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2월호(통권 37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청소년의 심야 시간대 게임 이용을 강제적으로 막는 ‘셧다운제’가 10년 만에 폐지되고, 이를 대체하는 ‘게임시간 선택제’로 일원화된 지 2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심야 시간대 청소년의 출입이 원칙적으로 금지된 PC방에서는 셧다운제가 다른 세상 이야기였지만, 변경된 제도로 인해 PC방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되는 상황에 놓였다.

모바일 게임이 급성장하면서 PC 게임만을 규제했던 기존 셧다운제가 실효성이 없어졌다는 점, 그리고 청소년들의 자유권을 침해한다는 점이 셧다운제 폐지를 결정하게 된 명분이었다. 하지만 게임시간 선택제 또한 규제 대상에서 모바일 게임이 적용되지 않아 실효성 논란은 여전할 것으로 보이며, 당사자인 청소년들도 적극적인 반대 의견을 피력하고 나선 상황이다.

게임시간 선택제란?
게임시간 선택제는 셧다운제가 폐지되면서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 지난 2012년 발효돼 같은 해 7월부터 적용된 이 제도는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에 근거해 청소년의 게임 이용시간을 부모 등 보호자에게 맡기도록 하고 있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존재해왔지만, 셧다운제가 너무 강렬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을 뿐이다.

셧다운제와 게임시간 선택제의 가장 큰 차이점은 게임 이용 제한의 시간대라고 볼 수 있다. 기존 셧다운제는 심야 시간대 청소년의 게임 접속을 원천 차단했지만, 게임시간 선택제는 특정 시간대의 구분 없이 부모 또는 당사자가 정하는 대로 게임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

무엇보다 게임시간 선택제가 규제하는 게임이 셧다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점은 논란의 여지가 다분할 수밖에 없다. 모바일 게임이 급속도로 성장해 전체 게임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상황이지만, 규제 대상에서 모바일 게임과 태블릿, 콘솔기기는 제외됐다. 조삼모사라는 비판을 받는 가장 큰 이유다.

결국 셧다운제와 동일하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과 게임 이용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내용으로 학부모와 청소년 양측 모두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청소년들을 주축으로 하는 시민단체가 나서 게임시간 선택제도 폐지하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단체행동 나서는 청소년들
지난 1월 3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는 청소년들이 주축으로 활동하는 촛불중고생시민연대가 기자회견을 갖고 셧다운제 폐지에 이어 게임시간 선택제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촛불중고생시민연대는 촛불시위가 한창이었던 지난 2016년 결성된 단체로, 800여 명의 중고등학생 회원과 200여 명의 성인 후원회원 등 총 1,000여 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이 단체 구성원들은 셧다운제가 시행된 지난 2011년부터 10년에 걸쳐 셧다운제 폐지 운동을 전개해 온 바 있다.

최준호 촛불중고생시민연대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게임은 중독물이 아닌 중고생의 민중문화이자 생활체육”이라면서 “선택적 셧다운제(게임시간 선택제)의 폐지와 게임문화의 모든 탄압적 정책이 폐지되는 날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 대표에 이어 이날 발언을 이어갔던 D고등학교 J양은 “우리 중고생들은 인권을 보장받을 자격이 있으며, 이를 통해 행복한 삶을 살 권리가 있는 시민”이라고 강조하면서 “중고생들의 취미와 여가를 즐길 권리를 박탈하고, 행복한 삶을 꿈꾸지 못하게 만드는 탄압은 이번 셧다운제 폐지를 시작으로 점차 사라져야 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J양은 정부의 게임 이용 규제에 대한 폐해로 지난 2012년 일어났던 e스포츠 사례를 예로 들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스타크래프트2> 프로게이머 이승현 선수가 국제경기 도중 셧다운제 탓에 시간에 쫓겨 결국 경기를 포기했던 사건으로, 시대착오적 게임 규제가 국제적으로 알려지면서 국가적 망신을 가져온 일화로 유명하다.

셧다운제가 폐지되기까지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를 대체하게 된 게임시간 선택제는 당사자인 청소년들은 물론, 보호자, 게임 업계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다시 강산이 바뀌는 시간이 허비되기 전에 조속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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