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AIB 출하량 1,270만 대, 전분기 대비 10.7% 증가
출하량 늘었는데 가격은 여전히 고공행진… 개인 대신 채굴장 선택

엔비디아, AMD 등 그래픽 프로세서 제조사와 완제품 그래픽카드 제조사들이 개인 사용자 대신 채굴장을 더 중요한 고객으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현상과는 별개로 엔비디아와 AMD의 그래픽카드 생산량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PC 시장에서의 그래픽카드 가격은 여전히 권장소비자가격의 2배 이상이고, 그마저도 물량이 없어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장조사기관 존페디리서치(JPR)는 2021년 3분기 데스크톱 PC용 그래픽카드 출하량은 약 1,270만 대로 전분기 대비 10.7% 증가했고, 전년동기 대비 25.7% 늘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 AMD CEO 리사 수는 입을 모아 반도체 부족 현상이 2022년에도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시장조사 결과 두 제조사의 그래픽카드 출하량은 꾸준히 증가했고, 이는 생산한 그래픽카드의 대부분이 개인 사용자가 아니라 가상화폐 채굴장으로 갔다는 뜻이다.

두 CEO들의 발언은 그래픽카드가 아니라 반도체에 대한 언급이기 때문에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궁금한 것은 생산에 문제가 있어 공급이 부족한지 여부다. JPR의 조사를 보면 공급은 부족하지 않고, 오히려 조금씩 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화살은 GPU를 이용해 완제품을 생산하는 그래픽카드 제조사를 향하게 된다. 그래픽카드 완제품은 생산 공장에서 출발해 현지 도매상, 국내 총판, 유통업체, 판매처 등 여러 단계를 거쳐 소비자 손에 들어간다. 만약 채굴업체가 그래픽카드를 구입한다면 생산 공장이나 현지 도매상과 직접 거래할 가능성이 높다. 따지고 보면 GPU 제조사보다는 완제품 제조사가 그래픽카드의 실질적인 공급 부족에 더 큰 책임이 있을 수도 있는 부분이다.

그래픽카드 제조사로서는 개인보다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 개인 사용자 구매는 유통 경로도 많고 복잡한데, 채굴업체와 직접 거래하면 대규모 물량을 손쉽게 팔아 치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에는 여러 외신들이 채굴용 하드웨어 소매업체가 그래픽카드를 대량 보유하고 있어 제조사와 직거래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개인보다는 단일거래 수요가 더 많은 PC방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히 GTX1060 3GB 이하 그래픽카드를 사용하는 PC방에서는 성능 업그레이드가 시급한데, 천정부지로 치솟아버린 가격뿐 아니라 원하는 물량을 수급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PC방의 소비층이 결국 개인 소비자인 점을 감안하면, GPU 제조사나 그래픽카드 제조사는 채굴업체보다는 진짜 소비자인 게이머들을 좀 더 신경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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