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모두를 힘들게 한 그래픽카드 대란, 고난의 20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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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모두를 힘들게 한 그래픽카드 대란, 고난의 2021년
  • 승인 2021.12.12 10:05
  • 정환용 기자
  • itman@ilovepcb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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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刊 아이러브 PC방 12월호(통권 373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끝날 줄 모르는 코로나19 사태를 비롯해 PC 하드웨어 업계의 2021년은 고난 그 자체였다. 그중에서도 그래픽카드는 제조사와 유통사, 소비자까지 모두 잊고 싶은 한해일 정도로 심각했고, 한동안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0년 9월에 출시된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 시리즈는 원래대로라면 2021년에 수많은 PC방과 개인 PC에 자리를 잡고 성능을 뽐내며 ‘세대교체’를 이뤘어야 했다. 비슷한 시기에 AMD가 내놓은 라데온 RX6000 시리즈도 마찬가지로, 반도체 공급 부족과 채굴 이슈에 휘말리며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1년 내내 허덕이고 있다.

생산량 감소 + 가상화폐 시세 상승 = 그래픽카드 품귀현상
지난 2017년 가상화폐 채굴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으로 인해 GTX 10 시리즈 그래픽카드의 씨가 마른 적이 있다. 당시에는 비트코인 채굴이 중국 채굴업체들의 타깃이었고, GTX1070 이상의 고성능 모델은 물론 GTX1060 3GB, GTX1050Ti 등 엔트리모델까지 모조리 채굴장으로 끌려가면서 품귀현상이 극심했다.

다만 2017년 당시의 채굴 대란은 오래 가지 않았다. 3개월여 만에 채굴에 대한 관심은 사그라들었고 폭등했던 그래픽카드 가격은 점차 정상 가격대로 내려왔다. 당시 GTX1060 6GB 제품은 평균 35만 원대로, 권장소비자가격보다는 다소 높았지만 구입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문제는 2018년 초부터 시작된 2차 채굴 붐이었다. 대표적인 알트코인인 이더리움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비트메인, 비티씨닷컴 등 중국의 대형 채굴업체들이 일제히 이더리움 채굴에 달려들었고, 대규모 채굴업체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GTX 10 시리즈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2018년 중반 GTX1060 6GB 제품은 가격이 60만 원대까지 치솟았다. GTX1080은 100만 원 이상으로, GTX1080Ti는 제품군에 따라 300만 원대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2019년 1월 RTX 20 시리즈가 출시됐지만 시장에 풀리는 족족 채굴장으로 투입되면서 가격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2020년 7월 RTX 30 시리즈가 출시됐지만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신제품은 씨가 말랐고, 중고 역시 ‘귀한 몸’으로 가격 치솟아
PC 하드웨어 관련 커뮤니티에는 그래픽카드를 구하기 어렵다는 호소와 더불어 시장에 풀리는 중고제품에 대한 우려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래픽카드는 신품이든 중고든 PC로 사용시간을 알 수 없다. PCIe 슬롯에 장착 흔적이 있거나 쿨링팬에 먼지가 끼어 있는 등 육안으로 사용 여부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채굴에 사용된 그래픽카드는 개인 PC나 PC방 PC처럼 일정 시간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24시간 내내 가능한 최대 성능으로 동작한다. 때문에 수명이 짧고 쿨링팬이 고장나는 등 혹사로 인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채굴장에서 나온 그래픽카드는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정상적인 A/S를 받을 수도 없기 때문에 구입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실제로 채굴에 사용했던 것으로 의심되는 그래픽카드가 신제품으로 둔갑해 시장에 풀리고 있다는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래픽카드 새 제품을 구입했는데 포장이 뜯겨있거나 장착 흔적 등이 확인되면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지금까지 수차례 그래픽카드 재포장 논란이 있었지만 아직 재포장으로 확인된 사례는 없다. 일각에서는 국내 유통사가 아니라 제조사 문제일 수 있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재포장 논란이 몇 차례 벌어지자 국내 유통사들은 RTX 30 시리즈 제품 박스에 봉인 실을 부착해 미개봉 제품인 것을 보증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수입, 유통, 판매에 앞서 제조국인 대만 측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국내에서 봉인 실을 붙여봤자 소용없는 일이다. 다행히 아직 국내외에서 그래픽카드 재포장 문제가 사실로 확인된 바는 없다.

하드코어 게이머들에게 사랑받아야 할 RTX3080이 채굴장에서 신음하고 있다

극심한 품귀현상에 그래픽카드 물류 트럭 도난까지
심지어 지난 10월 말 미국에서는 제조사 EVGA의 RTX 30 시리즈 그래픽카드를 가득 실은 트럭이 수송 도중 도난당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EVGA 제품관리자에 따르면 트럭에는 권장소비자가격 329.99~1,959.99달러의 그래픽카드가 가득 실려 있었는데, 이 가격대는 RTX3060부터 RTX3090까지 RTX 30 시리즈를 모두 포함한다.

EVGA는 이 사건으로 도난된 제품을 정품 등록할 수 없도록 조치했고, 만약 도난품 구매자가 있다면 상품을 EVGA로 반환하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가 그래픽카드를 구입하면서 해당 제품이 도난품인지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다. 구입 후 EVGA 홈페이지에서 해당 제품의 시리얼 넘버를 입력하면 도난품 여부를 알 수 있지만, 구입 당시에는 이를 알 수 없어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

이 소식에 국내외 누리꾼들은 EVGA 그래픽카드 구입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도난된 그래픽카드 대부분이 채굴에 이용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개별 판매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EVGA 홈페이지의 게시물에서 한 이용자는 “EVGA 그래픽카드는 이제 도난품의 가능성을 항상 안고 있게 됐다”며 EVGA 그래픽카드 구입에 우려를 표했다.

물량 부족에 전작 재출시 이어져  RTX2060에 7년 전 GTX750Ti까지
게이머들에게 가야 할 그래픽카드 대부분이 채굴장에 끌려가게 되면서 기존에 출시됐던 전작들이 재출시되는 웃지 못할 사태까지 벌어지게 됐다. 2018년 첫선을 보인 RTX 20 시리즈, 2019년 성능 상향과 가격 인하로 거듭난 RTX 20 SUPER 시리즈가 2021년 초 다시 출시됐고, 지난 3월에는 일본에서 GTX1050Ti가 원래의 가격보다 2배 비싸게 재출시되기도 했다. 심지어 2014년에 출시됐던 GTX750Ti가 신제품으로 다시 출시되기도 했다.

그래픽카드가 재료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출시되는 족족 채굴장에 끌려가는 신세를 면치 못하자 제조사들은 채굴 전용 그래픽카드를 출시하고 채굴 성능을 저하시키는 채굴락(LHR) 기능을 적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채굴 전용 제품은 추후 재유통이 어려워 채굴업자들이 선호하지 않았고, 채굴락 기능은 채굴 프로그램 제작사들이 50%로 낮춘 해시레이트를 68% 이상 높이는데 성공하면서 공급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결국 채굴 대란이 일어나기 전에 100만 원대에 구매할 수 있었던 RTX3080은 최대 250만 원대까지 치솟았다가 11월 말 현재 200만 원 전후로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 소비자가격 83만 원대인 그래픽카드가 2배 이상의 가격에도 구하기 쉽지 않을 만큼 시장 상황이 악화된 것이다.

물량 빼고 가격·수요 모두 상한가… 2022년에도 계속될 듯
2017년부터 이어져 온 그래픽카드 시장의 악순환은 계속되고 있다. 일정했던 공급 물량이 갑자기 가상화폐 채굴장에 대량으로 들어가고, 일반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물량이 줄어 가격이 상승했다. 여기에 반도체 부족 사태가 더해져 생산량마저 줄면서 높아진 가격은 내려올 줄 모르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이더리움을 비롯한 알트코인의 채산성이 하락하면서, 가상화폐 시세가 떨어지고 그래픽카드 가격도 안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실제로 RTX3070Ti, RTX3080Ti가 출시된 7월에는 일시적으로 RTX 30 그래픽카드 가격이 다소 하락하기도 했다. LHR 버전 그래픽카드도 해시레이트를 높일 수는 있으나 비 LHR 제품보다는 채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LHR 그래픽카드의 가격도 나름 합리적인 수준으로 책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더리움은 런던 하드포크 성공, 채산성 회복 등으로 꾸준히 신고가를 갱신하고, 채굴 난이도가 급상승하는 난이도 폭탄 시기를 2021년 12월에서 2022년 6월까지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결국 11월 초 이더리움은 개당 570만 원대로 최고가를 갱신했고, 채굴량 난이도 또한 현재 수준을 유지하면서 채굴로 인한 물량이 줄어드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 AMD 리사 수 CEO 모두 현재의 물량 부족 사태가 2022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반도체 공급사인 TSMC, 삼성전자 등은 수백억 달러를 투자해 추가 생산시설을 구축하겠다고 밝혔지만, 새로운 공장이 가동되는 것은 2023년 이후에나 생산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에 대한 타개책은 되기 어렵다.

결국 정해진 물량이 채굴장을 나와 일반 소비자들에게 오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소비자들은 채굴 채산성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예전에도 그래픽카드 신제품 수급이 다소 불안정했던 경우는 있었지만 지금처럼 수년째 악순환이 이어진 경우는 없었다. 업그레이드가 시급한 사람들의 시름은 안타깝게도 2022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AMD 리사 수 CEO는 반도체 부족 사태가 2022년 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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