인 PC방과의 경쟁에서 유리할 수 없다는 점 등이다.

셀프 시스템은 경제적 측면에서 많은 장점이 부각되는 반면에 운영적인 측면이나 관리적인 측면에서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셀프 시스템을 도입한 PC방은 존재할까? 실제 존재한다면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지금부터 셀프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알려진 경기도 구리시 ‘애니락 PC방’을 방문해 어떤 장단점들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한다.

   

“無人” 셀프 시스템이란?
현재 대부분의 PC방은 근무자가 1명 이상 상주해 있는 형태로 운영된다. 요금 계산이나 손님 좌석을 청소해야하고 손님을 응대하는 등 관리와 운영적인 측면에서 근무자가 매장에 24시간 상주해 있는 것이다. 매장에 근무자가 상주해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도난이나 화재 등 매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불미스러운 일들에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하고, 손님들과의 교감을 통해 단골손님을 확보하기에 용이하다.

하지만 셀프 시스템을 도입한 無人 PC방은 말 그대로 매장 내 근무자가 상주해 있지 않는 형태로 운영되는 것을 말한다. PC를 대여해 줄 수 있는 시설만 마련해 놓고 손님들이 알아서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당연히 요금을 받을 사람이 없으니 기계를 통한 선불이 원칙이며, 손님들은 사람이 해줄 수 있는 어떤 서비스도 요구할 수 없고 받을 수도 없다. 무료 음료서비스도 없고, 재떨이를 가져다주는 서비스도 없으며, 나간 자리를 치워주지도 않는다. 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이라는 법적명칭 그대로 기본적인 것만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기존 PC방과는 다른 설비들을 갖추어야 無人 PC방을 운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PC방 관리프로그램을 선불기계로 대체해야 하며, 도난 등을 방지하고 매장 상황을 살펴볼 수 있도록 매장 곳곳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해야 한다. 간혹 사각 지대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PC 본체는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마우스, 키보드, 스피커, 헤드셋 등 PC 주변 기기들은 묶어두거나 고정시켜 도난을 방지해야 한다. 일반적인 PC방에서도 이 정도 설비만 갖추면 즉시 無人 PC방을 운영할 수 있다. 이 같은 설비들을 일컬어 셀프 시스템이라 부른다.

   
 

▲ 애니락 PC방이 도입한 셀프카운터프로그램

 

실제 셀프 시스템을 도입한 PC방은?
현재까지 국내에서 셀프 시스템을 도입해 완전하게 無人 PC방을 운영하고 있다는 매장은 쉽게 찾아보기가 힘들다. 아주 극소수의 PC방 업주만이 無人 PC방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며, 셀프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한 설비들도 아직까지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無人 PC방을 운영하고 있다는 업주들 사이에서는 전국 각지에 흩어져 운영되고 있는 無人 PC방들에 대한 정보가 의외로 많이 공유되고 있었다. 그 가운데 오픈한지 한 달여 정도가 지났다는 경기도 구리시에 위치한 애니락 PC방을 취재 대상으로 꼽았다.

無人 PC방인 애니락 PC방을 들어서는 순간, 근무자가 상주해있지 않아 지저분할 것이라는 예상은 단숨에 사라졌다. 오픈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신규 매장이라는 점이 한 몫 했지만, 가장 먼저 심플한 구성과 깨끗한 이미지의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일반적으로 카운터가 위치해 있었을 법한 자리에는 셀프 시스템 설비인 ‘셀프카운터프로그램(이하 셀카프로)’이 자리 잡고 있었으며, 손님들에게 필요한 재떨이 대용 종이컵이나 정수기, 물수건, 손세척제 등이 깔끔하게 디자인된 선반위에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 재떨이 대용으로 종이컵을 활용하고 있었다

 

실제 손님들이 착석하게 되는 각 PC 좌석들은 셀프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한 책상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책상 정면에 모니터가 위치해 있고, 키보드, 마우스, 헤드셋, 휴대폰 충전기 등 주변 기기들은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PC 본체는 모니터 뒤에 공간이 따로 구성되어 있어 외부로 노출되지 않았으며, 각종 선들은 PC 본체로부터 연결되어 외부에서 아무리 잡아 당겨도 PC 본체와 분리되지 않았다. 스피커는 책상에 매립되어 있었으며, 모니터 뒤 벽면에는 PC 파워버튼, 스피커 볼륨조절 버튼, 헤드셋 연결단자 및 각종 USB 연결 포트가 있는 콘트롤 박스가 위치해 있었다.

   
 

▲ 애니락 PC방은 셀프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책상을 특수 제작했다

 

애니락 PC방의 운영·관리 방법은?
애니락 PC방을 운영하고 있는 김양회 사장은 가장 바쁜 시간대에만 매장에 들러 직접 관리하고 있었다. 보통 오후 3시쯤 출근해 오후 10시가 넘어가면 퇴근한다. 방학기간이기도 하지만 매장을 오픈한지 한 달여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매장에 상주해 있는 시간을 길게 잡았을 뿐, 자리가 잡히고 방학이 끝나면 매장에 들르는 시간을 더욱 단축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김양회 사장이 없는 시간에는 말 그대로 無人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애니락 PC방은 선불요금이 원칙이다. 손님들이 애니락 PC방을 이용하려면 우선 필수적으로 셀카프로에서 요금을 결제해야 한다. 현재 회원, 비회원 구분 없이 시간당 1,000원의 요금을 받고 있으며, 회원은 남은 시간을 적립할 수 있다. 요금을 선불로 결제한 이후 사용시간이 남으면 로그아웃 이후 다음 방문 때 PC에서 회원 로그인만 하면 남은 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만 원 단위로 선불요금을 지불하고 수시로 이용하는 단골손님들도 많다고 한다.

   
 

▲ 셀프카운터프로그램 장비의 뒷모습. 손님들이 결제한 금액들이 들어있다

 

無人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손님들의 불편사항을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기도 하지만, 애니락 PC방은 매장 내에 24시간 언제든지 연락을 받을 수 있는 전화번호를 남겨놓고 있었으며, 매장 한쪽에 화이트보드를 설치, 손님들이 겪은 불편사항을 적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셀카프로를 통해 로그인 정보를 취합하다보면 자리이동이 빈번한 PC 좌석을 체크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PC에 이상이 생겼다는 징후로, 로그인 정보를 수시로 체크해 고장이 발생한 PC를 관리하고 있다.

아직까지 먹을거리 상품 판매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고 있지 않는 모습이다. 애니락 PC방에서 만날 수 있었던 자판기는 음료 자판기가 유일하다. 이 때문에 애니락 PC방을 이용하는 손님들은 라면이나 햄버거와 같은 상품들은 접할 수 없다. 김양회 사장은 향후 라면자판기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만, 라면자판기를 도입한다고 해서 먹을거리 상품 판매로 인한 부가수익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대신 김양회 사장이 직접 매장을 관리하는 시간대에는 컵라면이나 과자 종류를 판매하고 있었다.

   
 

▲ 유일하게 운영되고 있는 음료 자판기(좌), 한쪽에는 화이트보드가 마련되어 있다(우)

 

無人 PC방, 장점이 많을까? 단점이 많을까?
애니락 PC방 김양회 사장은 셀프 시스템을 도입한 無人 PC방을 운영하고 있는데 있어, 대단한 애착을 보였다. 단점도 물론 존재하지만 장점이 훨씬 크다는 생각 때문이다. 단점을 좀 더 보완한다면 앞으로 無人 PC방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았다.

김양회 사장은 “현재 일반적인 PC방 운영 형태로는 배짱 장사를 하기 힘들다. 손님들의 비위를 맞추려면 끝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셀프 시스템을 도입한 無人 PC방은 배짱 장사가 가능하다. 손님과 마주칠 일이 없으니 배짱 장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손님을 응대하며 받는 스트레스가 없다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이다. 더구나 근무자를 채용할 일이 없다. PC방 업주들이 아르바이트 채용에 있어 얼마나 많은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고 있나? 無人 PC방에 대한 최대 장점은 속편하게 장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선불이라 요금을 안내고 도망가는 손님도 없다. 정말 마음 편하게 장사할 수 있다”며 無人 시스템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단점도 분명 존재한다. 김양회 사장은 단점에 대해 “좀 더 고민하면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을 것 같은 단점이 있기는 하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크게 생각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먼저 심야시간에 청소년들의 출입을 완전히 제어할 수 없다는 점이 단점이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애니락 PC방은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지난 3년 동안 無人 PC방을 운영해 왔다. 새벽 5시 쯤 청소년이 출입하는 경우를 잠깐 보기는 했지만, 동네 장사를 위주로 했기 때문에 성인손님들이 내쫓는 경우가 많았고, 단 한 번도 청소년 문제로 신고나 행정처분을 당한 적이 없다. 그 외에는 특별한 단점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 애니락 PC방의 깔끔한 인테리어

 

마치며…
김양회 사장은 지난 3년 동안 無人 PC방을 운영하며 도난이나 청소년 출입 문제로 골치를 썩은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또한 매장을 관리하는데 있어서도 손님들이 알아서 종이컵을 버리고 나가는 등 청결문제가 심각하지는 않다고 했다.

단지 어떤 상권에 진입하느냐가 관건이라는 입장은 분명히 밝혔다. 이에 대해 김양회 사장은 “개인적으로는 큰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無人 PC방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속 편하게 장사하고,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만 수익을 낸다는 생각으로 운영하고 있다. 유동인구가 많고 권리금이 높은 대형 상권보다는 임대료가 저렴한 주택 밀집 지역에서 시도해볼만한 시스템이다. 無人 PC방은 한 마디로 동네장사가 제격인 것이다. 경쟁이 치열하지 않고 주민들이 서로 알고 지내는 상권이라면 無人 PC방을 해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인건비나 기타 잡비들을 아낄 수 있으니 큰 손해를 보는 일도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無人 PC방은 아직까지 PC방 업주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아이템이다. 하지만 無人 PC방 시스템 도입으로 속 편하게 장사하는 것이 제일이라는 PC방 업주도 존재하는 만큼, 앞으로 無人 PC방이 PC방 업계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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