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5월호(통권 378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게임산업에 대한 다양한 진흥책을 공약으로 내세운 새 정부 출범으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PC방 업계가 가장 눈여겨봐야 할 사업은 ‘이스포츠 지역연고제(이하 지역연고제)’일 것이다. 한국이스포츠협회(이하 KeSPA)는 지난 4월 지역연고제 시행을 위해 전국 PC방을 대상으로 하는 이스포츠 시설 신규모집을 진행하기도 했다.

게임산업은 나날이 성장하고 있으며 특히 지난 2년간의 코로나 시국 속에서는 그 성장세가 더욱 컸다. 이같은 성장에는 이스포츠가 상당 부분 기여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 PC방 산업의 빠른 회복을 위해서는 이스포츠 활성화 정책에서 일정부분의 역할을 맡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이에 이스포츠 시설 지정사업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향후를 전망해봤다.

이스포츠 지정 PC방, 과거에도 있었다
KeSPA가 지난 2020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이스포츠 시설 지정사업은 과거 비슷한 취지로 ‘공인 이스포츠 PC클럽’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된 바 있다.

지난 2012년 5월 ‘이스포츠(전자 스포츠)진흥에관한법률’이 이스포츠 문화와 산업의 기반조성 및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는 목적으로 국회에서 제정되었고, 이 법률에 따라 KeSPA는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로부터 ‘이스포츠 산업 지원센터’와 ‘이스포츠 종목 선정기관’으로 지정됐다.

이후 문화부는 이스포츠 진흥 중장기 계획에 따라 PC방을 생활 이스포츠 시설로 선별하고 지원하고자 ‘공인 이스포츠 PC클럽’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는데, 이스포츠 산업 지원센터로 지정된 KeSPA가 주도적으로 사업을 수행했다. 당시의 공인 이스포츠 PC클럽은 최근 KeSPA가 진행하고 있는 이스포츠 시설 지정사업의 과거 이름인 셈이다.

공인 이스포츠 PC클럽 1기 사업이 시행된 2017년에는 전국에서 70개 PC방이 지정됐으며, 이들 PC방은 1년여 기간 동안 생활 이스포츠 시설로 활용됐다. 전국에서 총 7,000여 명의 온라인 회원과 2,600여 명의 동호인이 등록돼 공인 PC방에서 아마추어 활동을 펼쳤고, 이 중 활발한 활동을 보인 12개 우수 클럽에게 이스포츠 용품 등이 지원되기도 했다.

이후 2018년에는 공인 이스포츠 PC클럽 2기 사업이 출범하며 기존 70개 PC방에서 자격 유지와 신규 유입을 합해 총 78개 규모로 참여 PC방이 늘어났다. 이어 2019년 3기 사업에서는 12개 규모가 줄어든 66개 PC방이 선정돼 사업을 이어가게 된다. 이스포츠에 대한 대중적 인기가 나날이 상승함에도 공인 PC방 규모는 오히려 줄어드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

2019년 추진된 ‘공인 이스포츠 PC클럽’ 선정사업

이스포츠 시설 지정사업의 성과는?
KeSPA는 지난 2020년부터 사업 명칭을 ‘이스포츠 시설 지정사업’이라고 바꾸고 기존의 1년에서 2년으로 사업 지속기간 또한 늘렸다. 사업 첫 해 88곳의 PC방이 지정되는 등 규모 또한 커졌다.

규모를 크게 늘린 이스포츠 시설 지정사업은 안타깝게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국내에 확산하면서 사실상 중단됐다. 당시 PC방 업계는 유례없는 집합금지와 반복된 영업제한을 겪으며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한 상태였고, 정부의 방역조치에 따라 이스포츠 대회 추진은 엄두를 낼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던들 과연 이스포츠 시설 지정사업이 눈에 띌만한 성과를 거뒀을 것이냐는 가정에는 의문부호를 붙일 수밖에 없다.

이스포츠 시설로 지정된 PC방은 문화부와 KeSPA로부터 이스포츠 시설 인증 현판을 제공받고, 동호인 대회에 대한 상금 및 홍보물, 기념품 등이 지원된다. 이어 이스포츠 대회 개최 시 대회 운영 및 관리 시스템에 대한 지원과 함께 대회를 관리·감독할 심판이 파견되기도 한다.

다양한 지원으로 전국 PC방에서 이스포츠가 활성화될 것처럼 그려지지만, 실상을 살펴보면 그 한계와 문제점이 분명히 보인다.

우선 동호인 대회의 경우 각 지역별 PC방을 중심으로 동호회들이 뭉쳐 능동적으로 이스포츠 대회를 진행하는 형식이 아니다. KeSPA의 연간 동호인 대회 일정에 따라 KeSPA에 등록된 동호회원만이 참여할 수 있다.

PC방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이스포츠 거점 PC방으로서의 역할이 아닌, KeSPA가 추진하는 대회 일정에 맞춰 그저 시설만 제공할 뿐이다. 이 같은 형태에서는 PC방 시설 홍보 등 업계에서 기대하는 부분과 괴리감만 커질 수밖에 없다.

KeSPA가 수행하는 ‘2022 이스포츠 시설 지정사업’ 혜택

지역연고제 위해서는 사업 형태 완전히 바꿔야
새 정부가 지향하는 지역연고제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KeSPA의 이스포츠 시설 지정사업이 기초부터 완전히 탈바꿈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에 대해 한국게임학회 위정현 회장은 이스포츠를 생활체육화하는 방안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위 회장에 따르면 현재 국내 이스포츠는 엘리츠 체육의 형태로 전개되고 있으며, 이는 지역연고제가 뿌리를 내리는데 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정부 입장에서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 힘든 아마추어 이스포츠 사업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게임동호인 역시 마찬가지로 흥미 위주로 결성된 게임 동호회는 게임별로 인원이 모일 수밖에 없는 특성 때문에 지역적 특색을 지니기 힘든 한계가 있다.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초중고교 중심의 유소년 리그를 육성하는 한편, 성인들을 대상으로는 이스포츠의 생활체육화를 추진해 아마추어 리그를 활성화시키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물론 PC방은 그 중심에서 이스포츠 거점 시설로서 역할을 맡아야 한다.

초중고교의 유소년 이스포츠 리그가 활성화되면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리그를 진행하기 위해 게임 시설이 필수로 요구된다. 현재 각 학교에 보급된 PC는 게임을 위한 장비가 아니기 때문에 게임 플레이에 최적화된 PC방이 이스포츠 거점 시설로 활용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 할 수 있다.

이어 생활체육화가 실현된 성인 아마추어 동호인들은 진정한 지역연고제의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게임보다 지역 중심으로 뭉친 동호인들은 각 지역 이스포츠 거점 PC방을 활용하게 될 것이며, PC방 역시 주도적으로 대회를 유치하면서 이스포츠 활성화에 큰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이스포츠 지역연고제, PC방 주도가 타당하다
KeSPA가 현재 수행하고 있는 이스포츠 시설 지정사업의 내면을 살펴보면 과거 진행했던 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동안의 성과를 눈 씻고 살펴봐도 이스포츠 활성화에 기여하기보다는 실적 홍보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다분하다.

새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지역연고제가 가시적 성과와 함께 뿌리를 깊게 내리기 위해서는 사업 전반의 방향이 바뀌어야 하며, PC방 업계도 주도적으로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PC방 업계는 업주 개개인이 아닌 단체 차원의 준비와 추진력이 요구된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과거 <스타크래프트>가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이스포츠 산업 역시 이때를 기점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며 “국내 게임산업과 이스포츠의 괄목할 성장에는 PC방이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위 회장은 이어 “<스타크래프트>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 시점을 주목해야 하는데, 지역 PC방별로 아마추어 리그가 자발적으로 활성화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이스포츠의 지역연고제라는 새로운 기회를 맞아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 PC방 업계가 선도적으로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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