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11월호(통권 372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단계적 일상회복’이라는 이름으로 위드코로나가 본격 시작됐다. 이에 따라 PC방에 대한 영업제한 조치도 모두 해제됐다. 코로나19가 다시금 폭발적으로 확산되는 심각한 위기 상황이 도래하지 않는 한 앞으로 PC방에 대한 영업시간 제한은 없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PC방은 집합금지, 규제완화, 영업제한 조치 등을 차례로 겪으며 시시각각 운영전략을 변경해야 했다. 이제는 위드코로나를 대비해 또 다른 운영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위드코로나 시대, PC방이 고민해야 할 부분들을 점검해 봤다.

코로나19 발생 후 큰 변화를 맞이한 PC방
PC방이 코로나19로 일대 변화를 맞이했던 시점은 지난해부터다. 정부가 PC방에서는 물도 마시지 말라고 엄포를 놓더니 급기야 집합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일대 변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당시 전국PC카페대책연합회의 김기홍 대표(현 한국인터넷PC카페협동조합 이사장)가 PC방의 기본 시설인 좌석별 칸막이와 고성능 환기시설 등을 자료집으로 제작해 방역 당국을 설득하며 규제 완화를 이끌어 냈다.

다만, 영업제한 조치까지는 막지 못했다. 정부와 방역 당국은 감염병 고위험시설을 4개 그룹으로 구분해 관리했다. 유흥시설 등 가장 위험도가 높은 그룹은 1그룹,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적은 그룹이 2그룹과 3그룹, 종교시설 등의 기타그룹을 포함해 4개 그룹이다. 김기홍 이사장의 끈질긴 노력으로 PC방은 3그룹에 속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서는 3그룹 전체가 영업제한 조치를 받는다. 이 때문에 PC방은 감염병 관련 저위험시설임에도 영업제한 조치를 받아야 했다.

이같이 먹거리 판매 불가, 집합금지, 영업제한 등 다양한 규제를 접하며 PC방 업주들은 떨어지는 매출을 방어하기 위해 다양한 운영전략을 도입했다. 대표적인 것이 무인솔루션, 보안시스템, 가상화폐 채굴이다. 무인솔루션은 1인 경영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일정 시간대를 무인으로 운영하면서 인건비를 줄이면서도 매출 하락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또한 보안시스템은 그동안 PC방이 24시간으로 운영되면서 상시 근로자가 존재했기 때문에 가장 소홀하게 취급되었던 분야이지만, 강제적으로 심야시간대 영업이 중단되면서 매장 내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 가운데 가상화폐 채굴은 매출을 보전하기 위한 수단이다. 유휴 PC를 활용해 각종 가상화폐를 채굴하고, 이를 팔아 수익화함으로써 영업제한으로 하락한 매출을 메우는 형태다.

위드코로나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PC방 업주들이 마련한 전략은 일시적인 자구책이었다. 당장 11월부터 전국 모든 PC방이 24시간 영업에 돌입하면 무인솔루션을 도입한 PC방은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종업원이 손님들의 다양한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해결하고 다양한 먹거리를 조리·판매하는 PC방과 시스템을 통해 화상 또는 음성으로만 소통이 가능하고 자판기 먹거리에 의존해야 하는 PC방은 경쟁력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24시간 영업을 포기하기도 어렵다. 보안시스템을 강화하고 무인솔루션을 선도적으로 도입한 PC방은 가동률이 가장 낮은 시간대 영업중단을 고민 할 수 있지만, 24시간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손님층의 발길이 감소한다.

이런 현상은 영업시간에 제한이 있던 시기부터 나타났다. PC방의 영업제한 시간은 오후 10시부터였지만, 사실상 오후 9시부터 손님들이 급격히 빠지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산세와 영업제한 조치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것이다. 이에 홀로 심야시간대 영업을 중단하려면 경쟁력 하락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상화폐 채굴도 문제가 많다. 정부는 내년부터 가상화폐 수익에 세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가상화폐를 채굴하고 판매했다면 최대 22%의 세금을 내야 한다. 이미 많은 가상화폐 거래소가 정리됐으며, 원화로 거래가 가능한 가상화폐 거래소는 실명제가 도입됐다. 원화로 가상화폐를 거래하기 위해서는 세금부담을 감수해야 하며, 이는 가상화폐 채산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결국 정부의 고강도 방역정책으로 PC방 업주들이 마련한 자구책들은 위드코로나 시대에 변화를 맞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를 대비하지 않는다면 경쟁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달라진 PC방 마케팅, 개성으로 인한 차별화
PC방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트렌드의 변화가 뚜렷했다. 골목길에서 경쟁하던 PC방이 대형화와 고급화로 대로변으로 나오기 시작했고, 이제는 랜드마크와 같이 지역별 메인 상권 중에서도 요지에 자리하면서 광역 마케팅이 필요해졌다. 입지 조건이 우수해지고 불특정다수의 출입이 늘어나면서 지역 단골에 의존하는 과거의 방식보다 다른 지역에서 PC방을 찾아오도록 만드는 마케팅이 중요해진 것이다.

이 같은 광역마케팅으로 빛을 보는 PC방도 늘어나고 있다. 소문난 잔치를 확인하기 위한 인플루언서가 젊은 소비자층을 대상으로 PC방을 방문해 대신 홍보해 주는 일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 같은 유명세와 인지도는 당장의 매출에만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매매거래에 있어서도 유리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PC방 업주들이 크게 주목하는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실제로 과감하게 고성능 무선 마우스 등을 도입한 PC방이나 신선식품의 끝판왕인 스시류를 취급하는 PC방에는 유명 유튜버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단순하게 PC방 업계의 평균적인 시설을 갖추고 고객과의 스킨십 마케팅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전통적인 운영방식은 구시대의 유물이 됐다. 개성 있는 아이템으로 호기심을 자극해 인플루언서들의 발길을 끌어들일 정도의 수준으로 거듭나는 광역 마케팅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PC방 업주들은 매장을 방문했다는 사실 자체가 유튜브나 SNS에서 주목을 받도록 하는 아이템에 집중하고 있다. PC방 업주가 직접 SNS 마케팅을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손님들이 매장에 다녀간 사실을 SNS에 자랑할 수 있는 PC방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위 P스타그램을 만들기 위한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미 많은 유튜버들의 방송소재로 활용되고 있는 PC방 먹방

소비 트렌드의 양극화, 프리미엄과 가성비
코로나19는 사회 전반에 걸쳐 새로운 형태의 소비 트렌드를 형성했다. 대형마트보다 온라인에서 장을 보는 시대가 됐고 홈트레이닝, 홈인테리어, 자동차 등에 소비가 몰렸다. 레저, 관광, 관람 등의 문화보다 개인소비가 대세를 이루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트렌드는 프리미엄 또는 가성비다. 어설픈 가격대의 제품보다는 값비싸더라도 가치가 있다면 과감하게 투자하며, 아니면 가성비 높은 제품을 찾는다. 매우 비싸거나 매우 저렴한데 돈이 몰리는 것이다.

이는 명품과 아울렛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회 전반에 걸친 소비지향의 이야기다. 실제 PC방과 밀접한 라면 시장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두드러지고 있다. 편의점 CU는 최근 380원에 구매가 가능한 봉지라면을 선보였고, 990원에 구매할 수 있는 즉석밥도 선보였다. 특히 990원짜리 즉석밥은 즉석밥의 대명사 햇반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판매됐다. 이마트24도 390원의 민생라면을 선보이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반면에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가격대가 훌쩍 올랐다. 이미 라면 시장에는 프리미엄급 라면인 신라면 블랙, 오뚜기 진짬뽕 등이 1,700원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최근 하림에서 출시한 ‘The미식 장인라면’은 한 봉지 가격이 2,200원이다. 이는 보통 1,000원 전후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일반적인 라면보다 2배 이상 비싼 것이며, 기존 프리미엄 라면들보다도 30% 가량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프리미엄과 가성비의 소비트렌드는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PC방에서도 프리미엄과 가성비의 소비트렌드를 공략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개인이 구매하기 어려운 초고가의 고성능 게이밍 주변기기를 대여해 준다거나 먹거리 구성품도 레스토랑 수준의 프리미엄 메뉴를 구성하는 것이다. 이와 반면에 가성비를 만족할 수 있는 메뉴들과 함께 다양한 라인업을 구성해 이용자들의 니즈를 모두 충족하는 것이 위드코로나를 대비한 또 하나의 운영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계속될 PC방의 트렌드 변화
PC방은 친구들과 함께 여럿이 모여서 게임을 즐기는 공간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간한 2021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PC방에서 게임을 하는 이유를 PC 성능과 친구, 동료와 어울리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중복응답이 가능한 해당 설문에서는 비율이 각각 54.3%, 50.6%다. 1가구 1PC 시대이지만, 여전히 일반적인 가정집의 PC 사양은 낙후된 경우가 많고,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PC방을 찾는다. 결국 고사양 PC와 친구들과 어울리기 좋은 환경이 PC방의 기본적인 경쟁력이다.

또한 앞으로는 자녀들과 게임을 즐기는 패밀리 마케팅에도 집중해야 한다. <스타크래프트> 등 PC방이 탄생한 시점에서 온라인게임을 즐기기 시작한 인구가 이제는 부모 세대로 거듭나 자녀들과 함께 PC방으로 나들이를 가는 인구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코로나와 함께하는 위드코로나 시대의 핵심 키워드는 △인플루언서 △프리미엄 △가성비 △고사양 PC △커뮤니케이션 △패밀리 등이 꼽힌다. 이를 활용해 차별화된 아이템을 서둘러 도입하는 PC방이 위드코로나 시대를 선도할 것이 분명하다.

한 봉지에 390원인 민생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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