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7월호(통권 368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C방 업계는 지난해 초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매우 힘든 시기를 견뎌내고 있다. 실제 지난해 5월 이후로는 신규 창업이 거의 없고, 반대로 폐업은 몇 배나 늘어나는 등 자영업·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그대로 투영돼왔다.

설상가상 암호화폐 채굴 붐과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물량조절로 인해 그래픽카드 가격이 폭등하면서 PC방 창업 자체의 허들이 크게 높아지는 문제까지 겹쳤었다.

다행히 백신 접종률이 조금씩 높아지기 시작하고, 해외 채굴장 규제와 채굴에 제한이 걸린 그래픽카드가 출시되면서 PC방 창업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제로백 PC방이 주요 이용자층에서 유명세를 타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서울 송파구 삼전동에 위치한 제로백 PC방을 방문해 둘러봤다.

시원하면서도 깔끔한 첫인상
밝은 조명과 널찍한 간격에 어번 그레이 컬러밝은 조명과 널찍한 간격, 어번 그레이 컬러를 섞어 깔끔하고 시원하면서도 안정적인 느낌을 주는 것이 제포백 PC방 삼전역점의 첫인상이다. 로데오 상권과 동네 상권의 중간 즈음에 위치한 특성을 고려해 두 분위기를 잘 합친 듯하다.

지하철역 바로 앞이라는 이점을 가지고 있어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젊은 손님층이 좌석의 절반가량을 채우고 있었는데, 인근에 대형 건물이 적어 PC방 면적과 PC 대수는 중소형 규모다. 확장성에는 제한이 있어 보이지만, 요즘과 같이 유동인구와 PC 가동률이 줄어든 시기에는 무리한 확장보다는 안정적인 운영을 통해 내실을 다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는 매우 합리적인 운영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시설임대업답게 고사양 PC로 무장
제로백 PC방 삼전역점은 고사양 게이밍 PC와 모니터를 갖춰 시설임대업이라는 PC방의 기본 아이덴티티에 충실했다.

우선 인텔 i7-11700과 RTX3070으로 구성된 게이밍 PC를 기본으로, 고성능 게이밍 모니터를 대거 구비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LG 울트라기어 27형, 벤큐 XL2746, ASUS VG278Q, 알파스캔 AGON 273QXP, 삼성 오디세이 G5 27형, 이도 240Hz 32형, 39형 게이밍 모니터 등 아주 다양한 모니터가 골고루 있다는 것이다.

보통 프리미엄 좌석용 고주사율·고해상도 모니터, 일반 좌석용 게이밍 모니터 등 좌석에 따라 양분화하는 경우는 많지만, 제로백 PC방 삼전역점처럼 7종에 달하는 다양한 크기, 주사율, 해상도의 모니터를 갖추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는 불특정다수 손님의 다양한 취향을 폭넓게 대응하기 위한 일명 ‘개취(개인 취향 존중)’ 전략인 것이다.

실제로 매장 내 손님들은 특정 모니터 그룹에 몰려있는 것이 아니라 네댓 곳에 나뉘어 있어 다양하게 개성화되는 취향 흐름을 여실히 볼 수 있었다.

근무 중이던 직원은 손님들이 높은 PC 사양과 모니터로 인해 <배틀그라운드>를 울트라 옵션으로 즐길 수 있어 만족해한다고 귀띔했다.

너희들을 위해 준비했어… 6인 파티플레이룸
제로백 PC방 삼전역점은 최근의 대형화 추세를 감안하면 분명 중소형 규모로 분류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즉 게이머들의 소비 트렌드를 반영하기 위해 파티플레이를 위한 별도의 ‘팀룸’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6대의 게이밍 PC를 배치해 <리그오브레전드>,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서든어택> 등 주요 인기게임의 매치 파티플레이를 오롯이 소화해낼 수 있도록 안배했다. 특히 별도의 문으로 공간을 구분함은 물론 소음까지 차단해 지인들과 자유롭게 파티플레이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점도 눈길을 끈다.

다양하면서 퀄리티 높은 먹거리
주요 부가수익원인 먹거리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제로백 PC방은 중소형 PC방 규모에도 불구하고 식당에서나 쓸법한 업소용 냉장고가 3대에 달할 만큼 다양한 식자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주방에도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엿보인다. 매장 전체 면적 대비 넓은 공간을 주방으로 운영하고 있어 먹거리 주문이 한꺼번에 몰려도 빠르고 정확하게 조리할 수 있도록 안배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주방의 벽을 따라 ㄷ자 구조로 조리대를 설치했기 때문인데 ‘식자재 → 조리기 → 토핑 테이블 냉장고 → 간이 공간’ 순으로 이뤄져 조리 시간은 단축하면서도 편의성은 높인 것이다.

물론 이러한 형태는 개방형 주방의 성격을 갖게 되는데, 손님이 먹거리 조리 과정을 볼 수 있어 조리실의 위생 상태 등 신뢰도를 높이는 효과와 시각적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외형적인 부분만 신경을 쓴 것은 아니다
PC 사양, 먹거리, 인테리어 등이 PC방에 주요한 요소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또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매장 곳곳에 공기청정기 여러 대를 설치해 실내 공기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흡연실에서 매장 전체가 보이도록 해 흡연 중 자신의 좌석을 볼 수 있도록 한 점도 최근 젊은 손님층이 중요시하는 부분들을 충족시키고 있었다.

또한, 천정 마운트 모니터 대신에 아예 벽면에 멀티비전을 2세트를 설치해 인테리어 효과와 함께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한 것도 포인트다. 이 멀티비전으로 먹방, 게임 플레이 장면 등을 지속적으로 플레이해 볼거리를 제공하는 한편, 먹거리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마케팅 효과까지 누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조리실 옆에는 주방용 소화기인 K급 소화기를 별도로 비치하고, 흡연실과 매장 내에는 ABC 소화기를 여럿 비치해 혹시 모를 안전사고에도 만반의 대비를 해놓은 점도 눈길을 끌었다.

CCTV도 16채널 고해상도 모델을 설치했는데, 촬영 내역을 카운터 앞 대형 모니터를 통해 손님들이 지나다니면서 볼 수 있도록 해 보안 수준에 대한 경각심을 제공하는 등 작은 부분까지 신경을 쓴 흔적이 곳곳에서 엿보였다.

손님과 직원의 안전을 위해 방역지침 준수도 철저히
때가 때인 만큼 방역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매장 곳곳에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고 알코올 손소독제 또한 여러 곳에 비치하는 등 방역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흡연실 입구에는 여럿이 함께 이용하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는 안내문을 부착해 최근 공개된 권고안도 발 빠르게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적극적인 호소(?)에 손님들도 QR코드 출입명부 인식, 손소독제 사용, 마스크 착용, 흡연실 단독 사용 등 자발적으로 방역지침에 동참하는 모습으로 화답해 성숙한 시민의식이 돋보이기도 했다.

요금제도 시대의 흐름 따라
제로백 PC방 삼전역점에서 눈길을 끄는 또 한 가지가 있는데 바로 요금이다. 제로백 PC방은 비회원 기준으로 시간당 2,000원의 요금을 받고 있다. 게임백서 기준으로 전국 PC방의 평균 이용요금이 900원 이하이고, 수도권 PC방의 평균 요금도 1,000~1,200원 전후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채로운 것이다.

어찌 보면 PC방은 그 기본인 PC 이용요금에서 기본 수익이 발생해야 하는 것이 맞는데, 출혈경쟁에 내밀려 이용요금을 낮추고 대신 먹거리를 부가수익원으로 활용하는 상황에 내몰려 있었다. 고사양 PC와 모니터 그리고 각종 인테리어 등 고급화를 표방한 만큼 손익분기에 대한 목표도 다소 다르겠지만, 적어도 출혈경쟁이 아닌 요금 현실화에 앞장선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무엇보다 이러한 요금에도 불구하고 낮 시간대에 좌석의 절반 이상이 찬다는 것은 소비자의 소비 패턴 변화를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계기다. 고사양 PC와 모니터 등 게이밍 환경, 밝고 쾌적한 인테리어와 실내 환경, 잘 갖춰진 보안 시스템 등 보다 나은 체험에 대해 지불 의사가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물론 모든 소비자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제 그 비중이 결코 적지 않다는 사실이 방증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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