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5월호(통권 330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세대 라이젠 ‘피나클릿지’ 가 지난 4월 19일 전 세계에서 동시에 출시됐다. 1세대  ‘서밋릿지’ 가 AMD에 대한 고정관념을 산산이 부수면서 혁신 그 자체를 보여줬고, 지난 2월에는 영리한 까마귀 ‘레이븐릿지’ 가 예상을 넘는 성능을 보여준 터라 2세대 라이젠 ‘피나클릿지’ 는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래서인지 AMD는 사상 처음으로 2세대 라이젠 출시와 동시에 쇼케이스 PC방 5곳을 공개했다. 이 가운데 한 동네에서 15년째 PC방을 운영하면서 인텔과 AMD 제품을 두루 사용해오던  ‘락(樂) PC방(이하 락PC방)’ 을 찾아 2세대 라이젠을 도입한 후 변화된 점과 고객들의 반응 등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한 동네서 15년 운영 영원한 단골은 없지만 만족감 최대한 높여야
서울 응봉동 락PC방의 이천희 사장은 PC방 업주들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잘 알려진 자타공인 ‘고수’다. PC 관리부터 매장 운영 등 어느 것 하나 본인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기술적인 문제는 전문가를 통해 해결하지만, 마냥 맡겨만 놓지 않고 원인을 알고 그에 대한 해결 절차를 꼼꼼히 새겨둔다.

이천희 사장은 응봉동에서만 15년째 PC방을 꾸려오고 있다. “PC방은 시설임대업 성격이 강하고, 소비자는 언제든 기호에 따라 쉽게 움직이기 때문에 새로 PC방이 들어오거나 높은 PC 사양으로 업그레이드되는 곳으로 떠난다”며 “영원한 단골은 없다”고 경험담을 들려줬다. 결론은 업주가 직접 나서서 하나하나 챙기고, 기본에 충실한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락PC방은 아직도 하드카피로 PC 스토리지를 관리한다. 불편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전체 PC가 멈춰버리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고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몸이 바쁜 게 낫지 자칫 노하드 서버에 문제가 발생해 손님이 나가버리면 그게 더 힘들다며 (유동인구가 적은)단골 위주의 동네 상권 특성을 반영했음을 시사했다.

사실 SSD를 탑재했다고 해도 PC는 언제든 고장이 날 수 있기 마련이지만, 적어도 전체 PC 혹은 다수가 한 번에 멈춰서는 상황은 고객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강하게 남겨 장기적으로 위험할 수 있다는 이유다. 동네 장사를 오래 하면서 나름의 영업 방침이 정립된 것이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라이젠 5 2600X를 도입했다고 한다. 우수한 성능과 (메인보드)제품의 연속성으로 인해 운영체제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는 것도 2세대 라이젠을 택한 이유다.

<배틀그라운드> 게이머들  “스카이레이크보다 좋다”
락PC방이 이번에 일명 ‘통갈이’를 단행한 PC의 사양은 라이젠 5 2600X, PC4-21300 2,666MHz 16GB, GTX 1060 6GB/3GB다.

직전에 사용하던 PC는 3종류가 혼재되어있었는데, 우선 스카이레이크 i5-6500, PC4-19200 2,400MHz 16GB, GTX 1060 6GB/3GB 탑재 PC, 그 다음은 샌디브릿지 i5-2500, DDR3 8GB, 마지막으로 비쉐라 FX8300, DDR3 8GB였다.

사양이 3가지로 나뉘다보니 관리도 그만큼 어렵고 고객들도 서로 더 나은 사양의 좌석에 앉기를 원하는 등 상대적으로 불만이 쌓이는 것이 보여 단일 사양으로 업그레이드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배틀그라운드>를 플레이하는 고객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샌디브릿지와 비쉐라로는 응대가 어렵다는 판단에서 피나클릿지로의 업그레이드 필요성이 컸다고 한다. 물론 이미 비쉐라 FX8300을 써본 터라 AMD CPU에 대한 불만이나 편견은 없었던 것도 작용했다.

얼핏 보면 스카이레이크 탑재 PC에서는 큰 차이의 업그레이드가 아닌 듯하지만, <배틀그라운드>를 즐기는 고객들이 “이전 (스카이레이크)PC는 레드존에서 폭탄이 터지는 상황이 되면 렉이 심하게 발생하곤 했는데, 이제는 그런 게 전혀 없어 확실히 좋아졌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을 때 괜찮은 선택이었음을 확신했다고 한다.

이천희 사장은 “여전히 더 많이 팔리는 CPU는 인텔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2세대 라이젠은 고사양 게임을 구동시키는데 충분하고도 넘치는 성능을 가지고 있어 실제 고객들의 체감면에서는 완벽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더욱이 락PC방은 무겁기로 유명한 관리프로그램 조이머신을 쓰고 있기 때문에 멀티태스킹 성능이 우수한 CPU에 대한 필요성이 컸던 터라 6코어 12스레드인 라이젠 5 2600X는 말 그대로 락PC방의 운영 환경에 딱 맞아 떨어졌다.

라이젠 5 2600? 이유 있는 선택 ‘2600X’
이천희 사장은 메인스트림 제품인 라이젠 5 2600이 아닌 2600X를 선택했다.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는 X버전 보다 일반 모델이 더 많이 팔리고 가성비도 더 높다고 정평이 나있다. 라이젠 1세대도 1600X보다는 1600이 더 주력 제품이었다.

“2600X가 2600 대비 기본 성능 자체도 높은데, 풀코어 터보가 잘 터져 주다보니 쿨러만 잘 선택하면 오버클럭한 것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어 2600X를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2600에는 TDP 65W급 레이스 스텔스 쿨러가 기본 제공되지만, 2600X에는 TDP 95W급 레이스 스파이어 쿨러가 기본 제공되기 때문에 XFR2와 Precision Boost2에 의한 성능 향상 효과가 좀 더 우수하게 발현될 수밖에 없다.

“영업용 PC에 강제로 오버클럭을 하는 것은 부담스러워 일정 수준 오버클럭한 성능에 맞먹는 수준으로 자동 조절되는 2600X가 현실적인 대안이라 생각했고, 실제 고객이 만족스러워하는 것을 보니 선택이 옳았다고 느낀다”는 말로 2600X 선택 배경을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2세대 라이젠 ‘피나클릿지’로 교체 후 “기존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입소문을 듣고 온 손님이 늘어나는 것을 보니 업그레이드한 보람을 느낀다”는 말이 크게 와 닿았다.

공기 순환과 흡연실 등 기본에 충실한 락PC방
락PC방은 PC 105대 규모로 최근 200대를 훌쩍 넘기는 신규 창업 유형에 비하면 작은(?) 편이다. 대신 PC방 곳곳에 15년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우선 냉난방은 천장형 시스템 에어컨 2대와 스탠드형 에어컨 2대, 그리고 공기 순환을 위한 대형 선풍기 4대로 상황에 맞춰 가변적으로 냉난방을 할 수 있게 되어있다.

여기에 천장형 시스템 에어컨에는 실링팬을 장착해 냉기가 한곳에 집중되는 것을 막고 냉방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 적어도 에어컨 인근은 춥고, 떨어진 곳은 덥다는 얘기는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마운트 위치가 정확하지 않으면 효율이 크게 떨어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청결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흡연실은 어떨까. 매장 안쪽에 붙박이장처럼 공간이 마련돼 있는데, 경계벽에 큼지막한 유리창을 둘러 좌석 전체를 볼 수 있어 고객이 흡연 중에도 자신의 자리를 살필 수 있도록 했다. 또 환기가 잘 되도록 별도의 공조기를 달고 필수적인 소방시설을 비치해 고객이 흡연 시 요구하는 바를 모두 갖췄다.

특이한 점은 흡연실에 분리수거함이 있다는 것이다. 흡연 시 담배갑, 종이봉투컵, 캔 등의 재활용품이 딸려나오기 마련인데, 담뱃갑이나 종이봉투컵에 담배꽁초를 넣을 경우 청소거리가 늘어나고 재활용도 어려워지기 때문에 아예 분리수거를 하도록 마련한 것이다.

이천희 사장은 매장 청소를 아르바이트생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한다. 주인이 아닌 알바생에게 주인의식을 요구해서도 안 되고, 자신의 삶의 터전인 매장을 직접 가꾸고 관리한다는 차원에서 자신의 근무시간 동안 청소와 먹거리 입출·정리를 한다.

시설임대업에 해당되는 PC방 업종에서 노하우를 쌓고 기본에 충실한 것이 文이라면, 시설경쟁에 대비하는 것이 武에 해당될 것이다. 락PC방은 ‘대형화’ 일변도의 요즘 PC방 창업 트렌드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골목상권에 맞춰 ‘문무’를 겸비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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