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 다음은 '다리'… 4족 보행 서빙 로봇의 가능성

지난 2013년 미국 옥스퍼드대학교는 ‘700여 직종 중 절반가량은 인공지능(AI)으로 대체될 것’이란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산업 현장에서 이미 상당부분의 인력이 로봇으로 대체되고 있는 현재, 로봇의 인력 대체 가속화의 관건은 ‘센서’에 있다.

현대자동차는 자사가 인수한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보행 로봇 ‘스팟 독’이 3.0 업데이트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업데이트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경로를 스스로 재설정해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공간 규모와 구조가 제각각인 오프라인 매장에 안성맞춤인 기능이다.

현재 산업 현장에서는 단순반복, 고위험 등 여러 분야에서 로봇이 사람을 대신하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업을 비롯해 고객과 직접 대면해야 하는 업종에서는 아직 로봇 기술이 적합하지 않다. KT에서 호텔로봇, 서빙로봇 등 AI 로봇을 서비스업에 일부 적용하고 있긴 하지만 이동 경로가 좁은 곳에서는 사용하기 어렵다. 특히 PC방과 같이 등을 맞댄 자리의 의자가 붙을 만큼 공간이 협소하다면 조건이 더욱 까다롭다.

200개 좌석의 PC방을 예로 들면,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부분은 음식 조리와 서빙, 청소, 재고 관리 등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다소 한가해지긴 했지만 한창 바쁜 시간에는 3명의 직원이 일해야 조리와 서빙, 청소 등 업무를 감당할 수 있다.

이 중 조리와 청소는 아직 로봇에게 맡길 만큼 기술이 발전하지 못했다. 재고 관리의 경우 숫자는 관리 프로그램이, 실질적인 물품 관리는 직원이 담당한다. 결국 PC방에서 로봇을 가장 먼저 도입할 수 있는 부분은 음식과 음료의 서빙이다. 물론 자율주행에 필요한 레이더(RADAR)와 라이더(LiDAR) 등 위치 기반 센서, 각종 명령을 처리할 수 있는 약인공지능 등의 기술은 필수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4족보행 로봇 '스팟'

아직 2족보행 로봇의 상용화는 기대하기 어려운 단계지만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스팟처럼 4족보행 로봇이라면 좁은 공간에서의 서빙에 대한 해법이 될 수 있다. 스팟은 폭 0.5m, 길이 1.1m, 높이 최대 0.84m 크기의 4족보행 로봇이다. 아직 개선의 여지가 남아 있긴 하지만, 전진과 후진이 자유롭다면 바퀴를 이용하는 서빙 로봇보다는 좁은 공간에서의 효율이 훨씬 좋다. 게다가 음식 서빙의 중요 요소인 균형에 있어서도 스팟 수준의 4종보행 로봇이라면 바퀴형 이동 로봇보다 안전할 수 있다.

좌석 사이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면 오히려 일반 식당보다 PC방에서 서빙 로봇의 활용도가 더 높아진다. 반찬을 추가 주문하거나 테이블에서 직접 조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식당과 달리 PC방에서는 주문과 배송 이외의 과정이 없기 때문이다. 결제는 관리 프로그램에서 담당하고, 상주 직원은 주문 실수나 음식에 문제가 생기는 변수만 해결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일반적인 필수 인력은 3명에서 최소 1명으로도 가능하다.

로봇이 좌석에 앉은 고객과 소통하는 방식도 문제다. 게임을 즐기는 고객은 대부분 헤드셋을 착용하고 있는데, 서빙 로봇이 음성으로 안내해도 이를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서빙 로봇과 PC 관리 프로그램의 연동으로 음식 도착 시 PC 화면에 알림을 띄우는 등의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초기 도입 비용을 포함한 가격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스팟은 지난해 약 9,000만 원에 출시됐다. 기업이 아닌 이상 PC방에서 스팟을 서빙 로봇으로 활용하기에는 가격 부담이 크다. PC방에 알맞게 프로그래밍하거나 음식 서빙이 가능하도록 구조를 조정하는 작업도 필요해 총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끊임없는 시도와 개선이다. 2족보행 로봇이 SF 영화에서 현실로 나온 것처럼, 2족보행보다 난이도가 낮은 4족보행 로봇도 언젠가는 일상처럼 보게 될 날이 오게 될 것이다. 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지는 그 필요성과 더불어 현장에서의 요구에 달려 있다. <배틀그라운드>에서 2페이즈 만에 사살당한 고객에게, 로봇이 힘내라며 음료 한 잔을 건네는 광경은 이제 상상 이상으로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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