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3월호(통권 376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끝을 알 수 없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PC방의 영업환경은 점점 더 피폐해지고, 반복되는 영업제한 등 정부의 강력한 방역규제는 업종 자체의 자생력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온라인게임의 PC방 프리미엄 혜택을 집에서 누릴 수 있도록 해주는 ‘지피방’과 숙박시설에서의 게임시설 제공은 PC방 업계의 경쟁력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현재 시점에서 정부의 방역규제가 PC방 업계의 가장 큰 애로라면,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격으로 영업환경을 위축시키는 또 다른 악재는 난립한 지피방과 숙박시설의 게임시설물 제공일 것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목격되기 시작한 지피방
‘지피방’이라는 용어는 온라인게임의 PC방 프리미엄 혜택을 집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의 대명사가 됐다. 지피방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기 전에는 ‘VPN’이라는 명칭을 주로 사용했는데, 이는 외부에서 PC방 IP에 접속할 때 VPN(Virtual Private Network, 가상 사설망) 방식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지피방(VPN)은 2006년경 PC방 업주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지피방 업체들이 PC방 IP를 빼돌려 PC방 프리미엄 혜택을 일반 게이머들에게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규모가 크진 않았다. 당시 지피방 업체들은 PC방 IP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는데, 통신사에서 PC방에 제공한 IP 중 여유 IP를 사들이거나 이를 해킹해서 사용했다. 일부 PC방의 경우 사용하지도 않는 IP에서 정량시간이 차감되는 피해를 겪기도 했다.

이 때문에 게임사들과 PC방 관리프로그램 업체에서는 여유분 IP가 비정상적으로 외부로 유출되는 현상을 기술적으로 보완하는 기능을 대대적으로 업데이트하기도 했다. 결국 VPN 방식의 지피방은 PC방 IP 확보의 한계로 인해 큰 여파를 미치지 못했지만,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PC방을 직접 운영하거나 폐업 PC방의 IP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엔씨소프트가 추진했던 PC방 혜택 외부 유출 사업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PC방 IP를 대량으로 확보한 VPN 업체들이 난립하기 시작했다. PC방 프리미엄 혜택이 강화될수록 지피방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고, 금연정책 등 다양한 이유로 PC방 출입을 꺼리는 계층의 이용이 늘었다. 개인방송을 후원하거나 게임커뮤니티에 대놓고 광고를 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도 이때부터 증가하기 시작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PC방 단체에서는 게임사에 이용약관 위반을 근거로 제재를 요청했고, 현재는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지피방 IP를 적발할 경우 해당 IP를 차단하고 있다.

게임사 제재 회피하는 지피방 업체들
IP 차단 등 게임사의 제재에는 한계가 있다. 점조직으로 넓게 퍼져있는 지피방 업체들이 새로운 사업자를 내거나 수시로 IP를 교체하는 방법으로 이를 피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게임사들의 제재가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며, 문화부가 나서서 게임사에 적극적인 차단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는 어려운 처지다.
결과적으로 지피방을 방치하고 있는 사이 업체들과 이용자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고, 그 규모는 지피방이 처음 등장했던 2006년 당시와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성장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하는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0년도 PC방의 전체 매출액 규모는 1조7,00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정확한 통계를 알 수 없는 지피방의 규모를 직접 지피방을 운영했던 경험이 있는 업자를 통해 취재한 결과 약 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PC방 산업 전체 매출의 약 30%에 달하는 규모로, 서비스 방식도 고전적인 VPN 방식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PC방의 클라이언트 PC에 원격으로 접속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처럼 연간 수천억 원이 지피방 시장으로 흘러들어가고 있고, 그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PC방 업계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용자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온라인게임의 PC방 프리미엄 혜택이 게이머들에게 매우 매력적이라는 방증이며, 만약 지피방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지피방 매출의 절반 이상은 PC방 업계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다른 악재, 점점 늘어나는 게임제공 숙박시설
지피방과 비견될 정도로 심각한 또 하나의 문제는 숙박시설의 게임시설제공이다. 현행법으로는 PC방의 법적 명칭인 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으로 등록하지 않은 상태에서 숙박시설이 게임시설을 제공하는 것은 불법이다. 그러나 모텔이나 여관 등에서 노하드솔루션을 도입해 이용자들에게 온라인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이미 2016년부터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되기 시작한 이른바 모텔PC방은 처음 논란이 불거질 당시 문화부의 이해 부족으로 적극적인 계도와 단속이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PC방이 집합금지와 영업제한 조치를 받으면서 PC방 고객들이 모텔PC방으로 발길을 옮기자 다시금 논란이 불거졌고,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문화부에서도 적극적으로 계도와 단속을 실시했다. 사적모임 금지와 영업제한에도 불구하고 밀폐 공간인 숙박업소 객실에 다수가 모인다는 점이 방역에 비상이었던 정부를 움직이게 한 것이다.

문제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숙박시설의 게임시설제공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PC방에 대한 영업제한이 모텔PC방 이용자 계층을 양산했고, 문화부가 숙박업(모텔) 관련 단체에 계도를 요청하며 모텔PC방이 주춤하는 사이 펜션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많은 유투버들이 펜션PC방 관련 콘텐츠를 제작·유포하고 있을 정도다.

더 큰 문제는 펜션의 경우 문화부의 계도와 단속 활동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얼핏 모텔과 펜션은 숙박시설이라는 점에서 하나의 업종으로 인식되지만, 엄연히 소관부처가 다르고 적용 법률도 다르다. 특히 산업적으로는 모텔의 시장규모가 축소되고 있는 반면, 펜션의 시장규모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최근 드래곤플라이가 예고한 신규 사업

지피방은 법률 제정으로, 숙박업소는 정부에 협조 요청해야
현행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에는 지피방과 유사한 불법행위들을 제재할 수 있는 내용이 존재한다. 게임법 제32조에 따르면 △게임물 관련사업자가 제공 또는 승인하지 아니한 게임물을 제작, 배급, 제공 또는 알선하는 행위 △제9호에 따른 불법행위를 할 목적으로 컴퓨터프로그램이나 기기 또는 장치를 제작 또는 유통하는 행위 △게임물 관련사업자가 승인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게임물의 점수·성과 등을 대신 획득하여 주는 용역의 알선 또는 제공을 업으로 함으로써 게임물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해당 내용들은 대리접속이나 이스포츠경기에서의 대리 경기 등을 금지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해당 내용이 개정될 당시 국회와 문화부는 이 같은 조항들을 지피방에 확대 적용하는 것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어디까지나 입법취지에 부합해 집행되는 것이라며, 입법취지에 지피방이 없기 때문에 확대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했다. 결국 경찰에 지피방을 고발해도 마땅한 처벌 근거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현 시점에서 지피방은 게임사의 이용약관 위반에 따른 IP 차단 조치 외에는 대책이 없다. 결과적으로 관련법 개정을 통해 지피방을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규모가 커지고 있는 숙박시설의 게임시설제공에 대한 문제는 다소 복잡하다. 게임법을 소관하는 문화부와 숙박업소들을 소관하는 정부 부처가 협조해야 하는데, 숙박시설 소관 부처가 매우 복잡하다. 모텔이 중심인 숙박업은 보건복지부, 농어촌민박업이 중심인 펜션은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림부)가 소관하고 있다. 양대 부처가 관리하는 숙박시설의 규모만 5만여 개에 달하고, 나머지 1만여 개도 문화부가 호텔 등 6,000여 개, 나머지가 여성가족부, 산림청, 해양수산부 등에 나뉘어 있다. 6개 소관부처, 24개 업종으로 난립해 있는 것이 숙박시설이다.

결국 당면과제 중 하나인 게임제공 숙박시설을 퇴출하기 위해서는 문화부가 숙박업 종사자를 상대로 계도와 단속을 경고하는 활동이 요구되며,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 농림부 등의 적극적인 협조도 요구된다. PC방 단체 등이 숙박시설의 게임시설제공의 근절을 요구해야 할 부처가 3개 이상인 것이다. 20대 대선을 통해 차기 정부가 들어서고 조직개편이 마무리되면, 지피방 퇴출을 위한 관련법 개정과 숙박시설의 게임시설제공 금지를 위한 대정부 설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공격적인 마케팅이 이뤄지고 있는 펜션PC방
공격적인 마케팅이 이뤄지고 있는 펜션PC방
공격적인 마케팅이 이뤄지고 있는 펜션PC방
공격적인 마케팅이 이뤄지고 있는 펜션PC방
공격적인 마케팅이 이뤄지고 있는 펜션PC방
공격적인 마케팅이 이뤄지고 있는 펜션PC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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