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6월호(창간 22주년 특집, 통권 367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해와 올해를 지배하는 첫 번째 단어가 ‘코로나’라면 그 다음가는 단어로 ‘메타버스(Metaverse)’가 떠오르고 있다. 이 호들갑이 국내에 국한되지 않고 외신에서도 연일 거론되는 것을 보면 메타버스에 대한 열광은 범지구적 현상처럼 보인다.

메타버스는 메타(Meta)와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확장가상세계’ 쯤으로 번역되는 개념이다. VR 기술 등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가상공간, 말 그대로 확장현실을 뜻한다. PC방에서 미풍조차 일으키지 못했던 ‘VR’이라는 단어에서 몇몇 업주는 손사래를 칠지도 모를 일이지만 세간의 관심은 가상이 아닌 모양이다.

일단 메타버스는 게임업계의 이목을 사로잡는 것에 성공했고, 코로나 사태가 촉발시킨 비대면 시대와 맞물리면서 찰떡궁합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가상화폐와도 접점이 있는 관계로 이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세컨드 라이프로 시작된 가상현실 게임
메타버스 흐름에서 최일선에 서있는 분야가 게임이다. VR 이슈 때와 마찬가지로 게임은 영상과 음향을 아우르는, 체험 가능한 공간을 구현할 수 있다는 특성이 주목받고 있으며, 다양한 게임들이 이미 원시적인 형태의 가상공간을 만들어 서비스하고 있다.

시장이 충분히 성숙되지 않아 VR게임의 시대는 아직 도래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지만 코로나19가 야기한 비대면 시국은 확장가상세계에 대한 수요를 크게 증가시켰고, 메타버스의 시대를 앞당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벤처기업 린든랩이 지난 2003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세컨드 라이프>는 메타버스 게임의 조상쯤으로 여겨지는 타이틀이다. 개발자 로즈데일이 유명 SF 소설 ‘스노우 크래시’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유명한 <세컨드 라이프>는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는 게임머니 시스템을 갖췄고, 게임 속에서 사업을 전개해 거액을 벌어들인 유저까지 등장해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2010년 들어서는 SNS 플랫폼이 약진하면서 <세컨드 라이프>의 위세가 다소 사그라들었지만 메타버스라는 개념을 현실로 실현했다는 점에서 역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메타버스 열풍의 주인공 로블록스
코로나19 발발로 인해 2020년부터 메타버스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메타버스 게임 <로블록스>는 그 자체로 하나의 가상현실이면서 게임 속에서 또 다른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그 인기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지난 1분기 매출은 약 4,332억 원이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40% 증가한 가파른 성장세다. 월간활성이용자수(MAU) 역시 1억 5,000만 명을 돌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게임 내에서 쓰이는 가상화폐 ‘로벅스’의 매출도 껑충 뛰었다. 지난 1분기 로벅스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0% 증가한 약 7,325억 원에 달했다.

메타버스의 가능성을 확인한 <로블록스>는 아예 게임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플랫폼 내부의 표현에서 ‘게임’이라는 표기를 삭제하며 게임이 아닌 메타버스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지난 3월 뉴욕증시에 상장을 마친 <로블록스>는 미래의 성장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지난 1분기 실적이 발표된 이후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반짝 효과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면서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와 SK가 선봉?
네이버의 자회사 스노우의 <제페토>는 한중일 그리고 미국에 서비스되고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사용자가 2억 명을 돌파했다. 지난 2018년 8월 출시된 <제페토>는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 전체 가입자의 80%에 육박한다.

<제페토>의 특징은 안면인식 기술 기반의 아바타 시스템과 증강현실(AR) 기술을 접목해 가상에 현실적인 감각을 더했다는 점이다. 사진을 촬영하거나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을 선택하면 가상 캐릭터인 제페토를 자동으로 생성하며, 추가적으로 외형을 자유롭게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 제페토를 생성하면 자동으로 부여되는 코드로 팔로우할 수 있으며, 이는 마치 웹 기반 SNS 서비스를 연상시킨다.

SK 역시 메타버스에 주목하는 국내기업 중 하나다. AR과 VR를 융합한 ‘T 리얼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독자 기술을 시험하고 있으며, 관련 특허도 150건에 이른다. 여기에 통신사답게 5G 기술까지 융합할 수 있어 메타버스를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기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SK는 순천향대학교 입학식에 ‘점프VR’ 플랫폼을 제공했고, 메타버스 채용 설명회 ‘주니어 탤런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가상의 공간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행사에 참여해 진풍경을 연출했다.

SNS가 젊은 세대 사이에서 크게 인기를 끌면서 기성세대로 사용자층을 확대한 것처럼, 메타버스 플랫폼 역시 비슷한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10대를 기반으로 확장되고 있는 시장이라는 측면에서 전망이 밝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오는 2025년까지 약 315조 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 게임업계도 메타버스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K-POP을 주제로 한 메타버스 플랫폼 ‘유니버스’를 서비스하고 있다. 유니버스는 팬덤 활동을 모바일에서 즐길 수 있는 올인원 플랫폼이다. 지난 1월 출시 후 누적 다운로드 수 800만 건을 기록했다.

국내 게임사들도 달려드는 메타버스
넥슨의 신규개발본부에서 개발 중인 신작 ‘MOD’는 <로블록스>와 유사한 게임 메이킹 플랫폼으로 알려져 있다. 넥슨은 MOD를 ‘새롭고 창의적인 재미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도전적인 프로젝트’, ‘기존 게임 개발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라고 소개하고 있다.

위메이드는 메타버스 플랫폼 ‘디토랜드’를 개발한 유티플러스인터렉티브에 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디토랜드는 전문 지식이 없는 유저도 자유롭게 콘텐츠를 만들어 공유할 수 있는 UCC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펄어비스가 개발 중인 게임 <도깨비>도 메타버스를 표방한다. 펄어비스 측은 컨퍼런스콜에서 “도깨비를 통해 현실 같은 가상세계를 구축해 문화체험과 소셜 등이 가능한, 현실과 가상공간을 넘나드는 게임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메타버스 활성화에 민관이 손잡다
메타버스 시장이 형성되고 그 규모를 키워감에 따라 정부도 지원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5월 판교 정보통신기술-문화융합센터에서 ‘메타버스 얼라이언스’ 출범식을 개최하고, 국내 우수 가상 원격교육·회의 솔루션 발굴 및 메타버스 서비스 확산을 위한 ‘VR 메타버스 콘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가상융합기술(XR) 수요·공급기업, 이통사, 방송매체(미디어) 업계 등이 참여한 메타버스 얼라이언스는 메타버스 정책의 근간이 되는 ‘가상융합경제 발전전략’의 일환으로 디지털 뉴딜을 실현하고, 메타버스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민간이 프로젝트 기반으로 주도하고 이를 정부가 뒷받침하는 체계로 결성됐다.

이날 출범식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메타버스는 단지 게임에만 머무르지 않고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생활 속에 스며들 것이며,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의 양상을 바꿔버릴 가능성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과기부가 주목한 분야는 교육이었다. VR 메타버스 콘테스트 발표하면서 “아바타를 활용해 가상공간에서 실시간 음성 대화와 3차원 오브젝트, 360도 영상 등을 활용하는 실감형 수업이 몰입도를 높여 비대면·원격교육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콘테스트는 국내기업이 개발한 VR 기반 가상 원격교육과 회의 솔루션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실제 교육 현장인 대학 강의에서 교수와 학생이 직접 VR강의실에 참여해 우수 솔루션을 선정한다. 인플루언서 평가에는 과학기술 분야의 유명 크리에이터들이 참여한다.

과기부 김정삼 소프트웨어정책관은 “메타버스 시대에 물리적 시공간적 한계 극복, 소비방식 변화에 따른 사회활동 등을 할 수 있는 메타버스 서비스는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 접목 가능할 것”이라며 “경쟁력 있는 국내 메타버스 서비스에 대한 대중적 홍보와 향후 가상융합기술(XR)을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들이 메타버스 산업 생태계 발전과 조성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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