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인? 무인! 무인…. PC방 무인화, 결국 가야할 길인가?

月刊 아이러브PC방 3월호(통권 340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19-03-31     최승훈
2019년 최저임금은 시급 8,350원으로, 2년 사이 29% 인상됐다. 물가가 2년 사이 29% 인상됐다면 현대적 인플레이션의 시작이라 할법하다. 그런데 실제 물가가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을 뒤따라 빠르게 인상되고 있다. 택시비는 27% 인상되고, 치킨은 가격인상에 배달료까지 추가돼 사실상 20%가량 인상된 상태다. 일터 앞 한 끼 식사도 10~20% 가량 인상됐다. 전통적인 통화팽창은 아니지만 물가의 지속적 상승과정을 보자면 말 그대로 인플레이션이라 할만하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PC방은 손님들의 주머니가 얇아져 방문이 줄었다고 울상을 지으면서도 요금 정상화는 요원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딱히 획기적인 먹거리 상품이나 부가수익원이 등장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건비는 인상된 최저임금을 모두 책정해 지불해야 한다. 법이 그러하고 노동의 대가이니 마땅히 지급돼야 한다. 하지만 지불 능력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면 고용을 줄이거나 폐업의 선택지밖에 남지 않는다. 이는 업주의 과로로 직결되고 관리 소홀로 이어진다.
 
최저임금이 크게 오른 2017년 7월부터 인건비 지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피를 말리듯 소상공인들을 옥죄어왔다. 어찌 보면 PC방의 무인화 시도는 선택이 아닌 필수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는지도 모르겠다. 2년이라는 시간이 많은 것을 변하게 한 것이다.
 
기업이 아닌 소상공인으로서 PC방 업주가 무인화에 대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야간 청소년 출입이다.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신분증을 위변조해 입장한 청소년은 훈방조치하고 위계에 속은 PC방 업주는 처벌을 받는 ‘때린 놈은 무죄, 맞은 놈은 유죄’라는 불합리한 법에서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에 야간 청소년 출입을 차단하거나 법적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가 가장 큰 관건이었다.
 
세간에는 신용카드 인식, 홍채‧지문 등 신체 조직 인식, 신분증 위변조 감별 등 다양한 기술들이 있지만, 위계가 발생할 여지가 크고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현재 PC방 업계의 특수성을 최대한 반영한 솔루션은 이미 인증 수단으로 인정받고 있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인스턴스 인증키 인증, 정맥 인식, 중앙 캠 관제 등이 있다. 물론 사설 보안업체와 연계해 보안 전문성은 높이면서 위법 행위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는 의지를 피력해 문제를 최소화하는 방안도 각광받고 있다.
 
이미 고해상도 CCTV를 다채널로 갖추고 있는 PC방은 그 어느 업종보다 부분 무인화 솔루션을 도입하기 쉬운 환경이다.
 
야간 먹거리 문제도 다양한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다. 경남의 한 소도시에서는 모두 알고 지내는 사이다보니 아예 먹거리 요금 수납통에 돈을 넣고 냉장고에서 먹거리를 꺼내가도록 안내를 해봤는데, 먹거리 소비 내역과 수납 금액이 거의 맞아떨어지고 있어 단골손님 위주라면 야간 부분 무인화 중 자율 먹거리 판매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을 방증했다.
 
물론 유동인구가 많은 대도시에서는 불가능한 얘기로,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결제 시스템이 연동된 멀티 밴더가 각광받고 있다. 편의성, 재고 관리, 결제 수단 다양화, 냉장 기능 등 모든 면에서 자동화 컨셉과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라면 즉석조리기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는데, 야간에 고객이 직접 조리기에 라면을 끓여먹을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다. 물론 주간에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보니 관심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물론 부정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서비스업으로서의 성격이 감소하면 PC방 업종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어 소형 매장이나 가능하지 대형 매장에서는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많은 부분이 개선되고 있다지만 아직 큰 산을 넘지 못했다. PC방이 고도로 발전하면서 관리프로그램, 노하드솔루션, 선불결제기, CCTV 등이 얽히고설키기 마련인데, 아직 통합 시스템이 등장하지 않아 야간 무인 자동화는 오롯이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 자본력과 기술력을 갖춘 대기업이 작정하고 뛰어들면 순식간에 예속될 수 있는 위험은 도사리고 있다.
 
소비 트렌드 변화와 지출 여력의 변화는 PC방 야간 운영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은 야간 부분 무인화의 필요성을 역설하는데 부족하지 않았다. 당장 소상공인이 처해있는 상황 자체도 야간 부분 무인화에서 답을 찾으라고 손짓하고 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PC방은 서비스 산업의 시설임대업이기에 시설의 관리, 고객 응대, 피드백 등 관리에 더욱 집중하면서 소비자들의 니즈에 기민하게 반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야간 부분 무인화 시스템 도입을 고민하고 있다면, 도입 예상 시점을 기준으로 시간대별 매출매입을 분석해 흑자 구간에는 인력을 배치하고, 적자 구간만 무인화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직은 개발 초기라 빈틈이 많을 수밖에 없는 시스템에 많은 시간을 감당케 하는 것 자체가 위험행위이고, 법이 아직은 PC방에 불리한데다가 아직은 고객과의 스킨십이 PC방의 덕목임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유비쿼터스에서 IoT로 대명사가 바뀌었다고 그 추구하는 세상과 방향성이 바뀌지는 않았다. 그저 세부 기술과 헤게모니만 바뀌었을 뿐이다. PC방 무인화는 해결해야할 숙제가 아직 많이 남아있지만 방향성만은 분명해졌다. 24시간 업종이라 여느 업종처럼 매출이 적은 시간대를 중심으로 영업시간을 조금 줄여 손익분기를 개선할 수 없는 만큼 적자 시간대의 운영 방안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