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4월호(통권 377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쨍그랑, 덜컥, 쾅!!! 투타타타타타타타타타

야! 볼륨을 그렇게 잔뜩 높여놓고 게임하다가 고막 헐겠다! 하다못해 음향 설정을 좀 얌전하게 해놓던가…. 베이스도 맥스, 트래블도 맥스, 그래놓고는 수풀 지나가는데 잡음 생긴다고 불만을 털어놔? 세상천지에 그런 음압에서 노이즈 없이 어떻게 소리를 내냐고!

저기요 아저씨! 내 말 좀 들어보세요. 아니 내가 무슨 수십만 원짜리 음악감상용 하이엔드 모델도 아니고, 적당한 가격에 게임할 때 쓰기 좋은 게이밍 헤드셋으로 태어났거든. 그러면 볼륨이 좀 높을 때 작게 들리는 노이즈 정도는 익스큐즈 되는 거 아닙니까? 이 가격대에 내가 한 10개쯤 탑재되길 바라는 거야 뭐야!?

십자도 아닌 게 무슨 드라이버냐고?
어… 뭐 성질내려던 건 아니었는데 미안하게 됐수다. 아무리 날이 갈수록 기술이 상향평준화된다고는 해도, 어쨌든 기술력을 적용하는 데 한계는 있는 법이거든. 당장 몇 년 전만 해도 단순 2채널 대신 가상 7.1채널이란 기술을 어디 이 가격대 헤드셋에 적용했냐고요. <배틀그라운드>같은 총싸움 게임할 때 상대방 위치 정보가 중요해지다 보니까 적용되는 기술도 많아지고 수요도 많아지면서 저렴해진 거지. 안 그래요?

내 이름이 왜 드라이버냐고? 그렇지,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드라이버’ 하면 십자냐 일자냐부터 떠오르지. 근데 어차피 이 단어가 운전자도 되고 골프 클럽도 되고 뜻이 한두 개가 아니니까, 그냥 이름은 그렇다 칩시다. 그래도 우리 선조 역사가 1930년대 후반부터니까 역사가 짧은 것도 아니고, 응?

헤드셋 양쪽에 하나씩 들어있는 내 정식명칭은 ‘다이내믹 드라이버’라고 해. 자세히 보면 소리를 재생할 때 얇은 진동판이 떨리는 걸 볼 수 있는데, 자석 가까이에 진동판과 결합된 코일을 배치하고 코일에 소리 신호를 입력하면 진동판의 무빙 코일이 진동하면서 소리를 내는 방식이지. 어어, 아직 페이지 넘기지 마요. 나 아직 말 안 끝났어.

드라이버와 진동판이 결합된 유닛의 형태

유닛 하나로 위치 정보 5개까지
보통 사람들이 싼값에 성능도 좋은 제품을 좋아하는 건 당연한데, 아시다시피 전자제품은 ‘제값 한다’는 게 정설이거든. 값이 싼데 성능도 좋은 건 세상에 없어. 그저 그 가격대에 무난한 성능이라고 퉁치고 넘어가는 거지. 가끔 누가 3만 원짜리 가상 7.1채널 헤드셋하고 30만 원이 넘는 리얼 7.1채널 헤드셋을 성능 가지고 비교하려 하는데, 아주 특이한 경우가 아니고서야 비싼 게 더 좋은 게 당연하지. 안 그래?

아, 가상과 리얼의 차이가 뭐냐고? 저기 위쪽에 보이는 사진 좀 봐 봐. 50mm짜리 큰 유닛이 저렇게 생겼어. 리얼 7.1채널은 저런 유닛이 각각 다른 크기로 한쪽에 5개씩 배치돼서 중앙, 왼쪽 전방, 오른쪽 측후방 등등 여러 방향의 소리를 개별적으로 송출해주는 거야. 말 그대로 ‘진짜’ 멀티채널이란 말이지. 그런데 가상 7.1채널은 소리의 공간감을 헤드셋에 내장된 DSP(Digital Signal Process)란 기능을 통해 마치 8방향에서 들리는 것처럼 가상으로 만들어 주는 거야.

참고로 DSP는 원래 ‘디지털 신호 처리’를 뜻하는 기술을 통칭하는 용어인데, 약자의 마지막 단어가 ‘Process’, ‘Processing’, ‘Processor’ 등 여러 가지야. 여기서는 그냥 ‘아, 게임 소리를 7.1채널로 분리해주는 기능이구나’ 정도로 알아듣고 넘어가면 돼.

PC방에서 가상 7.1채널이 중요한 게임은 대부분의 FPS 장르인데, 특히 <배틀그라운드>에서는 적과 가까이 있을수록 위치를 파악하고 움직이는 사운드 플레이, 일명 ‘사플’이 중요해. 뭐 최고의 FPS 존이라 해서 리얼 7.1채널 헤드셋을 구비하는 곳도 아주 간혹 있긴 하다던데, 리얼 7.1채널 헤드셋이 비싼 건 30만 원이 넘어서 사실 좀 부담스럽긴 하지. 프리미엄 좌석에 배치하는 헤드셋에 35만 원을 태울 자신이 있으면, 뭐 배치해도 상관은 없지만….

헤드밴드·이어컵, 부분교체 가능해야
문제는 관리인데, 이게 사실 좀 골치야. 하루에도 많게는 10명 이상이 헤드셋을 사용하는데 오래 사용하면 성능이 아니라 이어컵이나 헤드밴드 부분이 헤져서 보기도 싫고 위생적으로도 안 좋단 말이야. 그런데 대부분의 헤드셋은 별도로 교체할 수 있는 이어컵이나 헤드밴드를 소모품으로 팔지 않아서, 작동에 문제가 없는데도 낡아보이는 것 때문에 버리는 경우가 적잖이 있지.

요즘 환경보호다 뭐다 해서 검은 연기 뿜뿜 자동차들도 슬슬 전기차로 바꾸고, 플라스틱 사용도 조금씩 줄여가자는 세상이잖아. 그런데 이어컵 부분이 헤졌다고 헤드셋을 버리게 되면 말짱 도루묵이란 말이지. 제조사들이 제품 판매에만 몰두하지 말고 효율적으로 소모품 교체를 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어. 이어컵도 본드로 붙이지 말고 끼워서 고정하는 방식으로 낭비도 막고 환경오염도 막고, 일석이조 좋잖아? 아유, 너무 놀았네. 난 이제 또 수류탄 터지고 총알 빗발치는 소리 지르러 갑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고!

시중에서 판매되는 280여 종의 게이밍 헤드셋 중에는 30만 원에 가까운 가상 7.1채널 제품도 있고
8만 원대의 리얼 7.1채널 제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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