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10월호(통권 371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공동대표 김기홍, 이하 비대위)가 지난 9월 16일부터 18일까지 2박3일 동안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인근 서울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앞에서 최근 코로나19 고강도 방역정책으로 인한 생계의 어려움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자영업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합동분향소를 운영했다.

경찰과 대치 끝에 초라하게 차려진 분향소
9월 16일 오후 2시에 합동분향소를 마련할 계획이던 비대위는 분향소 설치 위치를 극비에 붙이며 마지막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첩보를 통해 미리 설치 위치를 파악한 경찰은 500여 명에 달하는 경찰 병력을 동원해 분향소 설치 예정 장소를 봉쇄하는 것은 물론, 분향소 물품을 공급하는 차량을 앞뒤로 막아 움직이지 못하도록 했다.

비대위는 당초 분향소 설치 예정지였던 국회 앞에서 한동안 머물며 대책을 논의한 끝에 경찰의 과잉대응으로 분향소를 설치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오후 2시가 조금 넘어 철수를 결정했다. 하지만 비대위는 당일 내 반드시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결국 비대위는 같은 날 오후 7시를 전후해 국회 정문 앞에서 약 200미터 떨어진 서울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앞에 기습적으로 분향소 설치를 시도했다. 하지만 경찰은 서둘러 병력을 투입해 분향소를 설치하려던 천막을 봉쇄했다. 특히 현장은 비대위와 경찰의 고성이 오가며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이 같은 과열된 분위기는 정치권 인사들이 현장을 찾아오면서 다소 누그러졌다.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가장 먼저 현장을 찾았고, 국민의힘 소상공인위원장 최승재 의원이 현장을 방문해 상황을 정리하면서 천막 앞에 초라하게 극단적인 선택을 한 자영업자들의 넋을 달래는 분향소를 마련할 수 있었다.

경찰 과잉대응도 정치권 참여로 해제
결국 정치권 인사들이 나선 후에야 경찰의 과잉대응 문제는 해결국면을 맞이했다. 9월 17일 오전부터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교, 심상정 의원 등이 조문을 위해 현장을 찾았고, 이후에도 많은 자영업자·소상공인, 일반 시민과 정치인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특히 심상정 의원은 현장을 방문해 참담하고 면목이 없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 경찰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지자 경찰의 과잉대응도 다소 수그러들었다. 봉쇄됐던 천막이 개방됐고, 현장을 둘러쌌던 경찰병력도 해산됐다. 처음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한 후 하루가 지나서야 정상적인 분향소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이다.

분향소 운영 마지막 날이었던 9월 18일 오후 11시에는 합동추모식을 개최하고 현장을 마무리했다. 합동추모식에는 분향소 설치를 지원했던 소상공인연합회 오세희 회장과 한국인터넷PC카페협동조합 이사장인 비대위 김기홍 대표, 조지현, 이창호 공동대표 등이 참여했다.

김기홍 대표는 “분향소에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많은 정치인들이 오셨고, 코로나19 자영업 정책의 문제에 공감하고 해결을 약속했다”며 “빠른 시일 내 문제를 해결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호소했다.

비대위가 2박3일 동안 운영한 자영업자 합동분향소는 코로나19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자영업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마련됐으나 경찰의 과잉대응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 현장이었다.

특히 자영업자들의 목소리에는 귀 기울이지 않고 정치권에서 문제를 제기한 뒤에야 분향소 설치를 허용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정부는 고강도 코로나19 방역정책으로 어려움에 처한 전국 자영업·소상공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더 이상의 극단적 선택이 없도록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합동분향소 마지막 일정이었던 추모식 현장
첫날 현장 철수 결정을 발표하는 김기홍 대표
기습 분향소 설치를 저지하기 위해 배치된 경찰 병력
분향소 설치 현장을 찾은 정치권 인사들
천막 밖에 초라하게 설치된 합동분향소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는 자영업비대위
비대위는 추모사를 통해 고인들의 넋을 기렸다

 

저작권자 © 아이러브PC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