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10월호(통권 371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 2010년 식파라치 논란은 PC방에 휴게음식점 업종을 추가 등록하는 트렌드의 변화를 예고했고, 2012년에 처음 공개된 슈퍼피방은 지금은 보편화된 노하드솔루션 트렌드를 이끌었다. <리그오브레전드> 등 저사양 게임이 PC방 좌석을 과점하면서 주변기기 경쟁이 본격화됐으며, 고해상도 모니터와 기계식키보드, 장패드 등을 유행시켰다. 최근에는 코로나19라는 사상초유의 악재가 등장해 예상치 못한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 현재 시점에서 PC방 산업의 트렌드는 어떻게 변해가고 있을까?

채굴, 채굴, 채굴…, 없었으면 어찌할 뻔?
코로나19가 창궐한 이후 PC방은 정부로부터 다양한 규제를 받고 있다. 음식물 취식 금지를 넘어 물도 마시지 말라는 행정명령이 등장하는가 하면, 고위험시설로 지정되면서 아예 영업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몰렸다. PC방이 처음 등장한 이후 많은 규제가 있었지만, 감염병 예방을 이유로 영업중단을 강제하는 규제는 업주들 모두 처음 겪은 일이다.

PC방 업계는 살아남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시위와 투쟁을 통해 코로나19라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규제를 완화시키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서는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영업을 중단해야 하는 영업제한 조치를 받고 있다. 흡연실 이용자를 1명으로 제한하거나 2미터 이상 떨어지게 하는 새로운 규제도 등장했다.

지난 7월 시작된 수도권 PC방 영업제한 조치는 아직도 해제되지 않았다. 24시간 업종인 PC방에 매출 제로의 시간대가 형성되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도 많은 PC방 업주들은 돌파구를 찾아내고 있다. 가장 먼저 PC방 업주들이 찾아낸 돌파구가 바로 가상화폐다. 가상화폐를 사고파는 단순 거래가 아니라 가동이 중단된 PC를 활용해 채굴에 나선 것이다.

이제는 PC방 업주들의 관심이 채굴에 집중되고 있다. 채산성 높은 가상화폐를 발굴하고, 고효율의 채굴방식을 찾아내는데 집중하고 있다. 매출 제로의 시간대는 지출을 줄이고 죄는 시간대이면서 동시에 코로나 발생 전 동일 시간대 매출보다 더 많은 수익률을 올리기 위한 핵심적인 시간대로 변모했다. 이제는 구하기도 어렵고, 비싸다는 그래픽카드가 채굴을 목적으로 한 원포인트 업그레이드 대상이 되고 있다.

위험부담에도 속속 도입되는 무인시스템
무인솔루션은 PC방이 탄생한 이래 많은 업주들의 로망이자 실험 대상이었다. PC방의 지출항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 부담 해소가 가장 큰 목적이다. 그러나 그동안 PC방 업계에서는 무인솔루션 접목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사람의 손을 반드시 필요로 하는 청소, PC방 규제 중 처벌수위가 높은 심야시간대 미성년자 출입관리 때문이다.

무엇보다 청소는 업주가 일정 시간대를 정해 몰아서 하거나 단시간 알바 등을 고용해 해결이 가능하지만, 심야시간대 미성년자 출입관리는 완벽한 차단 기능이 없다. 시스템을 통해 손님 스스로가 성인인증을 하도록 하거나, 본인이 성인이라는 것을 체크하도록 한 CCTV 캡쳐화면, 통화기록, 시스템DB 등을 추후 법적 다툼을 대비해 증거로 저장해 두는 형태가 고작이다. 사실상 완벽하게 청소년 출입을 관리하는 시스템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이후 무인솔루션을 도입하는 PC방이 증가하고 있다. 대체로 CCTV를 추가 설치해 도난에 대비하거나 매장 내에서 모니터링 이슈가 발생할 경우 고객과 음성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통신기술을 접목한 형태로 도입되고 있다. 무인솔루션 공급 업체들도 증가하고 있으며, 보안솔루션 대기업 등도 뛰어든 상황이다.

현재 시점에서 무인솔루션은 청소를 포기한 상태로 도입되는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심야시간대 고객 출입이 적기 때문에 자리를 치우지 않더라도 고객이 PC를 이용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또한 청소년 출입관리는 신분증 확인이 필요한 이슈가 발생할 경우 업주에게 모니터링 이슈를 전달하고, 업주가 해당 고객과 음성대화를 나누는 형태로 정착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슈를 얼마나 빠르게 파악하고 대응하느냐가 핵심기술로 부상한 상황이다.

가상화폐와 무인화는 궁여지책, 다음 트렌드는?
가상화폐는 고강도 방역정책으로 인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또한 무인화는 심야시간대 이용자가 급감하면서 지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또 하나의 궁여지책이다. 가상화폐 채굴와 무인시스템의 도입은 사실상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손실 보전 목적, 지출 최소화 목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트렌드다. 이 같은 궁여지책은 지출을 줄인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기본적인 PC방의 서비스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라 할 수 있다.

결론은 현재의 PC방 산업 트렌드는 기형적이라는 것이다. 트렌드의 초점이 고객에게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니라 관리와 운영, 업주에게 맞춰져 있다. 업주 스스로가 지출을 줄이거나 위험부담을 해소하는데 매진해야 하고, 채굴을 통해 손실을 메꿔야 한다. 일반적인 PC방의 경쟁력인 시설, 고객소통, 마케팅, 운영전략 등 복잡하고 다채로운 자영업종의 기본과 거리가 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가상화폐 채굴과 무인화를 일시적 유행으로 치부하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PC방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는 업주들은 먹거리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단순히 매장 내 판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배달까지 진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배달 분야 진출이 녹록치 않은 것이 식당 수준의 주방 설비와 환기 시설을 갖춰야만 하기 때문이다. 맛은 기본이다. 이 같은 과정들을 더욱 쉽고 간편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으며, 배달앱 분석도 한창이다.

또한 PC방의 상징과도 같았던 컵라면이 일부 PC방에서 사라진 것과 같이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먹거리 트렌드를 고민 중인 관계자들도 많다. 여기에 더해 게임을 즐기는 부모 세대의 증가로 가족석을 마련한다거나 인스타그램 유저들이 사진촬영을 위해 찾는 PC방을 만들기 위한 기획도 이어지고 있다. 결국 PC방은 고객과 소통해야만 하는 업종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트렌드에 접근하는 PC방 업주들이 위드코로나 시대에 경쟁력을 선점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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