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3월호(통권 376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과거 PC방 주류 게임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스타크래프트>로 대표되는 RTS 장르로 부흥기가 시작됐고, 이후 MMORPG와 FPS 게임이 바통을 이어받아 전성기를 이끌었으며, 최근에는 <리그오브레전드>의 AOS 장르가 위세를 굳건히 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주류 게임의 장르 또한 변하는 모습을 보여온 것이다.

하지만 최근 출시되는 신작 게임들의 양상을 보면 장르의 중요성은 크게 낮아진 듯하다. 모바일게임의 급격한 성장으로 PC 게임이 다소 위축되는 분위기였지만, 많은 모바일게임이 PC 버전을 함께 출시하는 멀티플랫폼화가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모바일게임 시장의 정체로 인해 운신의 폭을 넓히려는 의도일 수도, 시대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지만 어찌 됐든 변화하는 흐름을 주목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이에 최근 PC방에 자리 잡은 멀티플랫폼 게임과 새로 출시하는 게임들을 두루 살펴보면서 PC방 업계가 취해야 할 스텐스를 고민해봤다.

PC방 멀티플랫폼 게임 시대 연 <오딘>
모바일게임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이를 PC와 연결하려는 시도는 과거부터 줄곧 있었다. 앱플레이어를 통해 PC에 모바일 환경을 구현함으로써 모바일게임을 PC로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번거로움 탓인지 앱플레이어를 활용해 모바일게임을 구동하는 모습을 PC방에서 쉽게 찾아볼 수는 없었다.

모바일게임이 PC방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오딘: 발할라라이징(이하 오딘)>이 출시된 지난 2021년 6월부터라고 봐도 무방하다. <오딘>은 출시 직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그동안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군림하던 <리니지M>을 단숨에 추월했으며, PC방 점유율 순위에서도 상위권에 근접한 모습을 보여줬다.

<오딘>이 PC방 점유율 순위권에 이름을 올린 모습은 누구도 예상치 못 한 일이었다. 애초부터 모바일 시장을 노린 작품이었으며, 이전까지 모바일게임이 PC방에서 흥행했던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기존 모바일게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오딘>은 앱플레이어 없이 PC에서 구동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자체 PC 플랫폼 클라이언트를 통해 별도의 앱플레이어 없이 PC로도 즐길 수 있는 멀티플랫폼-크로스플레이 시대를 연 것이다.

정식 서비스 반년이 지난 현재 <오딘>은 PC방 점유율 15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때때로 이벤트를 진행하거나 대규모 업데이트가 있을 시 10위권을 위협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이만하면 멀티플랫폼 게임이 PC방에 자리 잡은 첫 번째 게임이라 할 수 있겠다.

<오딘>의 성공적 PC방 진출 이후 <제2의 나라> 등 다른 멀티플랫폼 게임들도 PC방 점유율 순위에 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출시한 <언디셈버>의 경우 <오딘>의 PC방 점유율을 바짝 추격하는 모습을 연출하면서 두 번째로 흥행한 멀티플랫폼 게임으로 기록되고 있다. <언디셈버> 역시 앱플레이어 없이 PC에서 구동할 수 있는 멀티플랫폼 게임이다.

바짝 뒤쫓는 게임사들
<오딘>의 출현으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곳은 <리니지M>으로 모바일게임 시장을 호령하던 엔씨소프트일 것이다. 모바일게임 <리니지M>과 <리니지2M>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모바일 매출 부문에서 줄곧 선두를 유지해왔고, 다른 모바일게임은 <리니지> 시리즈의 매출을 따라갈 엄두를 못 냈던 것이 사실이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8월 <블레이드앤소울2>를 모바일 시장에 내놓으면서 기대를 걸었지만, 이용자들의 냉담한 반응으로 다음 기회를 노려야만 했다. 결국 <오딘>을 잡은 것은 <리니지> IP였다. 같은 해 11월 엔씨소프트는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모바일게임 <리니지W>를 출시했고, 모바일게임 일일 매출 순위 1위를 탈환하면서 자존심 회복에 성공했다.

<리니지W>는 출시 당시 PC와 더불어 콘솔 버전까지 서비스하겠다는 원대한 멀티플랫폼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리니지W>를 PC에서 구동하기 위해서는 앱플레이어가 필요했으며, 이 때문에 자체 PC 클라이언트로 구동되는 <오딘>과 달리 PC방 점유율 순위에서 <리니지W> 이름을 찾아볼 수는 없다.

<오딘>의 성공은 국내 게임사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각 게임사들의 신규 라인업에는 어김없이 멀티플랫폼 게임이 포함됐으며, 그 범위는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먼저 넥슨은 멀티플랫폼 라인업으로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아크 레이더스>, <던전앤파이터 듀얼>을 준비하고 있으며, 그라비티는 지난해 지스타 2021에서 공개한 <라그나로크V: 부활>의 출시를 올 2분기로 계획하고 있다. 이어 펄어비스는 지난해 출시를 연기했던 <붉은사막>을 올해 안에 선보인다는 목표로 개발하고 있으며, 네오위즈는 소울라이크 액션RPG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P의거짓>을 멀티플랫폼으로 개발 중이다.

특히 모바일게임에 집중할 것을 표명했던 넷마블이 최근 노선을 변경하며 PC와 콘솔, 나아가 멀티플랫폼까지 범위를 확장하겠다고 밝혀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다시 돌아온 넷마블
넷마블은 지난 1월 27일 서울 구로구 지타워 본사에서 제5회 NTP(Netmarble together with Press) 행사를 개최하고 향후 사업계획과 신작 라인업 등을 발표했다. 최근 게임업계에 NFT와 P2E가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에 이날 행사에서도 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모두의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바로 넷마블의 신작 라인업 발표였다. 이날 넷마블은 자체 개발하는 IP 15종과 함께 외부 IP 5종을 포함한 총 20종의 개발신작 라인업을 공개했다. 이중 멀티플랫폼으로 개발되는 IP는 9종으로, 전체 신규 라인업 중 절반 가까이가 멀티플랫폼 게임으로 개발되는 셈이다. 이는 그동안 넷마블이 보여줬던 모바일게임 일변도에서 벗어난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넷마블이 발표한 신규 라인업을 살펴보면 모바일·PC 플랫폼으로 △<나혼자만레벨업>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모두의마블: 메타월드> △<RF 프로젝트> △<레이븐: 아랑> △<몬스터길들이기2> △<아스달 연대기> 등 7종이 개발되고 있다. 이 중 <나혼자만레벨업>은 소설 원작기반 웹툰으로 제작돼 일본과 북미 등 글로벌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IP로,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어 PC·콘솔 플랫폼으로는 3D MOBA 장르인 <오버프라임>이 개발된다. <오버프라임>은 최근 CBT를 진행하며 크게 주목을 받은 바 있으며, 단 이틀 동안 진행된 CBT 기간 중 총 139개국에서 5만7,000여 명이 참여해 2만 회가 넘는 5:5 대전 기록을 남겼다. <오버프라임>은 얼리엑세스 버전을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모바일·PC·콘솔 플랫폼으로 개발되는 <일곱개의대죄 오리진>은 일본의 인기 만화 ‘일곱개의 대죄’를 원작으로 한 게임이다. 원작 만화의 인기에 힘입어 애니매이션까지 잇따라 흥행하고 있는 이 작품은 국내와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NPT 현장에서 직접 단상에 오른 방준혁 넷마블코웨이 의장은 “넷마블의 신작 게임 대부분이 PC와 모바일에서 동시 구현 가능한 멀티플랫폼으로 개발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기술 발전에 따라 메타버스를 개발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다고 판단되며, 멀티플랫폼 게임 개발과 더불어 블록체인 사업에 진출해 본격적인 사업을 전개해나갈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편, 국내 게임사들이 플랫폼 다양화에 공들이고 있는 것은 모바일게임 시장의 정체와 더불어 글로벌 진출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국내 게임 시장의 경우 캐주얼 게임은 모바일 플랫폼, RPG는 PC 플랫폼으로 양분되어 왔고, 북미와 유럽의 경우 상대적으로 콘솔 플랫폼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이를 모두 충족시키며 이용자 흡수를 원활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멀티플랫폼으로의 확장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한동안 모바일게임 쏠림 현상으로 PC방에 이렇다 할 신규 게임이 없었기 때문에 PC방 업계는 멀티플랫폼이 대세가 되어가는 최근의 게임 업계 트렌드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오딘>과 <언디셈버>가 PC방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듯이 향후 출시되는 멀티플랫폼 게임들이 더욱 선전하기를 기대하는 동시에, PC방 업계는 이를 어떻게 수용할지 깊이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방준혁 넷마블코웨이 의장이 제5회 NTP 현장에서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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