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7월호(통권 368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 6월 25일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가 차세대 운영체제(이하 OS) ‘윈도우 11’을 공개했다. 2015년 7월 ‘윈도우 10’ 출시 이후 6년 만의 일이다. 코로나19 때문인지 대대적인 쇼케이스를 열었던 과거와 달리 홈페이지에 미리 준비해놓은 영상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MS가 얘기하는 차세대 OS 윈도우 11은 모빌리티 트렌드를 적극 반영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지만 게임, 생산성, 연속성이라는 핵심 가치를 열정적으로 강조한 점은 그 의의가 크다.

수백여 개의 게임, 관리프로그램, 노하드솔루션 등과의 호환성 문제로 OS 교체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PC방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혹은 영향을 받을 기능들을 중심으로 윈도우 11을 자세히 살펴봤다.

6월 배포 시작, 정식 출시는 연말? 그리고 무료 업그레이드
우선 윈도우 11은 6월 중 인사이더를 대상으로 온라인 업데이트를 통해 배포되며, 일반 배포 즉 정식 출시는 빠르면 가을, 늦어도 연내 배포를 목표로 하고 있다. 포커스 그룹 테스트를 거친 다음 출시하는 절차를 거치는 셈인데, 통상 인사이더 테스트 후 출시되는 시기를 고려하면 10~12월 사이에 출시될 가능성이 크다.

PC방에서 반가운 소식은 바로 윈도우 10 출시 당시처럼 무료 업그레이드를 지원하는 것으로, 현재 윈도우 10 라이선스를 유지하고 있는 PC방은 별도의 지출 없이 온라인을 통해 무료로 윈도우 11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PC방에 공급되는 윈도우 10 PRO 라이선스 비용이 1카피 당 약 19만 원 전후이니, 100대의 PC를 운용하는 PC방의 경우 약 1,900여만 원을, 200대 라면 약 3,800여만 원을 절약할 수 있는 셈이다.

모바일 세대를 위한 윈도우 11
윈도우 10에서 플랫폼 통합 방향성을 미리 보여준 바 있는데, 이번 윈도우 11은 그것을 본격적으로 실천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윈도우 10 이전에는 윈도우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개념이었다면, 이제는 사용자가 무엇인가를 할 때 윈도우 11이 그 매개체 역할을 하는 개념으로 바뀌었다.

바로 모빌리티와 플랫폼 통합 그리고 구독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사용자들의 소비 트렌드를 대비한 것이다.

분명한 것은 윈도우 11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먼저 접하고 터치 인터페이스에 익숙해진 다음 데스크탑 PC와 키보드·마우스를 나중에 접하는 모바일 세대를 위한 윈도우라는 것이다. 태블릿 모드는 사라졌지만 사실 기본 레디 상태로 녹아들어간 것이지 삭제된 것이 아니며, 훨씬 더 빠르고 다양한 틸트 기능을 갖췄다. 심지어 시작 메뉴를 비롯해 추천 항목, 검책창 등은 중앙으로 위치가 옮겨졌다.

모빌리티와 체험의 연속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라는 것은 누가 봐도 부정할 수 없을 만큼 명확하다.

하지만 핵심은 콘텐츠
하지만 좀 더 깊은 핵심은 그 너머에 있다. 정말 모바일 디바이스를 위한 윈도우였다면 안드로이드처럼 아예 모바일 디바이스만을 위한 운영체계로 집중하고 데스크탑은 호환만 되는 수준으로 방향성을 잡아도 됐겠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러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이기 때문에 사용자가 소비하는 콘텐츠에 초점을 잡은 것이다. 모빌리티는 소비자들이 콘텐츠 소비를 보다 원활하게, 그리고 연속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려는 수단에 불과하다.

때문에 윈도우 11은 고성능, 높은 체험성, 끊김없는 연속성에 총력전을 펼쳤고 모빌리티와 플랫폼 통합의 방향성을 보여줬던 윈도우 10부터 고집스럽게 매진했다.

이는 게임산업이 크로스플랫폼을 미래의 도달점으로 설정하고 있는 것과 궤를 함께 한다. 모바일게임이 급격하게 성장할 때 온라인게임은 종말을 맞을 것이라는 섣부른 예견도 있었지만, 소비자는 더 뛰어난 체험성을 원해서 온라인게임은 시장을 양분했고, 플레이타임을 연장하기 위해 앱플레이어라는 존재가 발전했다. 결국 게임사들은 소비자의 콘텐츠 소비 트렌드를 쫓아 너 나 할 것 없이 크로스플랫폼으로 게임을 개발해 쏟아내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11이 지금 딱 이 흐름과 완전히 동일하다.

다이렉트X 12 얼티밋과 다이렉트 스토리지로 더 높은 수준의 게이밍 환경 제공
실제로 윈도우 11은 ‘쉽고 가벼운’ 모빌리티뿐만 아니라 ‘고성능’을 추구하고 있다. 우선 ‘다이렉트X 12 얼티밋(DirectX 12 Ultimate)’으로 고프레임 그래픽을 구현할 수 있도록 했고, Xbox에 적용될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은 신기술 ‘다이렉트 스토리지(Direct Storage)’를 적용해 게임 로딩 시간을 단축하고 디테일한 게임 환경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2020년에 처음 공개됐던 다이렉트X 12 얼티밋은 비동기 연산과 제조사를 가리지 않는 다중 GPU 구성 지원 등의 다양한 신기술과 대폭 강화한 퍼포먼스를 특징으로 내세운 다이렉트X 12를 토대로 그래픽 품질과 연산 효율을 개선한 버전이다.

여기에 레이 트레이싱 기능인 다이렉트X Raytracing을 비롯해 중요 부분만 부각해서 부하를 줄이는 Variable Rate Shading, 역동적인 모델링을 더욱 효율적으로 구현하는 Mesh Shader, 필요할 때만 텍스처를 로딩해 부하를 낮추고 속도를 높이는 Sampler Feedback 기술 등이 포함돼 있다.

다이렉트 스토리지는 NVMe SSD에 최적화된 데이터 입출력 API로, 출발은 Xbox 시리즈 X의 로딩 성능 향상을 위해 사용할 NVMe SSD의 성능을 십분 끌어내기 위해 개발된 기술이다. 지난해 9월 1일 마이크로소프트 개발자가 블로그에서 다이렉트 스토리지를 윈도우에 적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공개한 바 있는데, 그것이 이번 윈도우 11에 실제 적용된 것이다.

NVMe SSD가 빠르게 대중화되고 있는 가운데 PC방 역시 NVMe SSD 도입하는 매장이 많아졌고, 노하드솔루션 서버에 장착하는 사례 또한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 활용도가 높은 기능이다.

이 두 기술이 적용되고, 여기에 Resizable BAR 기술까지 더하면 동일 사양 대비 최대 30% 이상의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것도 분명한 이점이다.

아울러 자동 HDR이 제공되는데 이 역시 PC방에서 유용한 기능이다. 최근 PC방에 도입되는 모니터의 대부분이 HDR을 지원하고 있고, 윈도우 11이 HDR 적용이 가능한 상황에는 알아서 이를 적용해주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이를 켜거나 끄고 이를 설정해놓는 불편이 사라질 뿐만 아니라 손님들에게는 좀 더 높은 체험성을 제공해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뛰어난 화면 분할 PC방에서도 활용 가능…
윈도우 11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로 스냅 레이아웃, 스냅 그룹 등 멀티태스킹을 강화하는 화면 분할 기능이 소개됐다. 레이아웃을 선택해 화면을 분할하는 스냅 레이아웃은 모니터의 PBP(Picture By Picture) 기능과 비슷하게 화면을 여러 형태로 나눠서 이용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동시에 하나의 모니터에서 이용할 수 있으며, 추가 모니터를 이용할 경우 이를 하나의 분할 공간으로 이용하다가 모니터 분리 시 해당 콘텐츠는 창내리기 상태로 전환해주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대부분 단일 모니터를 이용하는 PC방에서 멀티태스킹 효과를 높이는 방법이기도 해서 PC방에서는 반가운 기능이다. 화면을 2:1로 분할한 뒤 게임과 커뮤니티 웹을 각각 띄어놓고 게임을 즐기는 것이 손쉽게 구현된다. 무엇보다 듀얼 모니터를 배치해 프리미엄 좌석을 구성하는 경우도 지금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한동안 잠잠했던(?) 위젯을 다시 전면에 끄집어냈다. 현재 소개된 위젯은 PIP(Picture in Picture) 기능에 좀 더 유사해져서 사용성이 조금 더 좋아져 스냅 레이아웃과 함께 멀티태스킹 방식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 역시 단일 모니터를 이용하는 PC방에서 멀티태스킹 환경을 좀 더 향상시킬 수 있는 기능이다.

모바일게임, 서둘러 적응해야…
윈도우 11은 인텔 브릿지라는 기술을 통해 네이티브로 안드로이드를 지원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를 통해 아마존앱 스토어의 안드로이드 앱을 바로 다운로드할 수 있게 되는데, 이 앱을 바로 설치, 실행할 수 있다.

이제는 모바일게임을 앱플레이어가 아닌 직접 실행을 통해 데스크탑 PC용 콘텐츠로 수용하게 된 것이다. 물론 아마존앱 스토어에 등록된 앱만 지원한다는 점에서 다소 시간차를 두고 업데이트될 수는 있지만 ‘네이티브’라는 점에서 엄청난 변화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언리얼엔진 4 이후 게임 개발·운영 트렌드는 크로스플랫폼으로 완전히 전향된 만큼 인텔 브릿지의 윈도우 11 적용은 PC방에도 큰 변화와 빠른 적응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의외의 수혜자, 인텔
이번 윈도우 11의 등장으로 인해 인텔이 큰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외형적으로 윈도우 11은 모바일 친화적인데 이는 인터페이스, 배터리 소비 감소 등 모바일 디바이스에 최적화를 위한 면모를 보여주는가 하면, 모바일 디바이스들의 특징인 빅리틀 구조의 AP·CPU에 대한 대응도 포함된다.

그런데 마침 인텔이 오는 4분기에 출시 예정인 코어 12세대 엘더레이크 CPU를 빅리틀 아키텍처로 출시한다. 이는 현재 ‘8코어 16쓰레드 + 8코어 8쓰레드‘의 16코어 24쓰레드 스펙이 알려진 상태라 윈도우 11과 함께 효과적으로 고성능과 저전력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낼 수 있는 전제 조건을 갖춘 셈이다.

이 때문에 윈도우 11 출시에 맞춰 인텔이 엘더레이크를 제때 출시한다면 초기에 상당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하드솔루션과 게임사의 발 빠른 대응 필요
분명 윈도우 11은 시대의 흐름에 부합되도록 진화된 것으로 보인다. 요구 사양이 조금 높아지기는 했으나 AMD 라이젠의 등장 덕분에 CPU 성능이 크게 향상됨과 동시에 멀티코어도 한층 가속됐고, 엔비디아와 라데온의 경쟁으로 인해 그래픽카드 성능이 높아지고 가격은 동결돼 요구 사양은 논의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따로 있다. 과거 윈도우 10 출시 당시 무료 업그레이드 혜택에도 불구하고 PC방 업계에서의 전환이 극히 소수였던 것은 바로 안정성과 호환성이었는데, 이번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PC방은 작은 문제 하나가 손님의 발길을 돌리는 최악의 상황을 연출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안정적인 노하드솔루션 적용·구동, 게임 충돌 여부 등이 명확하게 해소된 다음에야 비로소 윈도우 11을 도입할 수 있다. 즉 노하드솔루션 업체와 게임사가 윈도우 11에 대한 호환성과 디버깅을 얼마나 빨리, 얼마나 안정적으로 해결해놓느냐에 따라 윈도우 11의 보급 속도가 결정될 전망이다.

물론 윈도우 11은 윈도우 10 기반의 플루언트 디자인을 계승했으며, 객체 지향 API 설계 방식 또한 그대로 유지해 윈도우 10 출시 당시보다는 훨씬 빠르게 안정화를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어쨌든 이제 공은 노하드솔루션 업체와 게임사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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