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6월호(창간 22주년 특집, 통권 367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가 한국 사회를 짓누르기 시작한 지 1년하고도 절반이 다 되어 간다. 이제는 정상적으로 영업을 했던 것이 언제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할 만큼 오랜 시간 역경을 감내해왔다. 당장 신규창업 매장이 한 달에 10~20곳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PC방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한 방증이다.

코로나19 발발 이전보다 영업 상황이 더 나아지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는 PC방은 단 한 곳도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매출 감소 폭의 차이와 대응 정도가 차이라면 차이다.

이번에 방문한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순수 PC카페도 그런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다만 김재선 사장은 오랜 경험으로 터득한 노하우를 총동원해 위기 속 생존을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주차장과 직결된 편리한 구조
121대의 PC를 갖추고 있는 순수 PC카페에 방문한 날에는 추적추적 비가 내려 평소보다 손님이 적을 수밖에 없는 날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PC방에 비해서는 꽤나 많은 손님들이 좌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주상복합아파트 지하 상가에 자리를 잡은 순수 PC카페는 상가 주차장과 직접 연결되어 있는 독특한 구조였다. 김재선 사장은 아파트 주민들은 물론 차량을 이용하는 손님들이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고 주차장을 통해 바로 올 수 있다는 점을 큰 장점으로 꼽았다.

또한 매장 내부와 외부 2곳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최대한 살려서 PC를 배치했고, 피난안내도 역시 이러한 부분을 최대한 부각해 한 번 온 손님들은 이를 잘 인지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특히 내부에서 주차장과 직결되는 출입구 정면에도 선불결제기를 배치해 어느 쪽으로 입장하던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김 사장은 “처음 오는 손님 입장에서 매장에 들어와 선불결제기가 안 보이거나 멀리 있으면 불편함을 느껴 재방문율이 떨어진다”면서 “매장의 첫인상과 접근성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은 그동안 경험으로 쌓은 노하우”라고 밝혔다.

“넓은 공간도 순수 PC카페의 경쟁력”
사실 순수 PC카페는 PC를 150여 대까지 충분히 배치할 수 있는 공간인데, 121대만 들여놨다. 이유는 여유 공간에서 경쟁력을 갖는 것은 지속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결론에서였다.

최근 트렌드가 좌석 앞뒤 간격을 넓혀 손님들에게 쾌적한 이용환경을 제공해 만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순수 PC카페 역시 이런 기조 아래 수년째 운영되어왔다.

좌석 앞뒤 간격만 넓힌 것은 아니다. 매장 규모에 비해 흡연실을 넓게 구성해 서로 모르는 이용자들끼리 부대끼는 느낌 없이 여유롭게 흡연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200대 이상 규모의 PC방이라면 넓은 흡연실 혹은 여러 개의 흡연실을 설치해 이러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지만, 순수 PC카페의 규모를 감안하면 오버스팩에 가깝다.

인기 만점 휴게 테이블순수 PC카페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휴게 테이블이었다. 2010년 전후까지만 해도 PC방 내 휴게 테이블이 마련돼 있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대형화 흐름에 따라 PC를 최대한 많이 배치하는 형태로 바뀌면서 자연스레 휴게 공간은 사라졌다.

그런데 순수 PC카페에는 그 휴게 테이블이 작지 않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김재선 사장은 “테이블과 의자를 치우고 PC를 놓으면 몇 대 더 놓을 수 있겠지만, 그렇게 PC를 욱여넣어봐야 답답해 보이고 손님들은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기왕 좌석 앞뒤 간격을 넓히고 흡연실도 넓게 만드는 김에 휴게 공간도 만들어 손님들에게 넓고 편안한 느낌을 주려고 했다”고 설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런데 휴게 공간을 설치한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고 한다. 김 사장은 “먹거리가 부가 수익원의 핵심이다 보니 오픈 당시부터 먹거리 매출 비중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PC 좌석이 아닌 곳에서도 음식을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의 바람은 결과로 이어졌는데, 실제로 손님들이 간이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거나 카페 음료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일이 매우 흔하다고 한다. 다른 PC방에서는 불가능한 것들이다 보니 손님들에게는 매우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점심부터 저녁까지… 식사 손님도 생겨
재미있는 것은 순수 PC카페에 점심 식사 손님이 꽤 많다는 사실이다. PC방 업계가 휴게음식업을 등록하고 먹거리 퀄리티를 끌어올려 주요 부가 수익원으로 삼은 만큼 식사 손님이 있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상권과 입지에 따라서 퇴근 후 저녁 식사를 해결하면서 게임을 즐기다가 가는 직장인 손님이 많은 PC방도 제법 있는데, 순수 PC카페는 아예 점심때부터 식사를 위해 오는 손님들이 있다.
인근 직장인들 가운데 점심에 방문해서 식사와 잠깐의 게임을 즐기다 가는 경우도 있고, 최근에는 인근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인부분들이 방문해 식사를 하면서 검색 및 유튜브 시청을 하다가 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김재선 사장은 “기왕 먹거리를 판매할 것이면 제대로 해서 인정받고 싶었는데, 그래서인지 점심과 저녁에 식사를 위해 찾아주시는 손님들이 생겼고 앞으로도 이런 분위기와 컨디션은 계속 유지해나갈 것”이라며 먹거리 경쟁력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다만 매장 전체 면적 상 조리실을 좀 더 넓게 만들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아쉬움이라고 했다. 먹거리 배달도 시작했지만 조리실 규모가 작아 더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처음 오픈 당시에 조리실을 좀 더 넓게 설계해 만들었더라면 먹거리 배달 매출 비중이 더욱 커졌을 거라고….

사실 순수 PC카페의 내부 공간 설계는 김재선 사장이 직접 했다. 3D 도면으로 매장 내부 공간을 직접 설계한 뒤, 전문 인테리어 업체에 의뢰해 시공했다. 출입구와 이어지는 통로, 넓은 흡연실, 휴게 테이블, 카운터와 조리실 구획 등 김재선 사장이 목표한 영업 방식에 최대한 부합되도록 한 것이 결과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창출하는데 밑거름이 된 셈이다.

구석구석까지 보안 UP!
순수 PC카페가 여느 PC방들과 다른 점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CCTV다. 여러 대의 카메라를 설치하고, 고해상도 모니터를 통해 손님들에게 무의식적으로 경각심을 심어주는 것은 어느 PC방이나 대동소이하지만 이 외에 한 가지 다른 요소가 있다.

보통 CCTV 카메라를 매장의 천장 외곽 라인을 따라 설치하기 마련인데, 순수 PC카페는 절반 이상이 중앙에서 외각을 비춘다. CCTV가 필요해지는 상황들은 거의 대부분 구석 자리에서 발생하는데, 구석에 있는 카메라보다 중앙에서 구석 쪽을 녹화하는 것이 오히려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다는 노하우를 접목한 것이다.

물론 CCTV 카메라가 모여 있는 매장 중앙은 거의 모든 CCTV 카메라에 녹화된다. 이 역시 3D 도면으로 내부 공간을 설계할 당시부터 좌석 배열과 CCTV 카메라 화각을 고려해 CCTV 카메라 위치를 지정했다.

여성 고객 비중 크고 재방문율도 높아
이러한 까닭들 때문일까 순수 PC카페는 여성 손님이 많다. 통상 여성 손님은 청결을 최우선순위로 하며 편안함과 먹거리 퀄리티도 매우 중요시 한다. 또한 이러한 부분이 충족된다면 재방문율이 상당히 높다.

여성 손님이 많다는 것은 매장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방증이며, 이는 남성 손님의 더 많아지는 효과로 이어진다.

무엇이 먼저이든 순수 PC카페는 이러한 선순환 고리가 이어져 코로나19로 매출이 반토막 난 상황에서도 단골손님의 꾸준한 방문을 이끌어내고 있고, 입소문이 났는지 처음 보는 손님들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여러모로 힘든 상황이지만 손을 놓지 않고 자신의 노하우에 주변 업주들의 조언을 더해 끊임없이 무엇이라도 해보려는 시도 자체가 어느새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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