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3월호(통권 340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C방 손님들이 다양한 게임을 즐기고 있는 모습은 너무 오래되고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손님들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유통되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1990년대에는 PC방 업주가 게임매장을 방문해 CD를 구매하고 이를 하드디스크에 설치해야 했고, 2000년대 들어서는 온라인게임의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해 클라이언트를 내려받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또한 CD만 구입하면 라이선스에 문제가 없었던 시기가 있었지만 온라인게임의 발흥과 국내 게임사들의 성장이 맞물려 PC방 프리미엄 혜택이라는 명목으로 PC방 업주가 게임사에 정량상품을 구입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하기도 했다.

ESD(전자 소프트웨어 배급)는 게임 유통의 절대적 체계로 자리 잡았고, 그 여파는 한국 게임 시장과 PC방에도 직격으로 날아들고 있다. 그 선두에는 밸브코퍼레이션이 서비스하는 스팀(Steam)이 있고, EA의 오리진과 유비소프트의 유플레이, 마이크로소프트의 MS 스토어와 해머앤치즐의 디스코드 스토어, 최근에는 에픽게임즈의 에픽 스토어까지…. 이 시장을 두고 수많은 글로벌 업체들의 경쟁이 한창이다.

PC방에서 이미 메가히트를 기록한 <배틀그라운드>는 국내보다도 해외를 타겟팅해 스팀 얼리억세스로 서비스를 시작했고, 역으로 국내에 들어와 흥행에 성공한 경우이며, 이 때 스팀이라는 생소한 플랫폼을 처음 경험한 PC방 업주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EA의 화제작 <에이펙스 레전드>가 PC방을 강타하고 있는데, 이 게임은 스팀과 유사하지만 전혀 다른 플랫폼인 오리진(Origin)에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PC방 업주가 알아야 할 ESD가 앞으로 몇 개나 더 있을까? PC방 게임 유통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세계적 ESD 몇 개를 선정해 각 특징들을 간략히 살펴봤다.

스팀(Steam), 게임 ESD의 대명사
밸브코퍼레이션이 서비스하는 게임 ESD 플랫폼 스팀은 세상의 모든 ESD 플랫폼이 연합한다고 해도 버금가지 못할 정도의 압도적인 규모와 위상을 자랑한다. 전 세계 1억 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했고, 일일 유효 접속자만 해도 3천만 명이 넘는다. 스팀의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활성 이용자 수는 470만 정도다.

스팀은 이용자 규모뿐만 아니라 등록된 게임 타이틀 규모도 여타 플랫폼과의 비교를 불허한다. 2만 개에 육박하는 타이틀이 포진해 있고, 장르의 스펙트럼도 광활하기 그지없다. 결론적으로 개발사가 원치 않는 경우만 제외하면 스팀은 유통과정에서 1순위로 고려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스팀은 간편한 라이브러리 관리 기능과 편리한 커뮤니티 기능, 게이머의 추천과 비추천을 반영하는 리뷰 시스템, 세이브 파일을 클라우드로 저장해주는 서비스, 연쇄적인 할인 이벤트로 이용자들의 호감을 사고 있다.

아울러 모바일과 연계한 스팀링크, 콘솔을 지향했던 스팀박스, 스팀 전용 운영 체제인 스팀OS는 물론, 최근에는 영상과 VR 콘텐츠 유통까지 게임 이외의 분야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2005년 <카운터스트라이크>의 한국 서비스 과정에서 잡음을 일으킨 이후 PC방과 영영 인연이 없을 것만 같았다. 이후 스팀은 20년 간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고, 올해부터는 PC방 서비스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한다고 한다.

 

오리진, <에이펙스 레전드>의 본진
EA의 ESD 오리진은 최근에 급부상한 플랫폼이다. 해외 게임에 관심이 많은 게이머들에게는 친숙할 수 있겠지만 PC방에서는 낯선 플랫폼이다. 적어도 <에이펙스 레전드>의 등장 이전까지는 그랬다.

지난 2월 초에 출시된 <에이펙스 레전드>가 전 세계 게임시장을 휩쓸면서 PC방 업주들 사이에서도 관심을 끌었고, 무료 게임이라고 하니 설치 좀 해볼까 싶었는데 이 때 처음으로 오리진이라는 ESD를 알게 되었다는 반응이 태반이다.

지난 2011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오리진은 글로벌 공룡 게임사 EA의 타이틀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Eat All’이라는 별명을 가진 게임사답게 등록된 게임 규모는 상당히 거대한 수준이며, 여기에 타사의 작품들도 적지 않게 등록되어 있다.

게임 타이틀 할인이나 무료 제공 등 게임을 제공하는 방식 자체는 스팀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오리진은 국제적으로도 스팀에 이어 PC 플랫폼에서는 가장 큰 ESD로 꼽을 수 있을 만큼 많은 유저풀을 보유한 강력한 플랫폼이다.

EA는 이미 EA코리아라는 이름으로 지사를 운영 중이고 여기에 <에이펙스 레전드>라는 강력한 흥행작을 정식으로 한국에 서비스할 계획이라 오리진은 한국 및 PC방에서의 위상이 크게 오를 전망이다.

 

유플레이, 유비소프트의 ‘그 곳’
유플레이는 유비소프트의 자체적인 ESD로, 자체적으로 퍼블리싱한 작품들 위주로만 등록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독자적인 DRM 인증 시스템 역할을 겸하고 있는 탓에 다소 번거로운 절차를 요구한다.

가령 PC방에서도 나름의 인기를 구축하고 있는 <레인보우식스: 시즈>의 경우를 살펴보면 스팀에서 구매했다고 치더라도 결국 유플레이를 거쳐서 게임을 실행하는 구조기 때문에 클라이언트 설치도 불편하다.

PC방 업주가 아닌 손님들이 겪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회원등록과 계정에 대한 고객지원, 시리얼키 등록 및 스팀 연동, 저열한 클라이언트 성능, 최악에 가까운 서버 상태도 도마 위에 오른지 한참 됐다.

이처럼 유플레이는 수많은 단점을 드러내고 있는 플랫폼이지만 슬프게도 PC방이 피해갈 수 없는 플랫폼이기도 하다. 스팀을 통해 서비스되는 게임 중에서 PC방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자랑하는 <레인보우식스: 시즈>의 본산이기 때문이다.

유플레이는 <레인보우식스: 시즈> 외에도 기라성 같은 작품들이 많다. 물론 지뢰 같은 타이틀도 많지만..., 여러모로 유플레이는 PC방 업주가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게임 ESD 플랫폼인 것만은 확실하다.

 

에픽 스토어, 게임 ESD계의 풍운아
‘풍운아’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좋은 때를 타고 활동하여 세상에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을 가리키지만 실제로는 험난한 세파에 시달리는 불행아라는 뉘앙스를 함께 담아내는 경우가 많다. 게임 ESD계의 풍운아가 있다면 그건 에픽 스토어가 아닐까 싶다.

언리얼 엔진과 <포트나이트>로 유명한 에픽게임즈는 지난해 12월 에픽 런처를 에픽 스토어로 업그레이드해 서비스를 시작했다. 에픽 스토어에는 익히 잘 알려진 <포트나이트> 외에도 <메트로 엑소더스> 같은 기대작이 이름을 올렸고, 12%라는 파격적 수수료까지 더해져 화제를 모았다. 이 외에도 게임 개발자와 스트리머를 연결해주는 지원 프로그램까지 선보인다.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에픽 스토어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으로 나뉜다. 염가의 수수료로 개발사를 유혹해 <메트로 엑소더스>가 스팀과 이별했고 결국 예구자들의 혼란을 야기했다는 평가부터, 스팀이 독점하는 게임 ESD 시장의 대체재 역할을 기대한다는 평가까지 있다.

또한 빠르게 기대작들을 쓸어가고 있지만 국내 서비스는 아직 시작도 않고 있는데 대한 비판과 한국 법규를 준수하기 위해 자체 등급 분류 사업자 자격을 획득하려는 태도에 대한 옹호가 엇갈리고 있다.

어찌됐든 에픽 스토어는 아직 국내에서 접속할 수도 없는 지역 제한 플랫폼으로, 당장은 PC방과 큰 관련이 없는 ESD다. 그러나 에픽게임즈가 가진 자원과 개발자에게 호혜적인 수수료 및 지원책, 그리고 콘텐츠 유통 과정의 수수료 개념을 강박적으로 혐오하는 팀 스위니 대표의 철학은 PC방 업주가 주목할 부분이다.

 

MS 스토어, 마이크로소프트도 ESD 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PC방 업주의 뇌리에 윈도우로 대표되는 애증의 회사지만 게이머에게는 콘솔기기 엑스박스의 회사다. 엑스박스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과 함께 콘솔을 양분하는 진영으로 최근에는 PC와의 크로스 플랫폼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방향의 중심에 위치한 ESD가 바로 MS 스토어다. 마이크로스프트는 E3에서 마련한 브리핑 자리에서 엑스박스 독점작들도 MS 스토어를 통해 서비스할 계획이라고 발표해 게이밍 플랫폼으로써의 PC를 강화하는 방향성을 다시 한 번 공고히 했다.

MS 스토어는 엑스박스용 게임 외에 모바일게임도 PC방에서 구동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크로스 플랫폼 게이밍을 대표하는 ESD로 자리잡고 있다. 앱플레이어가 PC방 필수 유틸리티로 자리잡은 현실과 PC방 OS를 독점하고 있는 윈도우의 위상을 감안하면 MS 스토어의 잠재력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디스코드 스토어, 음성 메신저가 상점을?
최근 2~3년 사이에서 PC방 음성 채팅 프로그램의 패권이 게임톡에서 디스코드로 넘어갔다. 신성처럼 떠오르는 FPS게임들에서 팀플레이로 인한 의사소통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게임 속 파티들이 이합집산을 반복했다. 디스코드는 간편한 UI와 UX를 갖춰 인스턴스 채팅에 알맞았고 뜰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음질까지 훌륭했다.

이런 디스코드가 지난해 8월부터 디스코드 스토어라는 이름으로 게임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미 거대한 유저풀을 확보하고 있는 디스코드가 저렴한 수수료로 게임사들을 유혹하니 상점에 물건이 들어차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디스코드 스토어는 독점작에 목을 매지도 않는다. 독점 출시가 아니라 출시 초기 일정 기간 동안만 단독으로 서비스하는 ‘선행 출시’라는 개념을 선보였다. 또한 인디게임에도 우호적이라 디스코드 스토어의 라인업은 매일 같이 두꺼워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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