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4월호(통권 377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달 실시한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됐다. 이번 대선에서 주요 변수로 작용했던 표심이 20대 남성 일명 ‘이대남’이었던 만큼, 이들이 즐겨하는 ‘게임’에 대한 발언도 선거운동 당시 자주 나왔었고, 후보 시절 윤 당선인이 <리그오브레전드> 이스포츠 경기를 직접 관람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국내 게임업계를 뒤흔든 트럭시위로 크게 회자되고 있는 확률형 BM에 대한 논란, P2E의 국내 적용 등 게임에 대한 이슈는 여전히 뜨겁다. 무엇보다 이에 대해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게임법 전부개정안이 현재 국회 처리 과정에 있다.

이에 윤석열 당선인의 게임 공약과 함께 관련 내용의 세부사항을 자세히 살펴보면서 PC방 업계는 무엇을 주목해야 할지 알아봤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 완전 공개
지난 2015년 7월부터 도입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에 따라 현재 게임사들의 확률형 아이템 공개는 자율적으로 실행하도록 되어 있다. 한국게임산업협회와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에서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 여부 감시를 하고 있고, 이에 맞춰 국내 서비스되고 있는 게임들은 자율적으로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 것이다.

게임사들의 자율규제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지속되면서 관련 내용을 강화한 자율규제 강령 개정안이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됐을 뿐, 여전히 정보 공개에 대한 칼자루는 게임사에 있는 셈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게임사들이 제공하는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완전히 공개하는 한편, 이용자위원회를 설치해 게임 이용자가 이를 직접 감시하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윤 당선인의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공약의 핵심은 게임 이용자의 ‘직접 감시’에 있다. 이를테면 방송사의 시청자위원회처럼 게임 이용자들이 참여한 이용자위원회가 설치돼 이를 통해 게임사들의 정보 공개 준수를 직접 감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러한 공약도 법적 뒷받침이 없으면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현재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에 대한 내용을 담은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전부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으로, 지난 2월 공청회를 기점으로 최근 법안 처리가 급물살을 타고는 있지만 법제화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게임사들의 반응은 현행 자율규제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강화된 자율규제로 캡슐형, 강화형, 합성형 등 확률형 콘텐츠 정보 대상이 확대됐고, 입법보다는 자율규제로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다면 게임의 재미를 높이면서 이용자들에게 보다 유익하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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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포츠 지역연고제 도입, PC방 역할 기대…
윤석열 당선인은 이스포츠가 10대와 20대 등 젊은 세대에 집중되는 현상을 지양하고 지역적으로 편중되지 않도록 전국 곳곳에 지역연고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통해 지역 기반 아마추어 이스포츠 생태계가 탄탄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이스포츠협회(KeSPA)가 참여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제출된 ‘2021 이스포츠 정책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이스포츠 인프라는 게임 케이블 채널을 송출하는 방송국들이 위치해 있는 서울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스포츠의 저변 확대와 중앙 집중화를 벗어나기 위해 지역 인프라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스포츠 지역활성화를 위해 지역 상설경기장을 활용하는 방안에 주목했으며, 이스포츠 게임단과 연계의 중요성도 짚었다. 조사 당시 이스포츠 지역연고제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지역은 부산으로, 담원게임아카데미와 샌드박스게이밍 등 프로게임단과 협약을 맺고 선수 및 코칭스태프 활동비와 운영비를 지원했다. 성남시 역시 이스포츠 게임단 운영지원 사업을 펼치는 등 이스포츠 지역연고에 힘을 쏟는 지역 중 하나다.

게임산업과 이스포츠의 장기적인 발전은 건전한 게임문화 발전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를테면 프로축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유소년 교육부터 조기축구회 등 생활체육이 탄탄하게 구성되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풀뿌리 이스포츠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PC방의 역할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주도해 이스포츠 생태계를 구축하고, 기초가 되는 PC방을 비롯해 게임사 및 방송사 등이 유기적으로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스포츠 지역연고제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지역팀의 장기적인 유지를 위해서는 해당 팀을 응원하고 지원할 지역의 인구가 뒷받침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수도권에 엄청난 인구가 밀집된 형태이며, 지방의 경우 도시지역을 제외하면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지역도 상당하기 때문에 이스포츠 지역연고제에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특히 현 이스포츠 팀들은 기업의 후원에 의존하는 상황으로, 지역연고제를 도입할 경우 현재의 구조적 문제와 단점들을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한 대비도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역과 정부를 포함한 이스포츠 생태계 (2021 이스포츠 정책연구 보고서)

게임 소액 사기 전담 수사기구 설치
온라인게임이 활성화되면서 게임 내 아이템 교환 등 이용자 간 거래 규모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게임 이용자 간 아이템 거래액 규모를 수조 원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사기 피해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체 사이버사기범죄가 2017년 9만 건에서 2020년 17만4,000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피해액이 100만 원 이하 소액인 경우가 많았는데, 이 경우 처리 절차가 복잡한데다 처리 기간 또한 길어 피해자들이 고소 등 법적 절차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PC방 인기 온라인게임 내에서도 게임아이템 거래를 빌미로 접근해 현금만 챙겨 잠적하는 사례가 다수 발견되고 있으며, 피해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사가 계정 정지 등의 제재를 가한다 해도 다른 계정을 이용해 다시 범죄를 저지를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기도 하다.
윤석열 당선인은 경찰청 등 관계기관에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담 기구를 만들어 게임 사기를 포함한 온라인 소액 사기를 뿌리 뽑고, 소액 사건이라도 처리 기간을 대폭 줄여 대처하겠다는 계획이다.

경찰청 사이버사기범죄 현황

장애인 게임 접근성 불편 해소
윤석열 당선인에 따르면 일반인들이 컴퓨터 게임과 인터넷 검색을 하는 비중은 평일 41%, 주말 32%인데 반해, 장애인들은 각각의 비율이 18%와 15%에 그치고 있다. 이는 게이밍 기어나 컨트롤러 등 게임을 접할 수 있는 기기들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으로, 장애인들이 기기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현실이 수치상으로도 드러난 것이다.

신체 제약이 있는 장애인을 위해 개발된 게임 보조기구

이에 대한 해법으로 윤 당선인은 ‘게임접근성진흥위원회’ 설립을 제시했다. 청년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똑같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장애인들의 게임을 이용할 권리를 지켜주겠다는 취지다.

가령 신체적으로 게임 기구를 이용하기 어려운 장애인들을 위해 게임 보조기구를 특별 제작해 게임 이용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손이나 발 등 특정 신체 부위를 움직일 수 없는 경우 다른 부위를 통해 게임 조작을 가능하게 하는 방식이다.

색약 장애인을 위해 개발된 게임 내색약 필터 기능

또 색약 장애인들의 경우 게임 이용에 상당한 제약이 따를 수 있어 게임 내 색약 필터 기능 등을 도입하는 방법도 제시됐다. RPG 장르를 예로 들면 보스 몬스터의 색깔에 따라 공략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는데, 색약 장애인들은 색깔 구분이 쉽지 않기 때문에 게임 이용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색약 필터가 적극 도입된다면 이에 대한 충분한 해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마치며…
윤석열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세운 게임 정책들을 살펴보면 게임 이용자들의 권리를 존중하고, 나아가 게임산업의 장기적인 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다만 이보다 앞서 게임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우선되어야 한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게임은 질병’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돌연 취소하는 헤프닝을 연출한 바 있다. 이는 게임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 부족에서 빚어진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표적인 장수 게임 <스타크래프트>가 ‘민속놀이’라 불리는 시대다. 5월에 정식으로 출범하는 새 정부는 게임에 대한 이해와 인식의 전환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면서 효자 산업으로 육성해나갈 방법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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