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11월호(통권 336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온라인게임 신작 기근이라고는 하지만 성장 중인 모바일게임 시장과 비슷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온라인게임 시장을 버리는 게임사는 드물다. 모바일게임 시장과 온라인게임 시장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물론 모바일게임 시장의 성장은 게임시장의 전체 흐름, 특히 온라인게임 시장의 흐름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바로 모바일디바이스로는 불가능한 체험성에 무게를 더욱 싣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배경에 온라인게임 신작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오히려 그 완성도는 더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당연하게도 이러한 흐름에 하드웨어적인 요구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고, 그 결과가 게이밍 PC의 고성능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 최신 온라인게임들을 돌아보며 게이밍 PC의 트렌드를 살펴보고자 한다. 그 흐름이 PC방 PC의 현재이고 또 미래이기 때문이다.

본격 고성능 게이밍 PC의 시작
가정용 콘솔을 논외로 한다면, 플랫폼과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이 변하면서 게임시장은 PC 기반의 온라인 시장과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기반으로 하는 모바일 시장으로 양분됐다. 이 같은 현상은 국내 게임 시장에서 더욱 심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당연하게도 이러한 시장의 흐름은 신작 게임 개발에도 투영됐는데, 온라인게임은 그 특성을 더욱 돋보이기 위해 보다 높은 체험성을 제공하도록 기획, 개발되기 시작했다.

높은 체험성을 제공한다는 것은 높은 사양의 PC, 그 중에서도 멀티코어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의미와 상통한다. 방대한 콘텐츠를 보다 실감나게 구현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연산과 동시다발적인 연산이, 그리고 즉흥적인 추가 연산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더 높은 성능의 그래픽카드와 더 큰 용량의 메모리, 그리고 더 많은 수의 코어와 쓰레드를 갖춘 CPU를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본격 멀티코어 시대를 연<오버워치>
지난 2016년 5월 출시된 <오버워치>는 이러한 고사양 온라인게임의 신호탄이었다. <오버워치>는 6코어를 지원하고 맵과 영웅 로딩 시 8코어가 반응하는 등 당시 2코어 중심의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선도적으로 멀티코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물론 최적화가 잘 이뤄지고, 맵 크기가 제한적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중저급 사양의 PC에서도 무난하게 구동될 수 있었기에 멀티코어에 대한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하지만 6코어 이상의 CPU에서 보다 원활하게 구동돼 멀티태스킹을 위해서는 6코어 이상의 CPU가 필요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전까지 4코어 CPU가 PC 시장의 주류였고 PC방 역시 개인방송 송출용 PC에 4코어 8쓰레드인 i7을 이용하는 사례를 제외하고는 4코어 CPU가 절대 다수였다.

당시 <오버워치>가 장기 집권 중이던 <리그오브레전드>의 왕좌를 빼앗으면서 그래픽카드와 구형 CPU들이 대거 교체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역대급 PC 사양을 요구한 <배틀그라운드>
지난해 3월 얼리억세스를 시작한 <배틀그라운드>의 흥행은 PC방에 PC 업그레이드를 넘어 PC 교체를 야기했다. <배틀그라운드>는 온라인게임 가운데 <검은사막>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PC 사양을 요구했다.

<배틀그라운드>는 <오버워치>에 이어 6코어를 지원했는데, 심리스 방식의 거대한 맵과 100명의 게이머가 밀집되는 특성, 그리고 디스코드를 추가로 구동시키는 플레이 환경으로 인해 4코어에서도 무난하게 구동되던 <오버워치>와는 달리 6코어 CPU에서도 버거움이 느껴질 정도였다.

부분 업그레이드와 달리 PC 전체를 교체하는 데는 상당한 부담이 따르기 때문에 <배틀그라운드>의 얼리억세스 시작 시점에서는 업그레이드가 더뎠으나, 여름 성수기에 해당되는 3분기부터는 GTX1070과 GTX1080 등 하이엔드급 그래픽카드의 도입이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했고, 겨울 시장 즈음부터는 6코어 이상 혹은 8쓰레드 이상의 CPU가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실제로 최근 창업하는 PC방 가운데 6코어 혹은 8쓰레드 이상의 CPU를 도입하지 않은 매장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오버워치>가 멀티코어의 시발점이었다면 <배틀그라운드>가 정점을 찍은 셈이다.

스포츠 계열 원탑 <피파온라인4>
점유율 30%를 넘나들던 <배틀그라운드>의 기세 속에서 전혀 다른 장르로 고유한 시장을 전작으로부터 넘겨받은 <피파온라인4>가 등장했다. <피파온라인3>의 유저풀과 게임데이터 일부를 이관 받아 그 어느 신작보다 안정적인 출발을 하면서 PC방 순위 3~4위 자리를 꿰찼다.

<피파온라인4>는 듀얼코어까지만 지원하던 전작과 달리 프로스트바이트 엔진의 피파17을 기반으로 해 6코어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고성능의 최신 6코어 CPU 뿐만 아니라 기존의 구형 6코어 이상 CPU도 빛을 보게 되는 특이한 케이스다. 물론 최적화도 잘 이뤄져 낮은 사양의 PC에서도 원활하게 구동된다.

AMD CPU의 멀티코어에 특화된 <몬스터헌터: 월드>
<몬스터헌터: 월드>는 <배틀그라운드>보다 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단순히 요구 사양만 놓고 봐도 <배틀그라운드>와 엇비슷한 사양을 요구하고 있고, PC 패키지 및 스팀 라이선스 외 국내 PC방 서비스가 따로 없기 때문에 PC방 서비스사가 있는 <배틀그라운드>보다 대중화의 장벽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PU 및 그래픽카드의 벤치용 게임으로 급부상하는 등 그 인기를 실감케 한다. 더욱이 라이선스를 구매하지 않는 한 개인이 PC방에서 플레이할 수 없는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PC방 점유율 TOP10에 진입했고, 서버 네트워크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현재까지도 준수한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몬스터헌터: 월드>는 6코어를 지원하며, 콘솔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4에 맞춰 개발된 멀티플랫폼 게임이다 보니 플레이스테이션의 APU에 특화돼 개발된 까닭에 AMD CPU의 멀티코어에 특히 더 최적화가 잘 이뤄져 있다.

<데스티니 가디언즈>
블리자드가 지난 9월 론칭한 <데스티니 가디언즈>는 PC방에서 먼저 PC방 프리미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흥행의 길목에 빠르게 접어들었다. 론칭 1주일 만에 TOP10에 들어선 뒤 지금까지 줄곧 8~9위를 지키고 있다.

<데스티니 가디언즈> 역시 6코어를 지원해 사실상 모든 온라인게임 신작이 6코어 이상을 지원하도록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게임 자체가 6코어를 지원하기 때문에 멀티태스킹을 위해서는 8코어 8쓰레드 혹은 6코어 12쓰레드 이상의 CPU 리소스가 필요하다. 다만 2017년 출시된 <배틀그라운드>의 흥행 덕에 이미 PC방에는 6코어 CPU가 상당히 보급된 터라 요구 사양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흥행할 수 있었다.

<콜오브듀티: 블랙옵스4>
<콜오브듀티: 블랙옵스4>는 글로벌 대작으로, 전 세계에서 올해 가장 주목받는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역시 6코어를 지원해 사실상 쿼드코어 시대에 종지부를 찍었다.

<콜오브듀티: 블랙옵스4>는 PC 패키지로 유통되던 기존과 달리 블리자드의 배틀넷을 통해 온라인으로 서비스돼 한층 대중적으로 저변을 넓혔다.

다만 <검은사막>과 더불어 역대 온라인게임 가운데 가장 높은 PC 사양을 요구한다는 점은 여느 게임들보다 월등한 퀄리티를 갖췄다는 방증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진입장벽이 높고 시설임대업인 PC방으로서는 업그레이드 부담이 큰 작품이라는 의미기도 하다.

실제로 <콜오브듀티: 블랙옵스4>는 <배틀그라운드>보다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콜오브듀티: 블랙옵스4>는 PC방 점유율 순위 9~11위 사이를 오르내리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름값을 하고 있는 것이다.

<콜오브듀티: 블랙옵스4>는 6코어 12쓰레드 또는 8코어 8쓰레드 CPU의 필요성을 보여주면서 4코어 시대의 종말과 12쓰레드의 시대의 여명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치며
전 세계 게임 시장에서는 이미 5년 전부터 멀티코어를 지원하는 게임의 개발 붐이 일어났고, 그 배경에는 시장 변화에 따른 게이머들의 니즈가 있었다. 온라인게임 역시 2년 전부터는 6코어 이상의 멀티코어를 지원하는 게임들 위주로 출시되고 있고, 이 가운데 일정 이상 흥행을 기록한 게임은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6코어 이상의 멀티코어를 지원하는 게임들이었다.

시장의 흐름이 보다 퀄리티 높고 보다 뛰어난 체험성을 요구하다보니 이에 맞춰 게임이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PC방 업계도 당장 눈앞에 다가온 2018년 겨울 시장을 비롯해 2019년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최소 6코어 이상, 가능하다면 12쓰레드 이상을 갖춘 CPU가 필요해졌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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