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CEO 팻 겔싱어)이 2025년과 그 이후 제품 발전을 가속화할 토대가 되는 기술들을 선보인 가운데, 향후 인텔이 명명하는 생산공정에서는 나노미터(nm)를 볼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기존 공정에서 이름만 교체하는 마케팅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웹캐스트에서 인텔은 새로운 공정과 패키징 기술 로드맵을 상세히 공개했다. 새로운 공정인 트랜지스터 아키텍처 ‘리본펫’(RibbonFET), 후면 전력공급 방식 ‘파워비아’(PowerVia) 등이 공개됐으며, 인텔은 High NA(High Numerical Aperture) EUV라 불리는 차세대 극자외선 리소그래피(EUV)를 빠르게 도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인텔은 업계 최초로 High NA EUV 생산 툴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웹캐스트에서 인텔은 공정에 대한 새로운 명칭을 도입한 이유로 1997년부터 나노미터 기반 프로세스 공정의 명칭이 실제 트랜지스터 게이트의 길이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해 왔다고 설명했다. 공정의 명칭을 개별 부여함으로써 고객이 업계 전반의 공정 상황을 정확하게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인텔은 차세대 프로세서 ‘앨더레이크’부터 적용되는 ‘인텔 7’은 트랜지스터 최적화를 기반으로 기존 10nm 슈퍼핀(SuperFin) 대비 와트당 성능을 10~15% 향상시킨다고 설명했다. ‘인텔 4’는 7nm, ‘인텔 3’은 7nm의 향상된 공정, ‘인텔 20A’는 새로운 공정 단위인 ‘옹스트롬’(Angstrom, 0.1nm)을 뜻한다. 각각의 공정에는 인텔이 공개한 새로운 기술들이 적용된다.

인텔 7 트랜지스터 크로스섹션

그러나 인텔이 명명한 새로운 공정은 자칫 소비자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인텔 7’이란 이름은 이 공정이 적용된 프로세서의 제조 공정을 7nm로 착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텔 4, 인텔 3도 같은 맥락이다. 게다가 새로운 단위라며 인텔이 언급한 ‘옹스트롬’의 20A는 실제 0.1nm가 아니라 그 20배, 2nm를 뜻한다.

실제 길이와 공정 명칭상의 일치가 되지 않는다는 근거도 신빙성이 떨어진다. 길이나 크기가 제품을 분류하는 경우가 많은 IT 제품군에서는 비슷한 사례가 많지만, 이를 제품명 변경의 근거로 삼지 않는다. PC 모니터의 경우 대각선 길이를 인치로 환산해 크기를 결정하는데, 32인치 모니터로 분류되는 A 제품의 실제 대각선 길이는 80cm로 31.5인치다.

제품이나 공정상의 숫자가 제조공정, 성능 등과 직결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인텔의 이번 네이밍이 앞선 설명처럼 혼동을 불식시켜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탐스하드웨어 등 외신들도 인텔의 이번 발표에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인텔의 공정 명칭 변경을 ‘필요악’이라고 표현하며 불가피한 결정이었음을 시사한 것. 외신은 “트랜지스터 밀도를 보면 인텔의 10nm는 TSMC의 7nm와 유사하고, 인텔의 7nm는 TSMC의 5nm와 비슷하다”면서 “인텔의 제조공정 기술은 TSMC에 뒤처지는데, 명칭마저 뒤처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텔 CEO 팻 겔싱어(Pat Gelsi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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