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텔 vs AMD, 멀티코어 경쟁의 격렬한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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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인텔 vs AMD, 멀티코어 경쟁의 격렬한 역사
  • 승인 2021.09.05 10:57
  • 정환용 기자
  • itman@ilovepcb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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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刊 아이러브 PC방 9월호(통권 370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인텔과 AMD, 양대 CPU 제조사는 ‘더 작게’를 외치며 미세공정을 거듭하고 있다. 인텔은 12세대 앨더레이크(Alder-Lake) 프로세서의 출시를 목전에 두고 있고, AMD도 라이젠 5세대 그라나이트 릿지(Granite Ridge) 프로세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때는 데스크톱 CPU에서 AMD를 떠올리기 힘들 정도로 차이가 컸다. 양사의 설립 연도는 불과 1년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인텔 CPU가 데스크톱과 서버 등 프로세서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고, 특히 국내에서는 점유율이 90%를 넘을 만큼 압도적이었다. 1990년대 중반 인터넷카페로 시작된 PC방이 전국으로 퍼져나가던 무렵에도 AMD CPU를 사용하는 PC방은 찾기 힘들었다.

그랬던 인텔과 AMD가 지금은 데스크톱 CPU 시장에서 호각을 다투고 있다. 불도저 아키텍처의 실패로 절치부심한 AMD는 애슬론 시리즈 이후 2017년 라이젠 시리즈를 선보이며 인텔을 거세게 추격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2021년 1분기에는 데스크톱 시장 점유율에서 AMD가 50.7%를 차지하며 15년간 왕좌를 지켰던 인텔을 잠시나마 끌어내리기도 했다.

패스마크에 따르면 2021년 3분기 현재 데스크톱 CPU 시장 점유율은 인텔 50.9%, AMD 49.1%로 불과 1.8% 차이로 경쟁하고 있다. 한때 3배가 넘는 차이를 보였던 두 제조사가 2% 이내로 간극을 좁힌 것은, 인텔의 부진과 AMD의 선전이 교차한 결과다. 이에 지난 10년간 양대 CPU 제조사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살펴봤다.

2005년 – 듀얼(2)코어 시대의 시작
인텔은 오랜 기간 전 세계 CPU 시장 점유율에서 많은 차이든 적은 차이든 AMD를 앞서고 있었다. 2005년 AMD가 출시한 듀얼코어 프로세서 애슬론 64 X2에 대응하기 위해, 인텔도 첫 듀얼코어 프로세서 펜티엄 D 스미스필드를 출시했다. 그러나 전작 프레스캇 코어를 2개 붙여놓은 형태였던 스미스필드는, 높은 가격은 둘째치고 높은 발열과 전력소모로 시장에서 도태되다시피 사라졌다.

이후 2006년에는 AMD의 점유율이 53.9%로 상승하며 인텔과 잠시 자리를 바꾸기도 했다. 인텔은 스미스필드의 굴욕을 만회하기 위해 2006년 1월 2세대 펜티엄 D 프레슬러를 출시했지만, 당시의 넷버스트 아키텍처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지는 못했다. 게다가 AMD 애슬론 64 X2의 메인스트림 라인업이었던 윈저는 고성능-고가 정책을 고수하고 있었기 때문에, 양사의 대립은 ‘인텔=가성비’, ‘AMD=성능’ 구도가 형성됐다.

2011년 – 인텔 샌디브릿지 프로세서 출시, 점유율 70% 재탈환
국내로 한정해도 점유율 80% 이상이었던 인텔에게, 잠시나마 1위를 빼앗긴 것은 굴욕이나 마찬가지였다. 2006년 7월 코어 2 시리즈가 출시되면서 시장 상황은 다시 인텔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고, 2007년에 ‘켄츠필드’ 쿼드코어 프로세서가 출시되면서 인텔의 점유율은 다시 AMD 점유율의 2배 이상으로 뛰어오르게 됐다.

당시 켄츠필드 Q6600 프로세서의 성능은 경쟁 제품인 AMD의 쿼드코어 프로세서 페넘 X4를 압도하는 수준이었다. 페넘 X4는 성능, 소비전력, 오버클럭 등 모든 면에서 1년 전에 출시된 켄츠필드보다 못했다는 평이 다수였다. 결국 페넘 X4로 점유율을 잃기 시작한 AMD는 2011년 인텔 게셔(Gesher) 아키텍처 기반의 샌디브릿지 프로세서에 밀리며 암흑기를 맞게 됐다.

켄츠필드는 소위 ‘할배’라 불리며 10년 넘게 현역에서 활약했다.

2017년 – 인텔 미세공정의 제자리걸음, 그리고 AMD 라이젠의 등장
AMD의 암흑기는 2007년 이후부터 10여 년이나 계속됐다. 공정의 미세화도 인텔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었고, 32nm 공정의 불도저 아키텍처부터 28nm 공정의 엑스카베이터 아키텍처까지 인텔을 넘어서지 못했다. 2016년에는 데스크톱 시장 점유율이 23.4%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당시 인텔은 2015년 5세대 브로드웰에 처음 적용한 14nm 공정의 미세화에 어려움을 겪으며 8~9세대까지 큰 개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2014년 AMD의 사장 겸 CEO로 취임한 리사 수 박사는 2012년 합류 당시부터 AMD의 경영구조 개선에 몰두해왔다. 2013년 출시된 게임 콘솔 플레이스테이션4와 XBOX ONE에 AMD APU를 적용하며 적자경영을 청산했고, 고성능 컴퓨팅을 향한 성능 개선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17년 ZEN 아키텍처 기반의 CPU 라이젠 시리즈가 출시됐고, 이는 AMD의 암흑기에 마침표를 찍고 점유율을 빠르게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

AMD 라이젠 프로세서는 14nm 공정의 한계 때문에 4GHz 이상의 속도를 구현하기 힘들었다. 실제로 8월 출시된 4세대 세잔 프로세서까지 모든 라이젠 프로세서는 기본 동작속도가 최대 3.9GHz다. 이에 AMD는 집적 코어 숫자를 최소 4개(8쓰레드)로 늘리고 솔더링 등을 통해 안정성도 확보하면서 인텔에 대항하기 시작했다.

라이젠의 등장에 인텔은 8세대 커피레이크 프로세서에서 코어 숫자를 늘렸다. i3는 4코어 4쓰레드, i5는 6코어 6쓰레드, i7은 6코어 12쓰레드 등으로 증가했다. 전작 카비레이크 대비 부스트 클럭도 높아졌고 멀티쓰레드 성능도 나아졌다. 하지만 14nm 공정에서는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고 14nm+, 14nm++ 공정을 거듭하며 미세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라이젠 출시 이후에도 시장 점유율은 큰 변화가 없었다. 2018년까지도 인텔의 점유율은 80%에 근접했고, AMD는 2019년 초까지도 20%대 초반을 겨우 유지하고 있었다. 2018년 인텔 CPU의 보안 버그가 세상에 알려지며 신뢰도가 대폭 하락했고, 상대적으로 보안 수준을 유지했던 AMD의 점유율은 2019년 하반기부터 상승하기 시작했다. 간극을 좁히던 AMD는 2020년 2분기 인텔과의 차이를 10% 이내로 좁혔고, 2021년 1분기에는 지난 2006년 이후 15년 만에 다시 1위를 탈환하기도 했다.

켄츠필드는 소위 ‘할배’라 불리며 10년 넘게 현역에서 활약했다.

인텔의 미세공정, 충분조건인가 필요조건인가
사실 인텔이 14nm 공정에서 5년 넘게 머물렀던 것은 기술력의 진화와 별개로 해당 공정으로 생산한 CPU가 꾸준히 시장의 수요에 대응할 수 있었던 성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2015년 출시된 인텔 6세대 스카이레이크 시리즈도 아직 PC방에서 현역으로 당당히 뛰고 있을 정도다.

인텔 스카이레이크 i5-6600 프로세서는 4코어 4쓰레드 구성으로 기본 클럭 3.2GHz, 부스트 클럭 3.6GHz의 성능을 낸다. 게임 구동에 있어 CPU가 일정 속도 이상의 성능을 내면 이후의 문제는 그래픽카드가 담당한다. CPU가 PC방 하드웨어 업그레이드 1순위가 아닌 이유다.

인텔 i7-6700K 스카이레이크 프로세서

2022년 – 인텔 앨더레이크와 AMD 그라나이트 릿지의 맞대결
인텔과 AMD는 각각 올해 4분기와 2022년 1분기경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인텔은 12세대 앨더레이크 프로세서, AMD는 ZEN 4 프로세서가 그 주인공이다. 인텔 앨더레이크 프로세서는 드디어 14nm 공정에서 벗어나 10nm 슈퍼핀 기술이 적용되는 첫 프로세서로, 현재까지는 i9-12900K 제품이 1~2개 코어 최대 가속 시 5.3GHz의 속도를 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MD 역시 2022년 1분기경 젠4 프로세서를 선보일 계획이다. 한 SNS 포스트에 따르면 2022년 8~9월 발표, 10~11월 출시를 언급하기도 했으나 아직 정확한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다. 5nm 공정 기반의 라이젠 6000 시리즈는 기존 7nm 공정 대비 밀도를 최대 87% 개선했으며, 고성능 라인업인 에픽 프로세서의 한 샘플은 현재 판매 중인 모델 대비 속도가 29% 빨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PC방 CPU 점유율은 아직 인텔이 크게 앞서있다. AMD 라이젠 시리즈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그 인기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이는 아무래도 AMD의 흑역사 중 하나인 불도저 아키텍처 당시 그래픽카드와의 호환성 문제나 일부 게임들에서 발생했던 사소한 문제점들이 PC방 업주들의 기억에 남아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PC 성능의 상향평준화로 게임 제작사들도 멀티코어를 적극 지원하기 시작하면서, CPU 코어 수가 게이밍 PC의 중요한 성능 지표가 됐다. 다이렉트X 11부터 멀티쓰레드를 활용하는 게임이 많아졌고, 현재 PC방 순위 상위권에 있는 FPS게임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등은 6쓰레드를 활용한다. 여기에 향후 출시 예정인 PC 게임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6~8코어 프로세서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라이젠 시리즈의 장점은 CPU와 메인보드의 호환성이었다. 하지만 차세대 제품은 D램의 세대교체와 같은 흐름을 탈 가능성이 있다. DDR5가 상용화를 시작하는 시점과 겹칠 수 있기 때문에 인텔과 AMD 모두 메인보드 교체는 불가피하다.

과거 ‘가성비의 인텔, 성능의 AMD’란 문구는 이제 양사가 모두 넘어서야 할 고정관념이 됐다. AMD는 라이젠 시리즈로 가성비까지 향상시키기 시작했고, 인텔은 공정의 미세화와 더불어 평균 성능의 향상을 도모하기 시작했다. 양사의 성능 경쟁이 향후 국내 PC방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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