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한 암호화폐 채굴 하드웨어 소매업체가 최근 구하기 어려운 엔비디아·AMD 그래픽카드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파워컬러(PowerColor), 사파이어(Sapphire), XFX 등 그래픽카드 제조사들이 암호화폐 업체에 물량을 직접 배송해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WCCF테크, 핫하드웨어 등 외신들은 중동의 바레인, 아랍에미리트 등에 암호화폐 채굴용 하드웨어를 공급하는 소매업체 ‘Cryptominers.bh’가 대량의 그래픽카드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외신들이 공개한 ‘Cryptominers.bh’의 SNS 영상에는 라데온 RX6900XT, RX6800XT, RX6700XT 등 고사양 그래픽카드 박스 수십 개가 쌓여 있고, RX580 등 구형 그래픽카드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 업체는 암호화폐 채굴 시스템 구축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최근 채굴 수익성이 더 높은 AMD 그래픽카드 재고를 다량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WCCF테크는 영상 속 수많은 그래픽카드를 박스채로 받은 것을 감안할 때, 이 업체가 제조사로부터 제품을 직접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파워컬러, 사파이어, XFX 등 그래픽카드 제조사가 총판이나 유통사를 거치지 않고 이 업체와 직거래했다는 증거는 아직 밝혀진 것이 없다. 하지만 이 영상을 접한 많은 외신들은 대량의 그래픽카드가 암호화폐 업체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제조사들이 자발적으로 방지 대책을 찾아야 한다고 일침했다.

국내에서도 그래픽카드 품귀현상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 중순 라데온 RX6600XT가 출시됐지만, 현재 국내외에서 권장소비자가격의 2배 이상에 판매되고 있고 그마저도 제품을 구하기 쉽지 않다. 이는 불필요한 중간유통 과정을 거치며 소비자가격이 상승하는 탓도 있지만, 과거 일부 판매업자들이 보유 수량을 시장에 풀지 않고 제품 가격을 올려받던 행태도 떠올리게 한다. 다만 수량 조절과 달리 현재의 그래픽카드 부족 사태는 실제로 국내에 유입된 물량 자체가 많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채굴업자들이 그래픽카드 물량을 쓸어담는 행태를 넘어, 제조사 또는 수입사들이 채굴업자에 물량을 직접 판매하게 된다면 가격 안정은 고사하고 물량 부족 현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그래픽카드 가격이 권장소비자가격보다 훨씬 비싸게 거래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가 암호화폐 채굴인 만큼, GPU 제조사는 물론 각 그래픽카드 제조사들도 채굴 현장에 투입되는 물량을 막을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내 PC방에서는 지포스 GTX1060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다. PC방 점유율 1위 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는 문제가 없지만, <배틀그라운드>등 고사양을 필요로 하는 게임들이 점점 늘어나고, 고해상도가 필수 덕목인 <디아블로2 레저렉션> 등이 출시를 기다리고 있어 최신 그래픽카드에 대한 대기 수요가 많은 상황이다.

그래픽카드 가격이 2022년에도 안정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들은 채굴을 위해 팔려나가는 그래픽카드를 안타까운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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