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돌고 도는 키보드 유행, PC방의 선택은 ‘광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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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돌고 도는 키보드 유행, PC방의 선택은 ‘광축’
  • 승인 2021.08.20 10:15
  • 정환용 기자
  • itman@ilovepcb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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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刊 아이러브 PC방 8월호(통권 369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마우스와 함께 양대 컴퓨터 입력장치인 키보드는 그 역사가 생각보다 길다. 현재의 자판 형태의 시초가 된 수동 타자기는 1873년 미국 레밍턴이 처음 만들었고, 이후 150여년 세월 동안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며 지금의 모습으로 정착하게 됐다.

현재 PC방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키보드는 적외선을 이용하는 방식의 광센서 키보드다. 불과 3~4년 전 저렴한 기계식 키 스위치가 쏟아져나오며 기계식 키보드가 PC방을 휩쓸었다면, 지금은 일부 프리미엄 좌석을 제외하고는 광센서 키보드가 PC방을 지배하고 있다.

초기 멤브레인 방식에서 저가형 기계식 키보드로의 전환에는 10년 이상이 걸렸지만, 스위치가 필요 없는 무접점 방식의 광센서 키보드가 기계식 키보드의 자리를 꿰차는 데는 3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일반적인 광센서 키보드가 저가형 기계식 키보드보다 가격대가 다소 높은데도 불구하고….

다양한 입력방식, 어떻게 작동하나
키보드의 입력방식은 손가락으로 누르는 키가 어떻게 신호를 전달하는지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뉜다. 크게는 키보드의 키와 키 안쪽의 스위치가 맞닿아 신호를 전달하는 접점식, 닿지 않아도 신호를 전달하는 무접점식으로 나눌 수 있고, 접점식 키보드에 사용하는 키의 종류에 따라 멤브레인, 플런저, 기계식 등으로 구분한다.

PC방을 넘어 모든 PC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멤브레인 방식이다. 키가 스위치를 눌러 센서를 서로 닿게 해 신호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키가 원래 위치로 돌아오도록 하기 위해 돔 형태의 고무를 사용한다. 기계식 키보드가 보급되기 전까지는 가장 많이 사용됐고, 저가형 기계식 키보드의 가격이 2만 원대까지 낮아진 현재도 가정과 사무실 등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게임을 할 때는 동시 입력을 지원하지 않아 특정 상황에서 상당히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다.

게이밍 장비로서 제2의 전성기를 지난 기계식 키보드는 1970년대부터 사용돼 온 방식이다. 개별 키 스위치가 각각의 키에 배치되고, 키가 스위치를 눌러 신호를 전달한다. 무엇보다 하나의 회로를 이용하는 멤브레인 키보드와 달리, 기계식은 키 스위치 하나하나가 신호를 직접 전달하는 방식으로 무한 동시 입력이 가능하다. 키의 종류도 점점 다양해져 사용자 취향에 따라 골라 쓰는 재미도 더해지고 있다.

무접점 키보드는 다시 두 종류로 나뉘는데, 이 부분에서 약간의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 양극의 센서가 직접 닿지 않는다는 점은 같지만, 정전용량 무접점 방식과 광센서 방식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먼저 상용화된 정전용량 무접점 방식은 키가 일정 수준 눌리면 전압의 차이를 인식해 신호를 전달하는 방식이고, 광센서 방식은 키의 슬라이더가 기판을 가로지르는 적외선을 가리면 이에 반응해 신호를 보내는 방식이다.

여기서 용어의 혼돈이 발생한다. 현재 대부분의 사용자가 ‘광축 키보드’라 부르는 키보드는 기계식 키스위치의 방식이 적외선 센서를 사용한다고 받아들여 이를 ‘광축’이라 칭한다. 하지만 기계식 키보드의 키스위치와 광센서 키보드의 적외선 감응방식은 완전히 다른 기술이다. 다만 광축이란 말이 사용자들 사이에서 이미 일반명사처럼 자리를 잡은 만큼, 기술에 대한 차이를 인식하는 정도로 받아들이면 되겠다.

광센서 스위치의 형태

대세가 된 적외선 센서 방식, ‘오래 간다’
그렇다면 광센서 키보드가 어떻게 기계식 키보드를 제치고 PC방 카보드의 대세가 됐을까? 가격, 성능, 디자인 등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의외로 ‘관리’에 있다.

PC 본체, 헤드셋, 마우스, 의자 등 PC방에서 관리해야 할 요소는 수없이 많은데, 그중 가장 어려운 것이 키보드다. 구조적 특성상 상단이 열려 있는 형태여서 먼지가 쌓이기 쉽고, 자칫 음료나 음식물을 쏟으면 곧장 수분이 내부로 침투한다. 기계식 키보드는 스위치 하나하나가 전자장비이기 때문에 침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흔히 말하는 ‘광축’, 광센서 키보드는 스위치가 센서에 직접 닿지 않는 구조다. 접점이 없는 것이다. 또한, 제조사들은 기판 전체를 방수 코팅해 먼지와 수분으로부터 키보드를 보호한다. 대부분의 광센서 키보드가 IP68 등급 방수·방진을 지원해 심하게는 물속에 키보드를 넣어도 작동할 만큼 침수에 강하다. PC방 키보드는 음료나 음식물에 항상 노출돼 있는데, 광센서 키보드의 특징은 시장 전체를 점유하고도 남을 만큼 매력적이다.

게다가 광센서 키의 구조상 기판과 직접 접촉하지 않기 때문에 내구성도 강하다. 기계식 키보드의 평균 내구도가 5,000만 회라면 광센서 키보드는 1억 회를 견딜 수 있다. 일부 저가형 기계식 키스위치는 작동불량 등의 문제가 불거졌던 반면 광센서 키보드는 구조가 비교적 단순해 고장의 염려도 적다.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치는 PC방 키보드의 필수 덕목과 맞아떨어진 것이다.

N키보드 K2 LED (기계식, 갈축)
마이크로닉스 마닉 K48 (광센서)
삼성전자 DT35 (멤브레인)

‘반응속도 차이 없다’ 정말 그럴까?
PC방에서 광센서 키보드를 선택할 때 남은 문제는 성능이다. 음료를 쏟아도 문제없고 오래 사용해도 멀쩡하다면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멤브레인 키보드가 PC방에서 퇴출된 것은 내구도와 더불어 성능 문제도 있었다. PC 게임이 진화하며 게이머가 사용하는 키의 숫자도 크게 늘었는데, MMORPG의 경우 많게는 20개에 가까운 키를 사용해야 하는 게임도 있다. 또한, 빠른 반응속도가 중요한 FPS 게임도 키보드 성능이 승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그렇다면 광센서 키보드의 성능은 어느 정도일까? 멤브레인 키보드와 기계식 갈축 키보드, 광센서 키보드를 준비해 반응속도의 차이를 테스트했다. 다양한 게임 장르 중 키 입력속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리듬게임으로 검증해보기로 했다. 스팀으로 출시된 <DJMAX RESPECT V>의 곡 3개를 선정해 키보드 3종의 속도 차이를 알아봤다.

테스트에 사용한 키보드는 N키보드 ‘K2 LED’(기계식, 갈축), 마이크로닉스 ‘마닉 K48’(광센서), 삼성전자 ‘DT35’(멤브레인)다. 키보드 성능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은 만큼, 게임 내 수록곡 가운데 5키 모드로 평균 99%의 점수를 내는 ‘Miles’, ‘Flea’, ‘Sunny Side’ 등 3곡을 플레이했다. 업무 시 사용하는 기계식 갈축 키보드로 먼저 테스트하고, 광센서와 멤브레인 키보드로 연이어 테스트했다. 그리고 같은 기계식 키보드에서 적축 스위치를 사용하는 마이크로닉스 ‘마닉 K60’도 사용했다.

같은 곡을 5차례 플레이하고 중간 점수로 집계한 결과다. 역시 멤브레인 키보드가 가장 낮은 점수를 냈다. 사용하는 키를 멀리 떨어뜨렸지만 3키 이상 동시에 입력해야 하는 부분에서 인식이 잘 안 됐다. 광센서 키보드인 K48은 가장 높은 점수를 얻진 못했지만, DT35를 제외한 다른 키보드와 비교해 결과 차이가 크지 않았다. 일반 온라인게임보다 반응속도로 인한 차이가 큰 리듬게임이기 때문에 사실상 게임의 결과에 유의미한 차이를 가져온다고 보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테스트에 사용한 PC 리듬게임 <DJMAX RESPECT V>
난이도에 관계 없이 손에 익숙한 키보드로 가장 높은 점수를 냈다
멤브레인 키보드는 게임을 즐기기에 무리가 있다

성능 차이, 기계식 키보드를 대체할 만하다
게이밍 장비로써 기계식과 광센서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았다. 게임을 업으로 삼는 프로게이머의 입장에선 찰나의 차이로 승부가 갈릴 수 있기에 장비 선택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즐기는 것이 먼저인 일반 게이머들이 체감할 수 있을 만큼의 차이는 느끼기 어려웠다.

일부 게이머들이 기계식 키보드의 타건감에 호불호를 느끼는데, 광센서 키보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기계식 키보드의 느낌을 스위치에 구현했다. 현재 시판 중인 많은 광센서 키보드들은 기계식 키보드의 청축과 흡사한 타건감을 제공하고 있다. 결국 내구도와 관리 측면에서 광센서 키보드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PC방의 사랑을 독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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