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2월호(통권 37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C방 등록제는 유예기간과 계도기간을 거쳐 지난 2008년 8월 1일부로 시행됐다. 당시 다양한 이유로 등록 요건을 갖출 수 없었던 PC방 업주들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적지 않은 PC방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PC방 업계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줄을 이었고, 많은 공청회와 간담회를 통해 정부를 설득했다. 하지만 등록제는 강행됐고, 업계 역사상 가장 격렬했던 시기를 지나 약 15년이 지난 오늘, 등록제는 완벽한 정책 실패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등록제 시행 전부터 문제였던 사행성게임장
본지는 PC방 등록제가 시행되기 전부터 사행성게임장의 문제를 무수히 지적해 왔다. PC방 등록제는 음반비디오물및게임물에관한법률(이하 음비게법)에서 게임산업을 따로 분류해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이하 게임법)을 제정하면서 촉발됐다. 굳이 게임산업에 대한 별도의 법안을 마련한 이유는 사행성게임장 때문이었다. 노무현 정부 당시 ‘바다이야기’ 사태가 촉발됐고, 이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안으로 나온 것이 게임법이며, PC방 등록제다.

하지만 정책적 모순이 많았다. 정부는 사행성게임장을 근절하겠다며 PC방 등록제라는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당시 일선 현장에는 수많은 사행성게임장이 난립해 있었다. 현재는 많은 사행성게임장이 음성적인 모습으로 탈바꿈했지만, 등록제가 시행됐던 2008년 당시만 해도 사행성게임장은 PC방과 함께 대로변에 위치하며 보란 듯이 영업을 했다.

실제 본지에서 2008년 PC방 등록현황을 토대로 서울 강서구 일대를 현장 조사한 결과, PC방보다 사행성게임장이 더 많다는 사실을 목격해 이를 고발했다. 또한 영등포 일대에 PC방보다 많은 사행성게임장의 간판을 발견했고 이를 보도하기도 했다. 가장 큰 문제는 등록제가 PC방 업계의 영업환경을 위축시키고, 정상적인 PC방마저 시설을 폐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지만, 사행성게임장이 난립했기 때문에 정책의 모순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22년 임인년을 맞이한 올해는 PC방 등록제 시행 15년째다. 그렇다면 등록제 시행 당시 정부가 목표로 삼았던 사행성게임장은 근절됐을까? 정부의 PC방 등록현황을 분석해보면 정반대의 결과가 도출된다. 이제는 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으로 등록한 사업자 중 PC방보다 사행성게임장이 2배 더 많은 상황이다. 정부 수립 이래 이보다 더 완벽한 정책 실패가 있었는지 떠오르지 않을 정도다.

PC방 등록제를 촉발한 바다이야기 사태
사행성게임장 단속 현장

PC방은 7,000개, 사행성게임장은 11,000개
행정안전부가 공공데이터 포털을 통해 공개하고 있는 PC방 등록현황에 따르면 2021년 12월 말 현재 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은 전국 17,977개가 영업 중이다. 정부 데이터로만 해석하면 전국에 약 18,000개의 PC방이 존재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PC방 업계에서는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온라인게임사들에서는 가맹 PC방을 약 7,000개 내외로 집계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머지 11,000개의 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은 무엇일까?

게임사의 가맹 PC방 규모가 중요한 이유는 정상적인 PC방과 사행성게임장을 구분하는 기준점이기 때문이다. PC방은 <리그오브레전드>, <로스트아크>, <배틀필드>, <피파온라인4>와 같이 일반적으로 게이머들이 즐기는 온라인게임 콘텐츠가 핵심이다. 이 같은 게임을 서비스하고, 게이머들의 취향에 맞는 시설을 갖추는 것이 PC방의 경쟁력이기 때문에 온라인게임 가맹 PC방 수는 부정확한 정부 데이터와 달리 실질 PC방 규모에 가깝다.

반대로 사행성게임장은 등록을 마친 게임물을 서비스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보통의 게이머들이 즐기는 온라인게임을 서비스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는 접하기 어려운 특정 고포류 게임물을 서비스하고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PC방으로 볼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정부가 살아 있는 사업자로 인지하고 있는 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 중 7,000여 곳을 제외한 11,000곳은 사행성게임장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등록제가 사행성게임장들의 위장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에 따른 문제는 심각하다. 코로나19로 PC방 업계가 위기에 직면해 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PC방 창업이 더 많은 결과까지 나타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업종에 대한 이해가 떨어져 데이터만으로 분석할 경우 산업 규모가 축소되지 않았다고 오판할 수 있다. 이는 결국 PC방 업종에 대한 정확한 정책을 마련할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진다. 또한 PC방 업계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지원책이 나올 수도 없는 상황이다.

부정확한 PC방 창업과 폐업 현황
실제 최근 5년간 PC방 창업률과 폐업률을 분석해보면 매우 혼란스럽다. 먼저 폐업 현황을 살펴보면 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은 매년 2,500개 이상 폐업하고 있다. 2017년 2,567개, 2018년 2,996개, 2019년 3,345개, 2020년 4,771개, 2021년 2,856개다. 문제는 사행성게임장의 규모를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실질적인 PC방의 폐업률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코로나19가 발생한 직후인 2020년에 폐업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정도만 알 수 있는 상황이다.

창업 현황을 살펴보면 더욱 난해하다. 최근 5년간 PC방 창업은 2017년 1,489개, 2018년 1,856개, 2019년 2,069개, 2020년 1,839개, 2021년 2,277개다. 흐름을 보면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까지 PC방은 매년 약 200여개 이상 늘어났고, 코로나19가 발생한 해인 2020년 주춤했다가 2021년에 다시금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코로나19가 발생한 해인 2020년이 코로나19 이전 시대인 2018년과 창업률이 비슷하다는 점도 의아하지만, 2021년에 PC방 창업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점은 믿기 어려운 결과다.

결과적으로 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의 PC방 등록현황은 사행성게임장이 주도하고 있다고밖에는 설명되지 않는다. 이에 본지에서는 2021년 12월 말 기준 PC방 등록현황을 토대로 서울 지역 PC방에 얼마나 많은 사행성게임장이 분포해있는지 살펴봤다.
서울에는 총 3,598개의 PC방이 등록돼 있으며, 이 가운데 2021년에 신규 창업한 PC방은 140개다. PC방 상호, 면적, PC 보유 대수 등 140개 PC방의 등록 정보를 토대로 사행성게임장으로 의심되는 업소를 제외한 결과 24개만이 정상적인 PC방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해 신규로 등록한 PC방 140개 중 116개(82%)가 사행성게임장으로, 정상적인 PC방의 4배가 넘는 도박장이 새롭게 창업한 것이다.

정책적 실패 인정하고 대안 마련해야
본지에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창업 PC방의 80~90%는 사행성게임장으로 의심된다. 실제 특정 지역의 경우 90% 이상이 사행성게임장으로 추정됐다. 이 같은 추세라면 게임법상 PC방으로 분류되고 있는 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은 정상적인 PC방이 오히려 극소수에 불과하고, 사행성게임장의 새로운 업태로 분류될 수 있다.

이 같은 패단을 막기 위해서는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가 시급히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정상적인 PC방과 사행성게임장을 하루 빨리 완전 분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로 고포류 등 사행성게임을 서비스하고, 면적과 PC 대수가 지나치게 적어 환전 등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하지 않는 한 영업의 지속이 어려운 특성을 고려해 법률에서 새로운 형태의 업종을 추가하거나 정상적인 PC방에 불이익이 가지 않는 선에서 등록제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연구용역을 통해서 이 같은 실상은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사행성게임장이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하지 않는 한 수익이 발생할 수 없는 구조라는 사실도 드러날 것이다. 정부는 사행성게임장을 퇴출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환전 등의 불법행위를 현장에서 적발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 역시도 법률 개정을 통해 상시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PC방은 과거 25,000개로 정점을 찍었다가 최근 7,000여 개 정도로 산업이 크게 위축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행성게임장의 난립으로 정확한 PC방 현황을 파악할 수 없는 지경이다. 이에 대한 책임을 그동안 PC방 업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은 정부 당국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외형만으로 구분되는 사행성게임장의 근절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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