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지스타 현장은 수능으로 학교 대신 행사장을 찾은 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코로나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2021년임을 감안해도 올해의 지스타 현장은 기분 좋은 북적거림보다는 불안한 여유가 곳곳에서 눈에 띄는 모양새다.

11월 18일 오전 10시 벡스코 제1전시장 문이 열리자, 대기하고 있던 수백 명의 관람객들은 즐거운 표정으로 행사장에 들어섰다. 지스타 사무국은 처음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 준하는 수준으로 방역을 준비했고, 현장 동시 입장 인원을 최대 6,000명으로 제한했다. 관람객들은 백신 접종을 완료한 것을 QR 코드로 입증하거나 PCR 검사 음성 판정 진단서를 제출한 뒤 입장해 내부에 준비된 각양각색의 게임들을 즐겼다.

관람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어야 할 오후 3시의 행사장 내부는 의외로 한산했다. 행사 첫날에 평일인 점을 감안해도 지난 2019년의 분위기와는 상당히 달랐다. 코로나 사태로 오프라인 행사 참가를 주저하거나 새로 발표할 신작이 없는 게임사들은 대부분 지스타에 참석하지 않았고, 최근 모바일·PC 크로스 플랫폼 MMORPG <오딘>을 흥행시킨 카카오게임즈와 함께 신작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를 출시한 크래프톤이 가장 큰 부스 규모로 참가했다.

또한, 오랜 IP <라그나로크>를 다양한 시리즈로 선보이고 있는 그라비티, 한창 개발 중인 모바일 신작 <니케>를 선보이는 시프트업, 엔젤게임즈, 텐센트오로라스튜디오 등이 중간 규모의 부스를 차리고 관람객을 맞이했다. 소규모 개발사들도 합작 부스로 다수 참가해 저마다 신작들을 선보였고, 게이밍 기어와 피규어 등 현장판매를 목적으로 참가한 업체들도 다수 보였다.

오전 10시 관람객들의 입장이 시작됐다
다양하게 준비된 게임을 체험해 보는 관람객

아쉽게도 대부분의 신작 및 개발 중인 작품의 대부분은 모바일 게임이다. 이미 수 년 전부터 지스타에 참가하는 개발사의 작품들은 모바일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드웨어의 제한이 적고 좀 더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PC 부문의 신작은 올해 지스타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번 지스타 현장이 이전 행사와 다른 부분 중 하나는 ‘여유’다. 수많은 사람들에 뒤섞이며 흘러가듯 게임을 구경하던 풍경은 올해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참가업체가 줄어든 것과 더불어 부스 규모가 2019년 행사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면서 공간적 여유가 무척 커진 덕분이다. 행사장 중앙에는 카카오게임즈의 모바일 RPG <가디언테일즈>의 홍보 구조물들이 빈 공간을 메우고 있고, 부스 간 통로는 4차선 도로만큼이나 넓게 배치됐다.

문득 오후 3시를 막 넘은 시간에 현장을 빠져나가던 관람객 한 명의 탄식이 들렸다. “볼 것 진짜 없다.” 국내 제일의 게임 행사를 지향하고 있는 행사에서 다양한 게임을 즐기고 싶었던 관람객의 목마름을 채우기에 올해 지스타는 역부족인 듯하다.

부산시는 올해부터 최대 8년간 지스타를 개최할 수 있고, 2025년 준공되는 제3전시장도 ‘지스타관’으로 명명할 계획이다. 하지만 3N을 비롯한 게임업계의 모바일 치중 현상이 점점 심해지면서 콘텐츠 부족이란 늪에서 점점 깊게 빠져들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라는 이레귤러가 더해지면서 지스타의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카카오게임즈 부스
그라비티 부스
행사장 중앙에는 2019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빈 공간을 홍보용 구조물들이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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