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5월호(통권 378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언젠가부터 PC방에서는 시끄럽게 ‘탕탕’ 두들기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과거 손님이 나간 자리를 청소하면서 키보드를 손바닥에 가볍게 내려쳐 먼지를 제거하는 소리로, 자리에서 담배를 피우던 시절 얘기다. 흡연실을 별도로 운영하는 요즘은 키보드 윗부분만 걸레로 슥 닦고 마는데, 이는 키보드 안쪽의 이물질은 제거하지 못하는 고양이세수와 다를 바 없다.

소모품인 키보드는 관리에 조금만 신경을 쓰면 제품 고장이 아닌 이상 몇 년은 거뜬히 사용할 수 있다. 기자가 사용 중인 덱 헤슘 프로 키보드는 한두 달에 한 번 키캡을 빼 먼지를 털어주는 정도로 6년째 고장 없이 사용하고 있다. 약간의 수고를 들여 새 제품으로 교체하는 비용을 줄여 보자.

일일 청소는 걸레, 주간 청소는 붓질, 월간 청소는 키캡 탈거
PC방 하드웨어 중 불특정다수가 가장 많이 만지는 것은 키보드다. 마우스도 수많은 사람들이 손대긴 하지만 구조상 마우스는 청결을 유지하기가 비교적 수월한데, 키보드는 100개 이상의 키가 결합돼 있는 구조라서 세밀하게 닦아내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손님이 떠난 자리의 키보드 위를 걸레로 대충 닦아내는 것만으로는 깨끗한 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

그렇다고 키보드를 매일 깨끗이 청소하는 것도 쉽지 않다. 기계식 키보드의 경우 키캡을 손쉽게 탈거할 수 있긴 하지만, Esc 키부터 오른쪽 Ctrl 키까지만을 관리한다 해도 74개의 키를 뽑아서 닦아 다시 꽂는 일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그래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키캡 탈거 청소까지 해줘야 한층 나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

단계별 키보드 청소, 소요 시간과 결과의 가성비는?
사무실 창고에 있던 기계식 키보드 몇 개를 꺼냈다. 제조사와 키스위치는 제각각이지만 꽤나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구석구석 먼지가 배어 있어 청소 전과 후를 보여주기에 제격이다. 3개의 키보드를 각각 단계별로 청소하고 그 결과를 비교해 보기로 했다.

1단계는 으레 PC방 직원이 수행하는 키보드 위만 닦기, 2단계는 상술한 ‘탕탕’과 함께 붓으로 먼지를 털어내기, 3단계는 키캡을 모두 탈거하고 구석구석 닦아주기다. 청소에는 키보드 청소용 솔과 물티슈를 사용했다. 같은 위치에서 청소 전과 후를 아래 사진으로 비교해 보자.

PC방의 기계식 키보드는 크게 일반 타입과 비키 타입이 있다. 타건 소음을 다소 감쇠해주는 데는 일반 타입이 좋지만 청소가 약간 불편하고, 비키 타입은 약간 시끄럽지만 청소가 좀 더 편리하다. 타건음이 오히려 배경음이 되는 PC방에서는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아도 된다.
일반 키보드를 걸레로 상부만 닦아낸 상태. 키캡 윗부분은 깨끗해졌지만 키캡 사이사이의 틈새 먼지와 이물질은 그대로다. 2단계인 붓으로 털어내기 청소의 경우, 처음부터 주기적으로 청소했다면 괜찮았겠지만 오래된 찌든때를 벗겨내지는 못했다.
키보드 하나에서 사진과 같은 양의 이물질이 쏟아질 줄은 몰랐다. 키캡 탈거부터 마른걸레질까지 청소를 마치는 데 25분이 소요됐다. 키보드가 비키 타입이 아닐 경우 키 리무버로 키캡을 제거하는 데 시간이 좀 더 걸릴 수 있다. 깨끗해진 키보드를 보니 ‘지금까지 이런 키보드를 잘도 써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PC방을 찾는 손님들도 먼지 낀 키보드보다는 깨끗한 키보드를 더 원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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