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게임 개발사들의 소식 중에서는 ‘어떤 게임이 얼마나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는지’에 관심이 모인다. 국내에서 ‘어떤 게임이 얼마나 높은 매출을 올렸는지’에 집중하는 양상과는 조금 다르다. 소위 ‘대작’이라 칭하는 해외 게임 타이틀의 척도는 ‘재미’인데, 국내에서는 ‘과금 결제’를 기준 삼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8월 20일 미국의 서커 펀치 프로덕션이 개발한 플레이스테이션 4·5 액션 어드벤처 게임 <고스트 오브 쓰시마>(이하 고오쓰)의 감독판이 출시됐다. 출시 사흘 만에 전 세계에서 240만 카피, 5개월여 만에 500만 카피가 판매된 이 게임은 최근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이하 SIE)가 영화화를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고오쓰>는 13세기 후반 일본 쓰시마 섬을 침략한 몽골의 군대가 사무라이들을 전멸시켰고, 전투에서 살아남은 ‘사카이 진’은 무사도를 버리고 전장의 망령으로 적에 대항하기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20년 7월 출시 당시 메타스코어 83점을 기록했고, 이번 감독판은 평론가 평점 88점, 추천도 97%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서커 펀치 프로덕션 <고스트 오브 쓰시마 디렉터스 컷>

이 게임이 대체로 호평을 받은 것은 그래픽, 인터페이스, 스토리텔링 등 게임의 완성도를 가늠하는 일반적인 기준에서 많은 사람들이 높은 점수를 줬기 때문이다. 콘텐츠 리뷰를 집계하는 메타크리틱에 따르면, <고오쓰>를 평가한 122개의 해외 매체 중 8개가 100점을 줬고, 90점 이상을 준 매체도 57개로 절반에 가깝다. 게임의 평가에 참여한 1만9,500여 명의 전 세계 게이머들 중 10점 만점을 준 사람은 6,200여 명으로 전체의 1/3 수준이다.

해외 게임업계와 달리 국내에서 8월 출시된 게임에 대한 이슈는 재미보다 매출에 집중됐다.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지’가 ‘잘 만든 게임’의 척도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엔씨소프트가 8월 25일 출시한 모바일 MMORPG <블레이드앤소울2>는 과도한 과금 유도로 인란 불만으로 구글 플레이스토어 평점 5점 만점에 3.4점, 애플 앱스토어 평점 2.6점에 그치고 있다.

국내 앱 마켓의 해당 게임 평점을 살펴보면 게임의 완성도나 스토리텔링에 대한 의견은 찾아보기 어렵다. ‘무과금 이용자는 시작도 못 한다’, ‘튕김 현상이 심해 접속이 불편하다’, ‘자동사냥, 과금 등 게임인지 카지노인지 알 수 없다’ 등 과도한 결제 유도와 불편한 시스템에 대한 불평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출시 전 공개된 게임 영상 속 그래픽과 실제 게임 속 그래픽 수준이 큰 차이를 보이며 비판의 시선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엔씨소프트 <블레이드 앤 소울 2>

3N을 포함한 국내 주요 게임 개발사들의 신작은 독점 수준으로 모바일에 치중돼 있다. 국내 이용자 비중이 적은 게임 콘솔은 차치하고서라도, 고퀄리티 그래픽을 큰 제한 없이 구현할 수 있는 PC 플랫폼 게임 신작은 찾아보기 어렵다.

가장 최근의 PC 게임 신작은 카카오게임즈의 <오딘: 발할라 라이징>인데, 크로스플랫폼을 지원하지만 모바일 접속 비중이 압도적이다. 이 또한 예의 과금 결제 유도와 더불어 최적화 부재로 인한 기기 발열, 불편한 조작감, 밸런스 문제 등 혹평이 상당하다. 스토리텔링에 대한 얘기는 언급조차 안 되고 있다.

PC방 통계 사이트 게임트릭스의 게임 순위는 수년째 라이엇게임즈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가 압도적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간에 크래프톤 <배틀그라운드>, 블리자드 <오버워치>가 <LOL>을 잠시 끌어내리기도 했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국산 게임 <배틀그라운드>가 선전하고는 있으나 7%대의 PC방 점유율은 ‘게임강국’이란 명찰에 간신히 체면치레를 하고 있는 수준이다.

국내 게임 개발사들은 다양한 플랫폼으로 좋은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은 가지고 있으나, 게임의 목적을 완성도보다 매출에 두고 있는 경향이 강하다. 좋은 테마파크보다 좋은 카지노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곳곳에 과금 요소를 심어두고 게이머들에게 끊임없이 결제를 요구하면서도, 게임의 본래 목적인 게임성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매출이 높은 게임이 곧 잘 만든 게임이라는 착각을 국내 개발사들이 버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독일 게임스컴에서 공개돼 호평을 받은 펄어비스 <도깨비>가 PC 게임 대작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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