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3월호(통권 376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C방 업계에 또다시 낯부끄러운 일이 생겼다. 이제는 부끄러움을 넘어 민망할 정도다. 자칭 PC방 업계 대표 단체라는 (사)한국인터넷PC문화협회(회장 김병수, 이하 인문협)가 정부의 고강도 방역규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는 못할망정 임원 임기 연장에 목을 매더니, 이제는 그마저도 정부의 제동으로 암초를 만났고, 현 집행부 임기가 끝나는 3월 27일까지도 마무리를 짓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코로나19로 인한 PC방 업계 피해가 깊어만 가던 지난해 두문불출하던 인문협. 애초부터 존재감이 미약하긴 했으나 PC방 업계를 위한 활동은 전무하다 싶을 정도로 조용했다.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며 정부와 방역당국 면담을 비롯해 각종 시위를 주도했던 한국인터넷PC카페협동조합(이사장 김기홍, 이하 PC카페조합)과 극명하게 비교되는 행보였다.

이처럼 PC방 업주들이 가장 필요로 할 때 활동이 없었던 원인은 3선 개헌(정관 개정)에 집중해왔기 때문이었다. 코로나19에 따른 PC방 업주들의 고통보다 중앙회장을 비롯해 전국 지부, 지회장의 임기를 연장하는 것이 급했던 모양이다. 그들의 바람대로 인문협은 임시총회를 통해 임원의 임기를 사실상 무기한 연장하는 정관 개정을 의결했고, 소관 부처인 문화부로부터 승인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인문협 내부에도 일부 자성의 목소리가 존재했던 것이다. 이야기는 이렇다. 인문협이 3선 개헌을 의결한 임시총회는 누가 봐도 절차상 오류가 있었다. 임시총회가 비대면 화상회의로 진행되면서 정관 개정의 표결을 카카오톡 투표 기능을 통해 진행했고, 이마저도 총회 중이 아니라 폐회가 선언된 이후까지 투표를 진행, 가결된 결과를 다음 날 발표했다고 한다. 엄중해야 할 총회를, 그것도 정관 개정이라는 중요한 안건을 친목회 회식 메뉴 고르듯 치른 것이다.

결국 문제가 터졌다.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는 감사보고서가 나온 것이다. 해당 감사보고서를 작성한 감사는 카카오톡 투표로 의결한 3선 개헌안 승인 요청 자료를 문화부에 제출할 때 감사보고서를 첨부하도록 했다. 하지만 인문협 중앙회는 총회 절차에 문제를 제기한 감사보고서를 제외하고 문화부에 승인을 요청했고, 문화부는 이를 승인했다. 이 때문에 중앙회장을 비롯해 주요 임원들의 임기가 무기한으로 연장될 수 있는 장기집권의 서막이 열릴 ‘뻔’했다.

그러나 인문협 내부의 양심의 소리는 문화부에 감사보고서가 전달되지 않은 사실을 알았다. 당연히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감사보고서를 뒤늦게 접한 문화부는 임시총회에서 의결된 정관 개정안 승인을 보류했다. 이에 인문협은 긴급 이사회를 열고 전국 지부·지회의 모든 총회 일정을 중단하기로 결의했다. 3선 개헌이 암초를 만나자 모든 선거 일정을 중단한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남았다. 기존 집행부의 임기가 오는 3월 27일로 종료되는 것이다. 이제 인문협은 내부 협의를 거쳐 문화부를 설득하든가, 3선 개헌을 위한 적법한 임시총회를 다시 치러야 한다. 그러면 다시 문화부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하고, 문화부가 승인하면 지부·지회 총회를 진행해 지역 선거를 마무리해야 하며, 모든 지부·지회 총회가 종료되면 중앙회장을 선출하는 선거일정에 돌입, 그 이후에야 비로소 정기총회 일정을 잡을 수 있다. 입후보자 등록, 선거운동 기간 등을 감안하고 각 지회·지부 총회와 중앙회 정기총회 일정 등을 고려하면, 현 집행부의 임기가 종료되는 3월 27일까지 선거를 마무리하기 어려운 국면이다.

만약 중앙회장을 선출하는 정기총회가 3월 27일을 넘길 수밖에 없다면 말 그대로 인문협은 파탄을 맞이한다. 3월 27일 이후에는 집행부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사회를 통한 임기 연장이나 비대위 구성 등 이를 해결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른 협회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특수 상황에서 연기된 선거일정 등을 다양한 방법으로 수습한 바 있다.

하지만 인문협의 처지는 조금 달라 보인다. 합심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자기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갈등이 먼저 떠오른다. 법적 다툼이나 파행이 예상되는 이유다. 인문협이 또다시 비대위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그 어느 때보다 단체의 역할이 필요한 심각하고 엄중한 국면에서 인문협은 3선 욕심으로 파탄의 위기를 자초했다.

비단 임기 연장 욕심을 낸 일부 임원들만의 책임일까? 외부의 시선은 아니다. 사태를 이 지경까지 만든 동조자, 방관자들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 부끄러움을 안다면 지금이라도 세대교체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세대교체를 위한 후배를 양성하지 못했다면 그 또한 직무유기다. 후배를 양성하라고 있는 자리가 임원이다.

최후의 방법도 있다. 전면 해체하고 다른 단체로 귀속되는 것이다. 다만 이 같은 과감한 결단을 할 줄 알았다면, 같은 PC방 업계의 구성원들에게 이 같은 부끄러움을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스스로 무너져 끝을 봐야만 후회할 것인지, 마지막까지도 PC방 업계에 도움이 되는 선택은 포기할 생각인지, 그들의 말로가 궁금한 상황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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