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PC방 업계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는 출혈경쟁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신규 창업자들이 겨울방학 성수기 시점에 맞추어 PC방을 오픈하다보니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출혈경쟁이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 11월 중순 이후부터 시작돼 최근에는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PC방 업주들 역시 이 같은 현상을 직·간접적으로 느끼며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출혈경쟁이 시작되면 인근 상권으로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신규 PC방이 입점하는 상권에서는 여지없이 출혈경쟁을 억제하기 위한 PC방 업주들의 모임이 형성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특히 출혈경쟁을 억제하자는데 의견을 모아도 다른 입장을 가진 PC방 업주나 손님들이 요금을 담합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어 문제다. 그렇다면 출혈경쟁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일까? 지금부터 PC방 업계의 만연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출혈경쟁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출혈경쟁, 왜 발생하나?
PC방 업계에서 출혈경쟁이 발생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인근에 신규 PC방이 입점하거나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극심한 매출부진을 겪을 경우다. 전자는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요금을 인하하는 경우이고 후자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요금을 인하하면서 출혈경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먼저 경쟁이 심화되어 요금을 인하하는 경우를 살펴보면 어떤 상권에 신규 PC방이 입점하면서 시작되는 경우가 높다. 최신 사양의 PC와 최신 인테리어로 무장한 신규 PC방에 맞서기 위해 기존 PC방 업주들이 요금을 인하하는 것으로 경쟁력을 갖추려는 것이다. 혹은 신규 PC방이 오픈 이벤트를 진행하며 먼저 요금을 인하하는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문제는 신규 PC방이 오픈 이벤트로 요금까지 인하해버릴 경우 PC 업그레이드나 인테리어 리모델링을 할 수 없는 기존 PC방은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기존 PC방 업주에게 기존 요금체계를 고집하라고 요구할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혹여 신규 PC방이 요금을 인하하는 오픈 이벤트를 진행하지 않더라도 PC 사양과 인테리어에서 밀리는 기존 PC방은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힘들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기존 PC방 업주는 인근에 신규 PC방이 입점할 경우 요금을 인하 하는 방안을 고려하게 된다. 특히 다른 PC방과의 경쟁과 상관없이 극심한 매출부진을 겪는 PC방도 생계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요금을 인하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생계를 위한 차원이니 이러한 경우에는 비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출혈경쟁, 무엇이 문제인가?
출혈경쟁으로 인한 가장 큰 문제점은 PC방을 찾는 손님들이 PC방의 시간당 PC 이용요금을 인식하는 수준이다. 매일 시간당 500원의 요금을 지불하던 손님이 요금을 1,000원으로 운영하는 PC방을 방문할 경우 금액의 단위와는 상관없이 비싸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 결국 손님들의 이러한 인식 때문에 PC방 요금이 하향평준화 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요금을 인하하더라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라면 상관없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PC방 유료과금 게임은 점차 증가하고 있고, 온라인게임의 그래픽이 발전할수록 PC 업그레이드로 인한 재투자 비용도 꾸준하게 늘어난다. 생계를 위한 비용은 물론 재투자 비용을 마련해야하고 매월 지출되는 각종 비용과 온라인게임 결제비용까지 감안한다면 시간당 PC 이용요금을 인하하는 것은 자폭하는 행위와 마찬가지다.

다른 업종들을 살펴보면 물건을 판매하든 서비스 이용요금을 받든 최저 운영비용이 상승할 경우 요금을 인상하고 있다. 하지만 PC방 업계를 살펴보면 날이 갈수록 최저 운영비용이 증가하는 반면 PC 이용요금을 인상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놓여있다. 돌파구가 없다면 PC방 업계가 전체적으로 경영악화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출혈경쟁을 억제할 대안은 무엇인가?

 

   

그동안 PC방 업계에서는 출혈경쟁을 억제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해왔다. 그러나 대부분 해당 PC방 업주를 설득하고 회유하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PC방 업계의 발전을 위해 출혈경쟁만은 피하자는 인식을 공유하고 출혈경쟁의 문제점에 대해 공감하면서 요금을 인하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혹여 설득에 실패할 경우에는 “가만두지 않겠다”는 엄포를 놓기도 한 사례도 있다.

 

끊임없이 괴롭히겠다는 의미이지만, 이 때문에 갈등이 더욱 심화되어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도 한다. 사실 누구도 시간당 PC 이용요금을 인하하지 못하도록 강제력을 발휘할 수는 없다. 설득이 불가하면 회유하는 방식으로 출혈경쟁을 억제하고 있기는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은 정부부처는 이러한 행위 자체를 담합행위로 인식하고 제재를 가하고 있어 여간 조심스러운 것이 아니다.

결국 설득과 회유밖에 할 수 없는 PC방 업계에서는 출혈경쟁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개입해 출혈경쟁을 억제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정책 중 하나는 가격 고시제다. 택시요금이나 버스요금 등 주로 공공요금에 적용되고 있는 가격 고시제를 PC방 업계에 접목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가격 고시제는 오히려 PC 이용요금을 함부로 올릴 수 없도록 하는 규제정책이 될 수 있어 문제다. 가격 고시제의 취지 자체가 ‘바가지 요금’을 없애자는 의도이기 때문에 실제로 PC방 업계에 도입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PC방 업계에서 대안을 제시하는 또 다른 정책은 공정거래위원회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자는 것이다. 생계를 위한 최소운영비용을 산출해 PC방의 적정 요금은 얼마인지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담합행위로 간주하는 시선을 보다 탄력적으로 운영해 달라는 의미다. 그나마 실현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정책 제안 중 하나이지만, 공정거래위원회에서 PC방 업계의 현실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마치며…
과거 PC방의 이용요금은 2,000원이었다. 하지만 PC방 수가 증가하면서 요금은 하염없이 하락해 현재에는 시간당 PC 이용요금이 500원으로 정착된 상권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반대로 운영비용은 과거보다 몇 배 이상 증가해 있는 상태다. 결국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적정 요금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요금 경쟁이 아닌 서비스 경쟁이 되어야만 PC방을 찾은 손님들도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다. 출혈경쟁을 억제하는 차원에서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높은 가운데, 각 PC방 단체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앞으로 PC방 단체에서는 출혈경쟁을 억제하는 정책들을 정부부처에 제안하는 동시에 출혈경쟁으로 인한 폐해를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PC방 업주들 역시 각 단체에서 추진하는 정책들을 예의주시하며, PC방 단체와 정부부처 간의 협상테이블에서 PC방 업계가 유리한 입장에 놓일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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