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5월호(통권 378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게임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PC방은 게임 업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때문에 PC방 업계는 빠르게 변화하는 게임 업계 동향에 깊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5월 10일 출범하는 새 정부는 게임산업 진흥정책으로 이스포츠 활성화라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스포츠 지역연고제와 아마추어 리그의 활성화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PC방 업계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어떤 것이 있을지 한국게임학회 회장인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위정현 교수와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지난 2012년 인터뷰 이후 10년여 만인데, 그동안의 근황을 말씀해달라.
벌써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국내 게임산업에 대해 활동을 펼치면서 한국게임학회의 회장직을 맡게 되었고, 벌써 세 번째 연임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국내 게임산업은 눈부신 발전과 함께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PC 게임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시장 자체가 크게 변화했으며, 게임을 질병으로 낙인찍는 ‘4대 중독법’이라는 법도 세상에 나타날 뻔했으나 우리 한국게임학회가 선두에 서서 최선을 다해 저지했습니다.

이외에도 국내 게임사들의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문제점을 끊임없이 지적한 끝에 자율규제라는 최소한의 장치를 끌어낸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Q. 국내 게임산업은 모바일 게임에서 최근 크로스플랫폼이 대세가 되고 있는데, 향후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지?
모바일 게임의 부흥은 상당히 빠르게 진행됐지만, 크로스플랫폼은 이보다는 다소 늦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로는 이용자들이 크로스플랫폼에 대해 절박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콘솔 게임 이용자는 콘솔 게임만을 하는 경향이 있으며, PC와 모바일도 마찬가지입니다. 각각의 특색과 장점이 있기 때문인데, 크로스플랫폼이 좀 더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이들의 장점을 절묘하게 모아줄 필요가 있습니다.

우려되는 점은 국내 게임산업의 경쟁력입니다. PC 게임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산업 구조가 바뀌면서 국내 게임산업은 중국보다 경쟁력이 떨어진 것이 사실입니다. 국내 게임산업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는 게임 개발과 함께 플랫폼 산업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Q. <오딘: 발할라라이징>과 <언디셈버>, 그리고 최근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등 PC방에서 크로스플랫폼 게임의 점유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데, 어떻게 전망하는지?
모바일 게임은 플레이 시간이 간소하고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PC나 콘솔보다 그래픽과 타격감에서 이에 미치지 못하다는 단점도 있지요. 이러한 부분을 크로스플랫폼 게임이 공략해야 할 점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PC방을 주로 이용하고 있는 고객층이 모바일 게임에 익숙한 MZ 세대라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이들은 과거의 게이머들처럼 게임을 전투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짧은 시간 내에 승패가 갈리는 게임을 즐겨하는 캐쥬얼한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게임의 크로스플랫폼화가 이뤄진다면 앞으로 PC방에서도 크로스플랫폼 게임이 인기를 끌 수 있는 요인이 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Q. 최근 게임 업계에는 P2E가 화두가 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저는 국내에 P2E 게임이 도입되는 것을 명확하게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사실 P2E라고 말은 거창하게 하지만, 비슷한 개념은 과거부터 있었습니다. 게임 이용자 간에 아이템 거래가 활성화되자 이를 중개하는 사이트도 생겨났으며, 게임사들은 스스로 게임 아이템을 현금으로 판매하고 나섰죠.

국내에서 P2E가 합법화되기 위해서는 우선 게임사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모델을 포기해야 하며, 청소년이 P2E 게임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아울러 P2E에서 비롯된 NFT나 코인 등이 나름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갖고 안정적인 체계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 필수 조건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과거 바다이야기 트라우마를 갖고 있기 때문에 P2E 합법화에 대해 매우 보수적일 것이라 예상합니다.

Q. 차기 정부가 지역연고제 도입으로 이스포츠를 육성하려는 의지를 내비쳤는데, 이에 대한 PC방의 역할은 어떤 것이 있을지?
최근 한국이스포츠협회에서 지역연고제 활성화를 위해 PC방을 모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면을 살펴보면 그 방향성이 다소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스포츠 지역연고제가 지향해야 할 방향은 초중고교 구단 리그의 활성화라고 봅니다. 현재 우리나라 이스포츠는 엘리트 스포츠의 연장선에 있는데, 이를 뿌리부터 개선해야 합니다. 바로 이스포츠가 생활체육화되는 것이지요.

과거 PC방은 금연 정책을 수용함으로써 사회적으로 이미지를 향상하는 효과를 거뒀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를 살려 앞으로는 청소년들의 PC방 방문이 마치 축구나 농구를 하러 가는 것처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이렇게 된다면 초중고교 구단의 이스포츠 시설 활용으로 지역 PC방들이 충분히 역할을 다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Q. 마지막으로 아이러브PC방 독자에게 한마디 부탁드린다.
길었던 코로나 시국을 온몸으로 견뎌낸 전국 PC방 업주들의 노고와 인내에 깊은 위로 말씀을 전합니다.

PC방은 현재 이스포츠 활성화라는 변화의 기로에 서있습니다. 여기에서 PC방이 존재감을 충분히 드러낼 많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이런 시기에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더욱 힘내시길 기원합니다.

한국게임학회장 위정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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